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 비평가 프레드릭 제임슨 ROUTLEDGE Critical THINKERS(LP) 7
애덤 로버츠 지음, 곽상순 옮김 / 앨피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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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에 어떻게 독후감을 쓰겠는가. 제임슨의 책을 다 읽은 것도 아니고 그나마 읽은 글도 일부만 이해하고 숀 호머와 애덤 로버츠의 설명을 통해 제임슨의 논지들을 이해했는데.

내가 적고싶은 건 제임슨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한 애덤 로버츠의 해설이다.

얼마 전 읽고 싶었던 벤야민의 <일방통행로>가 번역되었다. '교재'라는 제목으로 '대저의 원리들 또는 두꺼운 책의 집필 요령'이란 부제를 단 꼭지가 있다. 

"1. 서술하는 내내 질질 끌면서 요설에 가까울 정도로 원래 구상에 대한 설명을 끼워 넣을 것.

2. 각각의 규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 말고는 더이상 책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개념들을 위한 용어를 도입할 것.

3. 본문에서 어렵게 이루어진 개념 구별도 해당 부분의 주석에서는 다시 애매하게 할 것.(중략)"

이런 일련의 과정을 통해 사유를 전개하는  난해한 벤야민식 스타일을 만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하게 벤야민이 해체적 사유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을 읽고는 해체적 내지는 몽타주적 글쓰기를 하는 사상가들의 글에 인내심을 조금 더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벤야민과는 문체가 완전히 다르지만 제임슨의 글 역시 난해하기도 악명높다. 애덤 로버츠의 설명에 따르면, 제임슨이 몇 번씩 읽어도 불가해한 문장을 구사한 이유는 "기계적 글쓰기나 대량생산되는 상품으로서의 글과 상반되는" 글쓰기를 실행했기 때문이다. 독자가 여러 번 읽고 이해하려는 고통(?!)을 겪으면서 지성이 연마된다고 제임슨은 믿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로버츠는 기본적으로 찬성하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제임슨의 난해한 글쓰기 스타일은 비싼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만을 상대로, 자신의 언어를 이해할 능력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발언할 수도 있다는 모순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 맑스주의자였던 그가 정작 노동계급이 자신의 글에 접근하는 걸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아이러니.

제임슨은 형식에서 무의식을 읽어내려 했으니 난해한 글쓰기 스타일은, 당연한 말이지만 의도된 것이다. 그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난해한 글쓰기를 하는 사상가들의 사유에 접근하는 방법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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