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양장)
이케다 가요코 구성, C. 더글러스 러미스 영역, 한성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2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 역시 언젠가 이메일로 받아보고 감동받은 적이 있던 이 글들이 책으로 묶여나왔다길래 알라딘을 통해 한 권 사들였다. 뭔가 더 풍부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새로이 첨가된 것은 없고 그에 비해 편집은 현란하고 책값은 비싼 편이라 잠시 실망.(당신이 이 비싼 책을 살 수 있다면 당신은 마을의 10명 안에 드는 부자입니다. --; 비아냥이 너무 심했나? ^^; ) 하지만 이 글이 가지는 메시지 만큼은 역시 훌륭하다.

100이라는 숫자를 통해 보다 명확히 통계치를 인식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위치가 새삼 높은 수준임을 깨닫고는 일단 놀라고, 다음 감사하게 된다. 내 컴퓨터는 늘 고물이라 불만이 많았는데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단 2%에 불과하다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도 못나왔는데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은 1%뿐이라고 하네? 게다가 내가 8%에 드는 부자라니...

통계치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름대로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을 수는 있을 듯 하고 이쯤이면 당연히 감사한 마음이 밀려든다. 그리고 한국에 태어난 것이 평소 불만이었던 나는 아프리카에서 기아에 허덕이지 않는 것만도 행복하게 여길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진정한 의미는 결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는 안된다. 이 책은 우리가 진정한 세계인으로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 자세인 '다름'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영어공부가 세계화의 첫걸음이라고 믿었지만 영어를 국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예상외로 매우 적고 백인과 서양사회를 따라가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해왔지만 세계에는 우리와 같은 동양인이 더 많다. 종교, 성적 취향, 연령구조 등 우리만의 세계에 갇혀 미처 눈돌리고 살아오지 못했던 사실들에 대해 이 책은 그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아주 간명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다름'의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때 우리는 보다 열린 마음으로 가난해지고 정의로워질 수 있다. 기아와 폭력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여전히 지구상에 숱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라야 비로소 경제 정의와 평화를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은 시작된다. '다름'을 다시 한 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더 나아가 고통받고 있는 인류를 잊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점에서 이 책은 무척 의미가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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