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저자는 '담배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했는데, 그렇다면 그는 성공한 셈이다. 그의 소설은 정말 그가 말하는 담배같다. '유독하고 매캐한, 조금은 중독성이 있는, 읽는 자들의... 기억력을 감퇴시키고 호흡을 곤란하게 하며 다소는 몽롱하게 만든 후, 탈색된 채로 뱉어져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그의 소설은 너무나도 담배 같아 그의 소설관이 이러저러해 이런 소설을 썼다기보다는 쓰고 나니 꼭 담배 같이 느껴져 나중에 붙인 이름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동시대'의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왔지만 아직 대다수 작가들의 신체 연령에 못미치기 때문인지 작가들에게서 '동시대성'을 느끼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서야 김영하라는 작가에게서 동시대성이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소설에서 동시대성, 동감, 동질의식 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러나 단지 작가와 내가 비슷한 연령대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그 까닭은 그의 소설이 담배같기 때문이 아닐까. 내 주변에도 널려 있는 듯한 친근함, 그리하여 그것에 서서히 빠져들어감, 잘난체 하지 않음, 똑똑하거나 선한 것에 약간 비껴있음 등등의 요소가 그의 글을 매력있게 만든다.

이 단편집에 첫번째로 실린 '사진관 살인사건'은 방송 단막극으로 제작된 것을 원작도 모른채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있다. 단막극은 그의 글을 거의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었고 그 탁월한 스토리는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한 편의 소설이 별다른 변형 없이 티비 드라마로 제작되어 재미있을 수 있다는 점은 그의 소설이 지닌 장점을 역설하는 좋은 근거일런지도 모른다. 이 역시 그의 소설이 담배같기 때문은 아닐까. 모든 이를 빨아들이고 즐기게 하는, 그러나 내 일상의 한 단면을 파고들어 나를 알지 못할 불편함에 이르게 하는. 때로는 금연론자들의 얼굴에 담배 연기 한 모금을 훅~ 내뿜어대고 싶듯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려는 새로운 도발을 꿈꾸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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