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뢰겔 - 이상한 천국의 풍경을 꿈꾸는 화가 내 손안의 미술관 3
닐스 요켈 지음, 노성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잘못 주문한 책이다. 얀 브뤼겔 책인 줄 알고 주문했는데 페테르 브뢰겔 책이다. 브뤼겔과 브뢰겔을 혼동했던 것이다. -.-; 하지만 이 혼동 덕분에 재미있는 책을 알게되었다. 브뢰겔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 책을 쓴 저자, 닐스 요켈이 그림을 해석하는 방법은 재미있고 흡입력이 있다. 마치 그림을 보면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읽힌다. 브뢰겔과 오랜 친구가 아닐까하는 터무니없는 상상을 할 정도로 구수하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술가건 일반인이건간에 하나의 사물 또는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은 중요하다. 관점은 그 사람의 가치관이 스며있어서 똑같은 사실을 전개할 때도 강조점이 다르다. 브뢰겔은 여러 사회 풍속사 중에서 서민의 풍속사를 다뤘고 르네상스 기의 익숙한 화풍과는 많이 다르다. 그의 관점을 닐스 요켈 덕분에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그림은 처음에는 답답하지만 조금씩 들여다보면 당시의 서민들이 어떻게 살았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유심히 쳐다보게 된다. 물론 저자 닐스 요켈의 안내를 따라서이다. 사이사이 이어지는 시대 상황 설명, 종교개혁의 폐해나 당시의 물질적 어려움, 학자층들의 타락, 결혼식 피로연 풍경 등이 유머러스하게 설명해서 그림에 생생하게 생기를 더해준다.

가령, <게으름뱅이 천국>이 그려졌던 때는 1567년. 펠리페 2세가 네덜란드에 스페인 군대를 풀어 전쟁 중이었던 시기라고 한다. 브뢰겔의 그림은 그러니까 순전히 상상력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밖은 피와 화염으로 넘쳐나지만 화폭 안은 음식이 넘쳐나는 게으름뱅이들의 천국이라든지 그들의 복식에서 드러나는 관습과 전쟁 풍습 등의 미시사를 그림을 통해 알려준다.

 잘 못 주문한 책이 이렇게 뿌듯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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