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바위 얼굴 그림책 보물창고 8
게리 D. 슈미트 지음, 이현숙 옮김, 빌 판스워스 그림, 나다니엘 호손 원작 / 보물창고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평생 두고두고 읽으며 매번 새로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 한 권만 있어도 삶은 참 풍요로워지지 않을까? 좋은 책은 그래서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다.

교과서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한 지 10여년을 훌쩍 넘어 다시 그림책으로 읽는다. 예전에는 그저 "나도 큰 바위 얼굴같이 지혜롭고 현명하고 평화로운 사람이 되어야지"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도덕 교과서같은 교훈성에 약간의 반감도 가졌다.

10여년의 세월은 이야기의 깊이와 넓이를 더욱 알게 하고 웅숭한 울림을 전한다. 돈, 권력, 명예, 지식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가치도 우리 삶의 본연도 아니라는 것을, 그저 각자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삶을 살아내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렵고 존귀한 일이라는 진리를 느끼게 한다. 우리는 나이 서른만 되어도 어렴풋이 깨닫는다. 소위 일상인, 보통 사람의 삶의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하는 사실을 말이다.

이 교훈은 더구나 사회적 성공이 그저 돈 잘 벌고 유명해지는 일 하나로 묘사되고 찬양되는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서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깨달음일 듯 싶다. 아이들 역시 어른들의 잘못된 가치 인식과 삶의 목표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까.

그림은 이야기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잔잔히 밀려든 감동을 정리하며 채을 덮는 찰나, 그런데 하나의 문제가 고개를 든다. 굳이 머리로 생각한 건 아닌데 그저 드는 느낌이 이야기가 너무 남성적, 남자아이 중심이라는 것이다. 큰 바위 얼굴도, 어니스트도, 우화적인 이름으로 처리된 유사(!) 큰 바위 얼굴들도 모두 남자다. 200년 전에 씌여진 작품이니 만큼, 주홍글씨를 가슴에 박는 사회였으니 만큼 굳이 작품의 흠으로 삼고 싶지는 않다. 다만 여자아이판 '큰 바위 얼굴'의 이야기가, 더 나아가 남자아이, 여자아이 모두가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라고 가슴 깊이 느끼게 할 '큰 바위 얼굴' 이야기가 이 시대에 다시 만들어져야 하겠다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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