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자 들어간 벌레들아 - 생태 동시 그림책, 동물편 푸른책들 동시그림책 1
박혜선 외 지음, 김재홍 그림, 신형건 엮음 / 푸른책들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표지를 보니 일단 제목이 좋다. 책을 읽고 알았지만 시의 제목이다. 역시.


제목 위에는 작은 글씨로 '생태 동시 그림책-동물편'이라 적혀있다. 동네 도서관 서가에는 '생태 동화' '생태 동시'라는 주제 분류가 따로 있는데 그걸 볼 때마다 궁금했다. '생태'라는 말로 분류되는 작품은 어떠한 기준에서 그런 건지, 또 왜 굳이 분류하는지, 그 의미는 뭔지. 사실 난 잘 모르겠다.


그 궁금증은 이 책에도 해당된다. 왜 굳이 '생태 동시'라 이름 붙였을까?

흔히 '생태'라는 단어가 뜻하는 바, 자연 보존, 자연 회귀, 문명 반성 등의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가? 그 기준은 이 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여기 실린 동시 대부분은 그저 자연을 노래할 뿐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생태 동시 그림책'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것에 별다른 이의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의는커녕 이름을 아주 잘 붙였다 싶다. 왜 그럴까?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을 어린이의 감수성으로 표현하고는 있지만 잘 그린 그림 한 장과 어우러져 생태적인 감성을,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가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풀냄새가, 자연의 내음이 난다.


한 장씩 책을 넘긴다. 차례에만 작가 이름이 있고 본문에는 없는 것이 내심 궁금하고 답답하면서도 오히려 선입견 없이 시와 그림에만 몰두하게 되어 좋다.


덕분에 눈이 맑아졌다 싶어 주저없이 고른 두 시는 우연히도(?) 같은 시인(전병호)의 시다. 그중에서도 '풀무치'의 간결함과 여운, 깊이는 두고두고 시를 외우면서 느끼고 싶을 정도다. 참 좋은 시 한 편을 만나 기뻤다.


'겨울 까치집'의 시상 역시 탁월했다. 정말 이것이야말로 동시구나, 성인시와 구분되는 지점이구나 하는 것을 무릎을 탁 치며 느꼈다. 시인의 눈은 겨울 미루나무의 까치집을 미루나무의 가슴(마음, 심장)으로 본다. 미루나무는 여름도 좋지만 까치집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겨울 미루나무도 참 좋아해서 마음 속 풍경으로 늘 남아있는데 이 시를 읽고 나니 이제 겨울 미루나무는 늘 그렇게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오목눈이'의 귀여운 동심과 '지렁이'의 문학적 유려함도 돋보였다.


동시에서, 그리고 자연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아이들에게 이 생태 동시 그림책 한 권은 문학과 자연의 푸른 내음과 기운을 훅, 하고 불어 넣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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