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에 열거된 편지의 구절처럼 나도 언젠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의 목록을 밤을 새워 적은 적이 있다. 삶의 모든 순간들을 함께 하고 싶다는 욕망과 바람은 사소한 일상사에서부터 원대한 삶의 계획에까지 이르렀다. 살면서 참 신기한 일 중 하나는 어떤 때는 죽을 것 같고 어떤 때는 삶을 일으켰던 사랑의 기억들도 점차 시간 속에 침잠해 버린다는 사실이다. 그 때 내가 절절한 가슴을 부여잡고 밤새워 쓴 쪽지의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도 않을 뿐더러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그런 소망을 아로새겼던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소설과 함께 사랑에 관한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소설 속의 화자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을 때 나는 사랑하는 그와 함께 있었던 순간들을 비로소 떠올릴 수 있었고 그들이 울고 웃을 때 그와 울고 웃던 내 감정들이 서서히 되살아났다.

똑같은 강물은 두 번 다시 흐르지 않는 것처럼, 똑같은 시간을 다시 한 번 되돌려 살 수는 없는 것처럼 지난 사랑은 그렇듯 우리네 삶을 떠나고 마는 것인지도 모른다. 삶은 강하다, 고 하는 건 바로 그런 의미겠지. 그래서 사람들은 사랑이 덧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루하고 비루한 일상사 속에서 삶의 가장 빛나는 순간들을 밝혀주는 것은 것은 다른 어느 권력과 명예와 물질적 풍요도 아닌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아직도 사람들은 끝없이 영원한 사랑에 자신의 삶과 행복을 기구하는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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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4-08-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책 보고 온몸이 경직되는듯 했던 기억이.. 감정이입 팍팍 되더라구요.

아라비스 2004-08-17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정이입, 바로 그 단어 하나로 끝낼 수 있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