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편지 - 지구 살림 민병대 여성 전사들이 보내는 여신의 십계명
정현경 지음, 곽선영 그림, 제니퍼 베레잔 노래 / 열림원 / 2001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어 제목은 '미래에서 온 편지'라고 의역됐지만 영어 제목은 '현경에 의한 거룩한 복음'이다. 세상에, 그 어떤 신학보다 도발적이다. 성서의 마태오 복음, 마르코 복음과 마찬가지로, 일개 아시아 여신학자에 의해 전해지는 복음이라니... 하지만 복음을 인간 구원을 위한 기쁜 소식이라 정의해 본다면 이 책을 복음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구약의 십계명에서 본뜬 '여신의 십계명'이 이 시대 억압받는 모든 여성을 위한 구원과 해방의 이야기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복음이라고 부르는 '여신의 십계명'은 생태여성신학의 논의들을 빠짐없이 충분히 다 반영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모든 여성들이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자신의 여성 체험을 바탕으로 해서 저자는, 여성들이 억압의 굴레를 자각하고 상처에서 벗어나 진정한 해방의 자유를 누리고 세상을 변화시키길 촉구하고 있다. 이 여정에 함께 할 수 있는 책과 음악, 영화 소개는 따뜻하고 자상한 동반자를 만난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하지만 모든 구분과 정의가 그러하듯 '여신의 십계명'은 여성들을 위한 충실한 길벗이요 치유자 역할을 하면서도 이에 모든 것이 한정되어 버리는 듯한 아쉬움과 답답함이 남는다. 세상 모든 진리가 낱낱이 설명되고 정의되는 것 같은데 대한 알 수 없는 반발심리와 허망함. '계명'과 '계율'이란 결국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일 뿐. 그 손짓을 길잡이 삼아 달을 향한 눈길을 거두지 말고, 달빛을 담은 채 아름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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