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쎈연필 >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한 숟갈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처럼 구체적이고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이루려 하지 말며
헛되고 헛됨을 다 이루었다고도 말하지 말며

가거라, 사랑인지 사람인지
사랑한다는 것은 너를 위해 죽는 게 아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살아,
기다리는 것이다,
다만 무참히 꺾여지기 위하여.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내 몸을 분질러다오.
내 팔과 다리를 꺾어












                              최승자,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시집: 즐거운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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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巖 2004-03-0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가 좋아 빌려갑니다. 언제든 돌려 달라시면 돌려드리겠읍니다.

김여흔 2004-03-04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 말씀을 다 하시네요. 님께서야말로 언제든 퍼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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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3-0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이현우!
정말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의 가수 중 한 사람이죠. 중간에 조금 안타까웠던 일도 있었지만..
드라마 <네멋대 해라>에서 왜 이현우 1집 중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가 삽입곡으로 흘러 나왔었죠? 정말 좋았었는데...
정말 화이트 데이와 잘 어울릴 콘서트가 되겠네요...^^

김여흔 2004-03-02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연정보에 이런 문구가 있더군요.
<프로포즈를 받을 때 열어 볼 선물 상자를 바라보는 느낌으로 두근두근 공연장을 찾아보자 ! 당신의 설레이는 사랑이 금새 이뤄질 것 같은 기대감으로 ..>
이현우, 음색이 참 매력적이죠. 그러면서도 수요에술무대에서 김광민하고의 어설픈 개그 때문에 괜스레 웃음이 나기도 해요. 영화 <카라>에서 <후회>라는 곡도 좋더라구요.

Laika 2004-03-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년전 이현우의 스탠딩 콘서트 가서 너무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님이 올린 포스터 보며 한번 가볼까했는데, 날짜가 맘에 안드네요...커플들만 가득할것 같아서..참아야겠습니다.

김여흔 2004-03-02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화이트데이, 매월 14일을 어찌하면 좋죠. 13일에 자서 15일에 일어나면 어떨까요? 그냥 동성 친구랑 가면 또 어때요. 찾아주신 걸음 감사해요. 님 서제에도 종종 찾아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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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ika 2004-03-02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서재 구경 온 이후론 뭔가 공연을 봐야할것 같은 열의 가득차서 지금 공연을 고르고 있답니다. ~

김여흔 2004-03-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걸까요, 이제 봄이라는. 여기 저기 들뜨게 만드는 소식들이 풍성해서 마음이 먼저 분주해지네요. 따뜻하고 햇살 좋은 날에 행복한 추억 만들길 바랄께요. 다녀오시면 즐거웠던 얘기 들려주시고요.
 
 전출처 : kimji > 슬픔을 재우기 위해

  유채꽃이 만발하다는 소식이 뜻 모를 제주행의 설렘을 만들어주었다. 나의 제주행이라는 것은 기실 들뜸이나, 기쁨, 혹은 관광이 될 수 없는 의미들로 가득 차 있었고, 또한 여행보다는 떠남,이라는 의미에 조금 더 치중하고 싶던 나의 의도된 마음이 무색하도록 자꾸 유채꽃의 눈부신 노란빛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어쩌면 나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이뤄지지 않을 부질없는 욕망이라는 것쯤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내 자신이 갖는 감정 치고는 희망,이라는 단어는 너무 사치스럽다는 것마저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그래서였을까, 짐을 꾸리면서 나는 이 책을 무심한 척, 그러나 [자거라, 네 슬픔아]라는 제목을 마음에 품으며 골랐을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낯선 섬에서 슬픔 따위는 명료한 제목처럼 집어던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문예지 [현대문학]의 표지 사진을 담당하고 있던 구본창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였고, 책을 읽기 전에 이미 사진정도는 슬쩍 넘겨보았으므로 그 사진이 주는 여운은 익히 알고 있었다. 책의 구성은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작가가 그리고 있을 내용에 대한 기대는 사실 없다고 할 정도였다. 그저 제목이 주는 이미지만 부여잡고 이 책을 골랐으니까. 책은 그렇다. 구본창이 찍은 사진, 그리고 그 사진의 연상에 따른 작가의 사변적인 이야기들. 그러나 그 사변적인 이야기 속에는 소설적 구도에 따라 지극히 일상적이고 소담한 작가의 개인적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어찌보면 그런 개인적 단상들조차도 작가가 익히 우리에게 소설을 통해 다소 고집스럽게 보여주던 -세상에 대한 여린 시선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에 대한 강한 경외감, 삶에 대한 진지성과 연민을 표현한 애잔한 필체- 이미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을 뿐이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떠난 이가 산 중턱의 낯선 방에 오롯이 앉아 읽기에 적절할 만큼 고즈넉했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오래 기억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제주에 대한 이야기를 유독 많이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치고는 너무 우연적이다. 아니, 어쩌면 나는 제주에서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제주에 관한 글만 더욱 강하게 기억하고 싶은 지도 모를 일이다. 독자의 개인적 체험과 맞물려 책에 대한 객관적 언급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하더라도 나는 이 책에 대한 단상을 기억하고 싶었다. 제목에 걸었던 기대처럼 내가 슬픔을 버리게 만들지도 않았고, 또한 어렴풋이 가졌던 봄과 희망에 대한 이미지들이 모두 나의 부질없는 헛된 욕망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는 일이라든지 제주라는 특수한 공간의 우연과는 별개의 문제로 말이다.

  남편을 잃은 친구와 함께 떠난 길에서 찍은 플라로이드 사진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항구에서 만난 낯선 여자와의 하룻밤 인연이라든지, 혼자 밥을 먹는 자신에게 식당 아주머니가 건넨 삶의 애착에 대한 격려, 기찻길과 죽음에 대한 기억, 고향과 가족애, 그리고 인간관계의 틀을 만들어주는 삶의 근간에 대한 진지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거짓말처럼 잊어버리는 작가의 비일상적인 일상에 대한 기록들이 나에게는 강한 이미지로 남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부재에 대한 애달픈 몸부림이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소멸하는 것들에 대한 연민과 소멸을 다시 재생으로 의미부여 하고 싶은 인간의 나약함이 보였다고 할까. 그렇기 때문에 슬픔을 잊는 대신 잔인하게 내 안의 슬픔을 꾸역꾸역 꺼내 보이게 했던 글이었다. 아니, 조금 더 솔직히 고백하자면 작가가 제주에서 만난 어느 처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내 슬픔의 뿌리를 만났던 것이다. 바다 한 복판에서 목 놓아 우는 처녀, 그리고 왜 울었는지 묻지 말라고 말하던 그 처녀의 이미지가 모질게 나를 후벼 팠던 것이다. 자거라, 네 슬픔아. 부디 자거라, 그리고 다시 깨어나지 말아라. 그 제목을 나도 목 놓아 외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아니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는지 모른다. 상처는 아물기 마련이고 회복되지 않는 아픔은 없다는 것을. 그것이 무뎌지기 때문에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며, 결국 변질되었을 뿐인 상처와 아픔이 왜곡된 기억으로 남아 소멸된 것처럼 여겨질 뿐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그렇다, 상처는 아물고 아픔은 회복된다.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은 어느 누구도 가늠할 수 없지만 결국은 그렇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뼈가 으스러지도록 고통스러운 일이, 그래서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도 인생이라는 길고 너른 과정에서 보면 아주 작은 티끌일 뿐이라는 것을. 그 티끌이 될 찰라의 순간을 사진으로 기록하고 글로 기억하게 만드는 이 책은 그래서 의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찰라의 복판에 이 책을 읽은 독자인 나로서도 충분히 의미로웠던 것이다.


  구본창의 사진은 군더더기가 없다. 냉소적이지 않으나 뜨겁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서 담백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한 장의 사진은 그 사진을 보는 이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아프고 그러므로 슬프고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다. 사진 한 장이 주는 아름다움은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신경숙은 그 마음의 움직임을 잘 묘사한다. 그것은 슬픔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잠재우는 일이라는 것, 아니 인간이기 때문에 잠재울 수밖에 없는 슬픈 슬픔을 사진과 글로 보여주는 책이다.


  
 

 

 

  제주는 유채꽃이 만발했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그리고 내가 돌아오던 날에는 안개가 짙었으며 비가 많이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무 쉽게 돌아왔다. 이제 돌아왔으므로 더 큰 슬픔 속에서 슬픔을 잠재우기 위해서 무던히 애써야 할 것이다. 문득 책의 한 문장이 떠올랐다. 

  "누군가 인간의 여행이 계속되는 것은 언젠가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돌아왔으므로 살아야 하겠다. 그것이 부재기억을 부여잡고 사는 인간의 숙명일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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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삽 - 바다가 보이는 수녀원에서
이해인 지음, 하정민 그림 / 샘터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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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님의 <꽃삽>, 내겐 무척이나 애착이 가는 글모음이다.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샘터>에 연재되었던 글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93-95년쯤이었다. 그 무렵 난, '어떻게 살아야 하지', '무얼해야 할까'에 대한 답을 찾아 헤메고 있었다. 지루하고 남루한 일상은 켜켜히 쌓여 스스로에게 호된 질책으로 자학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쨌든 때늦은 사춘기 같은, 그런 정체성의 혼돈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끝내 난 외부와의 단절이라는 처방을 내리고는 자폐증 환자인냥 고개를 한껏 접고 홀로 고행이라 했다. 친구와 이웃의 부름을 애써 외면하거나 거부하면서 철저히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1년여를 보냈다. 뚜렷한 방향이 설정되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한결 가벼워진 건 확실했다. 정말 오랫만에 이웃을 향해 웃음을 보일 수 있어 기뻤고, 더 이상 웅크릴 필요도 없었다.

그때에 나를 옳곧게 만들어준 것이 <꽃삽>이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이해인 수녀님을 경외하게 된 것이. 물론 이해인님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만 해도 난 종교적 색채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어 그리 호의적이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이해인, 그녀의 글은 수수하고 평온한 아이와 같다. 그녀의 언어는 맑고 잔잔하다. 그런 그녀에게서, 어지럽고 헝클어진 내 마음이 걸러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나보다. 이제서야,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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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3-12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꽃삽...제가 고교 시절...시험에 나오는 시들 절대 말고 좋아했던 시들의 대부분은 이해인 님의 시들이었지요... 꽃삽 그리고 민들레 영토에 나오던 시들...

그중 가장 좋아하는 시는 낡은 구두 입니다...

님의 글 읽고 정말 오랜만에 옛추억에 젖어봅니다...
더불어 요즘엔 너무나 시들과는 무관한 생활을 하고 있구나 하는 자각을 했네요!!

김여흔 2004-03-12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란게 얇지만 대하소설만큼 무거울때도 있죠. 저도 좀 멀리 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친근해졌어요. 사랑하면 시가 새겨진다는...

webzzang 2004-04-11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이해인수녀님을 좋아해요. 감사와 미덕이 몸에 베어있는 사람이라 그런가요?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 번이라도 만나서 악수한 번 청하고 커피한 잔마시면서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눌 수 있을 것같은 기분이 드는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김여흔 2004-04-12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은 맘을 가지고 계시네요. ^^
찾아주신 발걸음 감사해요, webzzang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