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슬프고 아빠는 이제사...

아빠 뭐해?
권복기 외 지음 / 이프(if) / 2002년 8월

<엄마 없어서 슬펐니?>와 나란히 기획된 책인 만큼 함께 읽었다. 결론은 <아빠 뭐해?>가 훨씬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왜 그랬을까? 일단 아빠들의 글솜씨가 더 나았고 그들의 문제의식이 보다 산뜻하고 명확했다. 그것에 반해 엄마들의 글은 신세한탄이 축축하게 묻어나왔고 또 때로는 페미니스트 양육자로서의 강박관념이 너무 강팍하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이는 돌려 생각해보면 그만큼 아직도 육아에 대한 짐이 엄마들에게 주로 지워져있는 현실의 반증일 것이다. 엄마들이 아빠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하고 거의 혼자만의 책임으로 아이를 키우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으로 "엄마가 없어서 슬펐냐"고, 아이 양육에 대해 부족한 마음과 죄책감을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데 반해 아직도 우리의 육아현실에서 아빠에게는 "엄마가 이렇게 고생하는 동안 아빠는 뭐했냐"고 묻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엄마들의 글이 아빠들의 글에 비해 산뜻하지 못했던 까닭은 그만큼 엄마들의 체험이 절절하고 가슴아렸기 때문에 이를 객관적으로 정리하기가 버겁기 때문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진정한 모성과 강요된 모성의 이중성 사이에서 늘 스스로를 방황하는 반성 위에 놓아두어야 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한 나는 일하는 엄마들의 눈물과 한숨을 동감할 만한 어떤 체험도 없지 않은가.

불과 몇 년전만 해도 남편들의 육아휴직이란 생소한 단어였지만 요즈음은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이를 실행하는 남성들을 만날 수 있다. 아직도 아버지의 양육이란 '돕는' 차원에 불과할 뿐이지만 최소한 예전보다는 대부분 젊은 남성들의 의식도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도 변화해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이는 더이상 달라지지 않을 사회의 변화상임은 확실하다. 양육이 사회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하는 의식 변화와 그에 따른 실질적인 제도의 마련이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변화의 기미조차도 반가울 따름이다.

일하는 엄마들의 짐을 조금만 줄여줄 수 있도록, 그리고 이 책의 아빠들이 증언한 바대로 양육의 기회를 통해 아빠들도 진정 아이와 만나고 아이를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도록,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이 모성과 부성을 고루 체험해 보다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양육에 대한 부모 양쪽의 그리고 사회의 책임과 의무는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