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자꾸 초인종이 울리네 I LOVE 그림책
팻 허친스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두 아이를 위해 열 두 개의 과자를 구웠다. 그런데 자꾸만 초인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밀려온다. 아이들이 결국 열 두 명이나 식탁에 앉아 이제 겨우 단 하나씩의 과자를 먹으려는 찰나, 또다시 초인종이 울린다다. 나도 아이들의 식탁에 함께 앉은 것마냥 초조한데 과연 마지막 초인종을 울리고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정답은 할머니가 과자를 아주 많이 구워와서 모두 배부르게 먹게 되는 것이다. "할머니만큼 과자를 맛있게 만드는 사람은 없단다"하고 엄마가 계속 말하는 것이 복선이었다. 

그림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줄곧 부엌의 풍경이다. 똑같은 씬(이라는 말을 써도 된다면^^;)이니까 점점 달라지는 디테일에 집중해야 하다. 미묘한 변화를 꼼꼼히 살피다보면 즐겁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가득 느낄 수 있다. 과자가 줄어들 때마다 시무룩해지는 아이들의 표정, 점점 많아지는 발자국들, 쌓여가는 아이들의 장난감과 옷가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고양이, 찬장에서 하나둘씩 꺼내진 개인 접시 등등...(열심히 봤지만 '옥에 티' 하나 없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의 표정 변화가 너무나도 귀여우면서 절절하다. 여섯 명의 아이들이 식탁에 앉았을 때 먼저 앉은 네 아이는 시무룩하고 나중에 초대받은 두 아이는 활짝 웃고 있는 장면, 열 두 명의 아이가 모두 둘러 앉았을 때 초인종이 울리자 일제히 현관문을 쳐다보는 장면, 그리고 물끄러미 자기 접시를 쳐다보는 장면 등등..이제 과자가 하나밖에 남지 않아 엄마는 과자를 어서 먹으라고 하는데 문 밖으로 달려가는 샘의 표정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나눔'을 주제로 한 이야기라면 단연 <단추수프>의 감동과 아름다움이 압권이지만 이 그림책이 일깨우는 나눔은 또 그만의 독특한 아기자기함이 넘친다. 수학 그림책으로 보든 나눔의 의미를 일깨우는 교훈적인 책으로 보든 상관없이 참 귀여운 책이다.


* 나중에 '우르르' 몰려오는 여섯 명의 아이들은 흑인이다. 흑인 친구들도  백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나누어야 할 존재라는 작가의 의도는 잘 알겠다. 열 두 명의 아이들이 흑인, 백인 골고루 섞여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게 그린 작가의 의식 또한 고맙다.

하지만 나누기 싫은 순간에, 나누기가 힘들어지는 순간에 들어와 마지막에 더 큰 나눔을 베풀어야 할 존재로 흑인이 그려지는 사실, 그러한 현실 자체가 한편으로는 가슴을 씁쓸하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