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V무료영화 따위 거들떠도 안 보다가 극장에서 보기는 싫고 다운받기는 더 싫고 했는데 무료영화에 들어있어서 봤는데, 쇼파에 누웠다가 앉았다가 하면서 보기에 아주 좋은 영화이다. 무료영화 자주 이용해주겠어.

2. 영화는 무척 곱다. 일단 영상이 곱고, 사람의 심리를 다루는 것도 곱고, 음식을 하는 장면도 곱다. 시골집도 가끔 가서 누워있다 오고 싶게 곱다.

3. 물론 8할 이상이 판타지이고 의외로 청춘물이다. 시골삶의 고단함을 좀 상상했는데 고단함보다는 시골에서 사는 것도 괜찮지 않겠니, 하고 슬며시 설득하는 영화같다. 혜원이 도시의 삶을 추구했지만 임용고시도 떨어지고 편의점에서 알바하면서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도시락을 먹는 게 도시에 사는 청년의 삶으로 보여진다. 대기업에 입사한 재하 역시 월급을 축낸다는 상사의 말을 듣고, 조직에서 개인은 월급만큼의 일을 하는 사람인가 아닌가로 평가받는 것에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며 귀농을 한다. 한 번도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은주. 학교 졸업 후 농협은행에 다니는데 농촌에서 농사일이 아니라 조직생활을 하는 건 도시 삶이나 똑같다는 걸 에둘러 보여준다. 학교 다닐 때는 지금과 삶이 다르게 펼쳐질 것이라고 꿈을 꾸지만 학교를 졸업한 지금, 거창한 꿈 따위보다는 실천할 수 있고, 더불어 즐길 수 있는 일이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한다.

철마다 자연이 제공하는 제철 재료로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 혼자, 또는 나눠 먹으며 대화하며 웃는 일이 세상살이 아닌가. 아카시아꽃이 피면 따서 얇게 튀김옷을 입혀 화전을, 밤이 열리면 주워서 밤조림을 만들고, 감을 따서 겨울나기 준비로 곶감을 만들기 위해 정성스럽게 깎아서 바람에 말리며 이따금씩 손으로 주물러준다. 또 막걸리를 만들어서 친구들을 불러 지짐이 안주로 꽐라가 되게 마시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일인데 왜 실천하기 힘들까. 삶의 기준 탓인데 그 기준은 버리면 간단한데...간단한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4. 세 청년의 삶을 부러워하다가도 농가 홍보책자를 만들기 위해 농가 취재를 했던 때를 떠올렸다. 실상은 혜원이처럼 밤 한 톨 한 톨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을만큼 농사일이 한가하지 않다. 농한기에는 병원에 입원해서 아픈 허리 치료를 받고 봄이 되면 다시 일을 한다는 한 농부의 아내도 있고, 뉴질랜드에서 화초공부를 하고 와서 나무를 키우고 싶지만 현실은 하루하루 닥친 일을 해내느라 귀농하면서 처음에 품었던 꿈과는 거리가 점점 멀어지는 농부 등등. 농사일은 끝이 없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몸을 움직이지 않는자는 귀농에 부적격자니.

5. 곱디고운 영화를 보고 굳이 이런 농가 현실을 떠올릴 필요가 없거늘. 쓸데없이 이런 현실을 떠올리면서 판타지로 영화를 정의나 하고.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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