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소
권지예 지음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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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말처럼, 그리고 평론가란 전문가의 의견처럼 서사는 강했고 문장은 깔끔히 빨랐다. 그런데 글과 등장인물의 성격이 '위악적이어서 오히려 현실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작품에 더욱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말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근대 이후 소설의 인물은 착했던 적이 없다.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 모습의 반영이었다.

둘째, 위선이 아닌 위악이라는 의미를 굳이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 이들의 삶은 위선과 위악이 섞인 채 극히 현실적일 뿐이다.

셋째, '위악적이어서 현실적'이라는 말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작가의 주제의식이나 인물의 형상화는 종래에 가서 지극한 모범답안에 도달하고 만다. 위악으로 현실을 그리고자 하지만 그 위악이 결국에는 현실 있는 그대로의 위치를 차지하게 됨으로써 오히려 '착함'(말 그대로)으로 전도되어 힘이 빠져 버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무언가에 크게 발목이 잡혀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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