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려한 그러나 2% 부족한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공지영씨의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소위 베스트셀러 작가들에게는 별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나의 잘난 척 탓에 그녀의 책은 내게 단 한 권조차 읽고싶다는 의욕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가 수도원 기행이란 책을 내놓은 걸 알고서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네집에서 좀 빨리 넘겨가며 읽을만한 책이 있으면 좋다고 여겼고 지난 여행으로 기행문에 관심이 가던 터라 '어디 한 번 공지영이란 작가가 어떻게 쓰나 보자'하고 손에 들었던 터였다.

그의 기행문은 나의 잘난 척을 충분히 꺽어놓을 만큼 훌륭했다. 특히 깔끔하고 감성적인 문체와 적당한 정도로 사색적인 내용은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답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책은 재미있게 술술 읽혔고 다음 장에 펼쳐질 내용에 대해 궁금증을 만들었다. 작가는 또 어떤 아름다운 수도원을 찾아갈 것이며 얼마나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기다리고 있을 건인지.

가톨릭 신앙이 없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읽어볼 때 작가의 사색과 유려한 문장이 돋보이는 이 책에 더 높은 점수를 주어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나같은 사람으로서는, 모태신앙이고 단 한 번도 교회를 떠나본 적이 없는, 게다가 깊이와 넓이는 다르겠지만 작가가 교회를 떠났던 것과 같은 고민을 해보지 않았던 것이 아니었던 나로서는 이 책이 한편으로는 몹시 실망스럽다는 것도 솔직한 심정이다.

18년만에 돌아와 이제 실상 어린아이(감히 이런 표현을 해도 된다면)의 신앙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는 작가의 신앙고백은 최소한 내게는 별 신앙적인 감흥을 주지는 못했다. 게다가 수도원 기행문을 내세우고 있는 이 책이 포함하고 있는 수도원에 대한 정보는 굳이 가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상식적인 것에 불과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명제를 새삼 떠올리기도 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작가가 쓴 기행문인 만큼 아름다운 글이기는 하지만 더욱 깊이있고 풍요로운 내용을 담아내기에는 작가의 신앙관이 뛰어난 글재주에 따라가지 못한 듯한 아쉬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