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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 ㅣ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6
질 랑베르 지음, 문경자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평점 :
예술작품 속에서 작가의 삶이나 배경을 추적하는 감상법은 일차원적 감상법이라고 하지만 사실 작가의 배경을 아는 것만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감상법도 없다. 이 책은 카라바조의 일대기를 흝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 마로니에북스 시리즈의 산만한 편집은 변함이 없다. -.-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반에 활동했던 카라바조는 당대의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한 아웃사이더라고나할까. 서양 고전 예술은 카톨릭과 기독교의 부산물이다. 미술이든 음악이든 신의 말을 전하고 신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수단이란 건 이제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카라바조가 살았던 시기 역시 종교화 내지는 제단화는 화가로서 피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러나 당대의 예술이 속한 분위기는 카라바조의 적성에는 맞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그는 무계획적이며 감정에 충실하게 살았던 것 같다. 술 마시고 싶으면 마시고 그러다 싸우기도 하고 심지어는 사람을 살해하기도 해서 감옥을 들락날락거렸단다. 이 책에 서술된 단편적 사실만으로도 그의 삶이 벽난로에 갇혀 춤추는 불과 같은 형상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무엇이든 태울 수 있는 강력한 불이 벽난로의 공간 속에서 활활 타오르다 사그러진 사람. 난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만 보면 사족을 못 쓴단 말이지..
불의 뜨거운 비정형성이 그의 그림 속에 녹아있다. 강렬하고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회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감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명암과 붓질, 색채와 구도, 인물들의 표정에서 발산되는 고유한 아우라는 그림의 뒤(?)를 캐도록 만드는 자극제다.
카라바조의 이력을 알기 전에 강렬한 색채와 그림 속 인물들의 핍진성verisimilitude에 끌렸었는데 인물 속에 담긴 각각의 이야기를 알고나니 원작을 보고싶다. ㅠ.ㅠ
덧. 꼭 카라바조의 경우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 예술 전반에 해당되지만 차이와 반복의 미학은 창조의 근원이다. 반복되는 주제를 다르게 표현하는 방식이 독창성으로 이르게 된다. 제임슨의 말대로 스타일은 곧 이데올로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