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낭만주의자 - 위대한 예술가의 초상 4 외젠 들라크루아
외젠 들라크루아 외 지음, 강주헌 옮김 / 창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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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르세 미술관을 들어가자 마자 오른 쪽에 혼자 걸려 있는 그림이 있다. 바로 들라크루아의 '사자사냥'. 갈색의 향연으로 형체를 알아볼 수 없지만 붓질이 만들어낸 역동성이 강하게 전해진다. 바라보고 있노라면 꿈틀거리는 거대한 힘이 가슴 속에서 올라오는 것 같다. 들라크루아의 그림들에 강하게 끌리는 이유는 격정적이라는 것이다.

나란 인간이 실제 생활에서는 격정과 거리가 멀기에 격정적 그림이든 글이든, 무조건 반하는 경향이 있다. 들라크루아의 그림들이 갖고있는 경계의 모호함, 색채의 혼재, 근육의 선명함 등으로 역동성을 느낄 수 있다. 단순한 역동성이 아니라 소용돌이 치는 듯한 붓질을 보고 있으면 끌어오르는 뭉클함이 있다. 이리하여 이 책까지 읽게 되었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그림 공부 시작했을 때, 친구와 주고받는 편지글, 2부는 일기, 3부는 가장 영양가 있다. <르뷔 드 파리Revue de Paris>지와 <두 세계의 잡지>에 실렸던 평론 모음집이다. 옮긴이 강주헌 씨의 해제에 따르면, 들라크루아는 상당한 독서를 하며 글을 썼다고 한다. 3부의 평론들은 그의 취향이나 예술관을 엿보기에 좋을 뿐아니라 미술비평글을 읽는 즐거움이 있다.

들라크루아는 글(문학)과 미술 사이에서 많은 갈등을 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는 펜보다는 붓이 감정을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한다고 썼다. 막연히 루벤스와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루벤스의 영향을 받았고 내가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는 라파엘로에게 영감을 받았다. 라파엘로 그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문득 이탈리아에 다시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불끈들기도 한다. (세상은 넓고 갈 곳은 정말 많고나)

모방은 창작을 하는 사람에게 필수적이다. 그러나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 모방만이 창작의 기본이라고 한다. "새로움은 창조하는 예술가의 정신 속에 있는 것이지 예술가가 모방하는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다" 라는 그의 말은 창작 기본 수칙과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끼지만 창작이란 영역 역시 근면한 습관이라는 것. 1년이 채 안 되는 모로코 여행을 하는 동안 500장의 그림을 그릴 정도의 열정이 근면의 증거고 습관의 증거다. 그리고는 관습을 어길 수 있는 용기. 그의 그림이 낭만주의라고 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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