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꽃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6
노발리스 지음, 김재혁 옮김 / 민음사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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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발리스가 프랑스 작가인 줄 알았었다.-.- 낭만주의 시기의 작품들은 형식이나 스타일 측면에서 현대문학과 비슷하다. 탈내러티브, 시와 산문의 변주,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 등 여러가지로 포스트모던하다.

내용면에서 대체로 진리를 묘사하고 있지만 가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교훈적이다. 해설을 읽었더니 교양소설이란다. 읽는 내내 파울로 코엘료의 책이 떠오른다. 그러나 코엘료의 문장들보다 성찰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래도 밑줄은 정말 많이 그었다. 주로 자연에 대한 묘사들인데 강렬하고 회화적이다. 언어로 그림을 그린다고 할 수 있다. 한줄씩 읽어가면서 머리 속에서 시키는대로 색칠을 해 나가게 된다. 노발리스가 이끈대로 완성된 그림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만큼 강한 힘을 지닌다. 화형용 장작더미의 불꽃 묘사를 보면,

"태양은 분노로 시뻘게진 얼굴로 하늘에 떠 있었습니다. 장작더미의 힘찬 불꽃은 탈취해 온 햇살을 빨아먹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자신의 빛살을 잡아두려고 해도, 태양은 점점 더 창백해졌으며 얼룩덜룩한 반점이 생겼습니다. 불꽃이 더욱 힘을 얻고 하얗게 빛날수록 태양의 빛깔은 점점 더 퇴색되었습니다. 불꽃은 더욱더 세차게 햇살을 빨아먹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양의 광휘는 다 먹히고 말았습니다. 태양은 이제 흐릿하게 빛나는 원판모양으로 남은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태양이 자꾸만 질투하거나 버럭 화를 내면 도망치는 햇살의 물결만 늘어날 뿐이었습니다.

마침내 태양은 시커멓게 타버린 찌꺼기만 남게 되었습니다. 그 찌꺼기는 바다로 떨어졌습니다. 장작더미의 불꽃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찬란해졌습니다. 화형용 장장더미는 다 타고 없었습니다. 불꽃은 천천히 하늘로 올라가 북쪽을 향해 갔습니다."

한낮의 태양 속에 강렬한 불꽃 묘사를 이 보다 더 생생하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태양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불꽃의 강도와 죽음의 이미지를 표현했다. 낭만주의가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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