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이의 육아일기
최정현 글.그림 / 여성신문사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10여년전 이 만화가 처음 여성신문에 연재됐을 때부터 읽었고, 자꾸 봐도 재미있으니 책으로 발간된 후 또 읽었고 요즘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반쪽이네 가족은 내게 은근한 부러움을 불러일으키며 선망의 대상이 되는 모델이었다. 각자 자유로운 직업을 갖고 평등하게 아이를 키우는 모습도 그랬고, 뚝딱뚝딱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만들어내는 솜씨는 단지 여가 보내기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환경과 공동체를 생각하는 소박한 삶을 생각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또 읽어도 재미있을 것 같았던 이 책이 예전만큼 매력적이진 않다. 하예린이가 조금 있으면 중학생이 될 나이니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리네 세상살이가 많이 변한 탓이리라. 왜, 그렇지 않은가. 한껏 투쟁하던 요구들이 당위로 받아들여지고 난 뒤 그것을 되돌아볼 때 문득 일어나는 어색함과 촌스러움, 부끄러움 같은 것. 작가는 이 만화를 연재할 당시 남자들에게 '남자 망신 다 시킨다' '집에서 일한다는 것을 매번 밝혀달라'는 식의 항의와 질책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는데 적어도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빠들의 육아 책임이라는 당위가 최소한 머리 속으로는 그리 낯설게 느껴지는 것만은 아닐 정도니까.

하지만 이 책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까닭은 우리의 생각은 그러할지 몰라도 우리의 현실은 10년 전과 그리 다를 바 없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비록 세 번째 기대했던 나의 흥미는 만족시켜주지 못했을 지언정 이 책은 여전히 우리에게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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