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루쉰 지음, 전형준 옮김 / 창비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0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소설집으로 상하이로 출발하기 전날 서둘러 사서 상하이 행을 함께 한 책이다. 고단한 하루 끝에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루쉰이 죽음을 맞이한 도시에 가면서 루쉰의 책은 관성과도 같은 끌림이었고, 선택이었다.

 <아Q정전>은 그 옛날,  속편하게 공부만 했던 어린 시절에 읽었다는 기억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나의 기억력이란 늘 이 모양이다. 다시 읽고는 감탄, 또 감탄을 한다. 십대에 어찌 이런 깊이를 이해할 수 있으리. 이 책은 서른이 넘어야 가슴으로 와 닿는 책이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날카로운 통찰력과 유머, 그리고 비장미를 되새김질하면서 김승옥의 소설들이 오버랩된다.

다른 단편들도 좋지만 너무 짧아서 상징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아Q정전>은 아큐란 인물이 상징하는 소시민의 일대기를 엿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중국 근대역사 속에 위치하는 개인의 운명이 갖는 질곡에 대한 원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평범하고 선한 아큐가 도둑이되고 죽는 과정을 말하면서 아큐의 일생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 권력을 경원시하는 사람들의 우매함,  역사의 흐름을 말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크게 변하지 않은 거 같다. 현재성을 지닌 책들은 미래에도 읽을 가치가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문제기도 하다. 나는 어디 쯤 속해 있을까. 아큐일까, 아니면 아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주변인일까. 차라리 아큐가 되고 싶다고 입으로는 말하면서 실제로는 주변인에 묻혀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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