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잇
김영하 지음 / 현대문학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김영하는 소설가인데도 난 그의 소설집은 단 한 권 읽은 반면 에세이는 세 권이나 읽었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사실 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에세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할만한 소설가나 유명인이 쓴 것이라 하더라도 대부분의 에세이들은 나르시시즘을 과대포장한 것에 불과하거나 지적, 문화적 수준의 얄팍함을 드러내기 십상이다. 청승맞거나, 도덕 교과서 같거나, 지루하거나, 잘난 척 하거나, 무식하거나,... 암튼 그러기가 쉽다.

이 책 역시 때론, 그리고 약간, 그러한 에세이의 치명적인 약점을 피해갈 수는 없는 듯 하다. 처음에는 그를 무척 재밌고 살아있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이제 그는 '날라리인 척 하는 범생'으로 보인다. 그의 글을 읽으며 평소 생각하던 바와 일치하고 그리고 미처 스스로 인식하지는 못해도 비슷하게 느끼던 부분들을 드러내 준 것을 발견하며 동질감으로 기뻐했다. 하지만 이제 그런 동질감은 그가 별로 새로울 것이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김영하란 작가와의 만남은 대학시절 일명 '반짝이'라 불렀던 뭇 남학생들을 떠올리게 한다. 잠깐 가슴설레며 좋아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 '반짝'하는 것에 불과했을 뿐 불과 며칠, 몇 주일, 몇 달이 지나 그 관심이 사그라들던 그런 사람들... 처음에는 나와 비슷한 감성과 시대의식을 가진 젊은 작가라고 좋아했지만 '작가'에게 그 같음은 곧 그의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일까...

하지만 난 아직 그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는 소설가이므로 나는 그의 소설을 읽고 그를 '반짝이'로 규정할지 또는 '친구'나 '연인'으로 이름지을지 생각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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