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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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면서는 눈물 주머니는 눈물을 요구하는 장면이나 문장을 마주칠 때마다 눈물 주머니는 인심 좋게 눈물을 내준다. 눈물 인심은, 그러나, 실제 생활에서는 아주아주 인색하다. 왠만한 일에는 울지도 않고, 그러니 감동이나 기쁨도 줄어드는 댓가를 치루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 주말, 나랑 비슷한 감정구조를 가진 M이 자신의 단단한 가슴에 대해 자아비판을  했다. 사람에 대한 기대가 그닥 없는 만큼 사람에 대한 실망도 없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럭저럭이 아니라 잘 지내고 있는 것에 애도를 표현했다. 그리고 내게도 애도를 표현했다. 사람은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이따금씩 동경하기 마련이다. M이나 내가 갖지 못한 것은 풍부한 감정이다. 그렇다고 비관하거나 다른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기엔  너무 게으르다. 그냥 그럭저럭 살겠다고 결론을 내리며 수다를 마감했다.

M이나 나 같은 사람과는 정반대의 좌표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 M'는 실연을 하고 강아지를 기르기 시작했다. 강아지를 키우기에는 안좋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분가해서 혼자 살고 있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거의 없고, 또 결정적으로 강아지 엘러지가 있다. 팔과 손은 두드러기로 덮여있지만 강아지는 실연을 극복하게 해 준 매개이며 식구로 여긴다. 감정이 풍부한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정을 주기도 쉽지만 정 때문에 상처받아 부서지기 쉽다.

다자이 오사무의 분신인 요조는 바로 정으로 가득 차 부서진 심약한 인물이다. 사람과 소통하는 법에 서툴어서 불안과 공포감을 느끼는 요조는 어렸을 때는 익살쟁이로, 성인이 되어서는 알콜 중독이 되어간다.  익살이나 알콜은 인간 세계로 들어가려는 방법이지만 오히려 실제 세계와 멀어지기만 할 뿐이다. 결국 "인간 생의 완성이라는 자살"로 이끌어가는 결과에 이른다. 어린 시절에 읽었다면 요조의 삶을 별난 생 또는 제목처럼 실격한 생이라고 생각했겠지만 지금은 실격한 삶도 인간 세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안다. 심장이 말랑거리는 사람은 두려움이나 슬픔에 잠식당하는 것이지 실격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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