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티의 역사들 - 유산과 프로젝트로서의 과거
아리프 딜릭 지음, 황동연 옮김 / 창비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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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의 화두가 포스트모더니티였다면, 21세기 초의 화두는 탈식민이었을 것이다. 탈식민을 제외하고는 문화담론은 물론이고 역사담론를 말할 수 없었다. 더불어 탈식민은 막강한 권력을 행사해왔고, 모더니티와 탈근대성의 대안으로 여겨져온 것도 사실이다. 사실, '탈post'이란 말만큼 모호하고 광범위한 말도 없을 것이다. 단순히 시간적으로 이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 딜릭이 언급했듯이, 전체성과 토대적 범주를 포함한다. "'탈'의 번성은 현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지점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상상된 미래기 단지 잔여residuality로만 계속되기 때문에 파괴적 유토피아를 나타내기도한다."(10쪽)

이런 탈식민의 권력을 저자는 날카롭게 바라본다. 포스트모더니티나 탈식민의 업적을 인정하는 동시에 비판한다. 가령, 탈식민주의가 본질주의를 반대하면서도 '잡종성' '제3의 공간' 등의 개념에 한정된 본질화된 정체성의 전제들에 기초한다고 한다. 또 탈식민주의는 문화라는 명목하에 정치 경제학의 구조를 거부함으로써 저치 경제학에 대한 초기의 관심을 근대화 담론의 문화주의로 되돌아간다는 점에서 근대화 담론과 같다고 본다.

그간 접해온 탈식민 비평서들이 문화이론가들이 쓴 책들이어서 아프리 딜릭의 관점은 다소 혼란스러우면서도 신선하다. 저자는 역사가의 관점에서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도 같다. 현재를 탐구하는 최선의 방법은 역사 인식을 통해서이고, 이 역사 인식은 기억과 망강의 변주에 기초한다. 따라서 기억이 재현되는 방식이 중요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과거는 기억의 파편들이 아니라 새로운 망각의 방식이라는! ! 기억은 단순한 역사의 원재료일 뿐 아니라 역사의 경쟁자로 등장한다고 한다.

그 예로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예로 들고 있다. 혁명을 겪은 이들의 기억의 편차와 혁명을 바라보는 이들의 편차로 이어진 간극에서 인식의 중심점을 잡는 방향을 서술한다. 이 책의 부제는 유산과 프로젝트로서의 과거이다. 포스트모더니티는 과거를 전제로 하며 과거에 대한 패스티쉬를 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문제는 패스티쉬 이면에 감춰진 원인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할 터인데 이건 내 능력 밖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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