문화와 가치 비트겐슈타인 선집 7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지음, 이영철 옮김 / 책세상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How to Read 비트겐슈타인>을 읽고 호기심이 일었고, 검색해보니 비트겐슈타인 선집이 나와있는 걸 발견했다. 사실, <HOW TO READ...> 시리즈를 우습게 보았고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지침서다. 기대하지 않았기에 횡재한 것 같다.

이 책은 선집 7권 중 마지막 권인데 제목처럼 문화와 가치라기 보다는 여러 가지-음악, 종교, 글쓰기 혹은 문체, 사람의 본성, 건축, 영화 등등- 에 대한 개인적 단상들이다. 제목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적확한 것도 아니다. 이 제목은 피터 윈치가 영어로 옮겼을 때 붙인 것으로, 그대로 사용했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책처럼, 저자의 의도된 글쓰기가 아닌 사적인 글을 읽으면서 독자는 저자의 머리 속으로 성큼 들어갈 수 있다. 그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빗장을 여는 많은 문장 중 한 문장을 보면, 

"내가 책을 쓰려는 의도 없이 나 홀로 생각할 때면, 나는 주제의 주위를 뛰어 돌아다닌다. 이것이 나에게 자연스러운 유일한 사고방식이다. 일렬로 계속 생각하도록 강제당하는 것은 나에게는 고통이다. 내가 지금 도대체 그런 일을 시도해야 한단 말인가?

  나는 아마도 전혀 가치가 없는 사고들을 정리하는 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이런 문장을 통해 대가들도 사유와 글쓰기를 힘들어 했다는 걸 확인한다. 그의 문장이 너무 단정적이어서 때때로 반감이 들기도 하지만 사유하는 힘은 근면과도 관련있다는 말을 마음 속에 선명하게 각인시켜 두었다.

인상적인 점은 종교와 건축에 관한 부분이다. 무신론적 관점을 짐작할 수 있는데 서양의 종교는 동양의 유교사상과 비슷해서 그 고민의 깊이를 진정으로 아는 건 불가능하고 그저 어렴풋하게 헤아릴 뿐이다. 본래 수학과 철학, 과학과 철학이 밀접한 관계가 있고, 두 학문은 경계가 거의 없었다. 수학자나 과학자가 철학을 말은 뼛속 깊이 전해져 온다.

내가 뭐 철학자가 될 수도 없고 철학자가 되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 있는 힘이 원천봉쇄된 채 태어났다고나 할까. 여러 대가들이 말했듯이 근.면.에 방점을 두고 생각하는 척이라도 하다보면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오지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여러 책들 사이를 기웃거리고 있다. "오직 정신에 의해서 부풀려진 텅 빈 고무풍선임을 보여 주어햐 하는 창피한 노릇"만은 적어도 피할 수 있기만을 열망하면서 말이다. 희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값진 독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