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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천국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2
이청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6년 11월
평점 :
이청준의 소설은 처음이다.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란, 고전이란 보편성을 담고 있어야한다. 한 세기 혹은 두 세기 전에 쓰여진 고전들이 현재에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로 '보편성' 때문이다. 시대를, 공간을 초월한, 요즘 유행하는 말로 한다면 고전이야말로 포스트모던적이다. 인간의 변하지 않는 본질을 꿰뚫는 성찰이 담긴 고전을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었나보다.
소록도의 나병환자들이 마음에 천국을 건설하는 여정 중에 배신과 절망, 그리고 또 다시 꿈을 꾸는 이야기다. 이 소설을 더 어렸을 때 읽었더라면 지금보다는 감동이 깊지 않았을까. 세상의 음모와 배신을 알만큼 알아버린(과연!) 지금은 이 책이 설교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우회적 역설이 아니라 직설적 역설은 상상력을 필요치 않으며 모든 걸 한 상 푸짐하게 차려내놓는 모습이 잔칫상 같다. 보기만 해도 배불러서 정작 손이 가지 않는.
"문제는 오히려 그 명분의 지나친 완벽성, 명분이 너무도 훌륭했기 때문에 아무도 그 명분에는 입을 열어 말을 할 수 없었던 명분의 독점성이었다. 게다가 명분이라는 건 언제나 힘 있는 자의 차지였다."라는 말이 이 소설에도 해당한다. 역설하고자 하는 바가 얇지 않은 책 한 권 내내 배여 있는 책을 읽는 일은 분명히 즐거운 독서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현 선생님의 해설을 빌리자면, 포유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변별적 장치의 문학의 쓰임새를 그 누구보다 투철하게 깨닫고 있어 이청준과 박경리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고 한다. 이 소설이 쓰여진 시기(1974년), 말 한 마디, 글 한 줄도 검열을 당했던 시기 덕분 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인색한 독자가 되려나. 아무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