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을 사랑하며 | pp.111-113
「창을 사랑하는 것은
태양을 사랑한다는 말보다
눈부시지 않아서 좋다
......
창을 닦는 시간은 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간
창을 맑고 깨끗이 지킴으로
눈들을 착하게 뜨는 버릇을 기르고 ... 김현승 | 창」
버스나 기차를 탔을 때, 어쩌다 창가에 앉게 되면 여행이 더욱 즐거워진다. 차창으로 보이는 산, 들, 강, 집, 사란들 모두가 새롭고 반갑고 정답다. 살았 있는 사람만이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즐거워할 수 있음도 더욱 새롭게 느껴본다. ... 오늘은 창가에서 한장의 엽서를 쓴다.

2004. 09. 01 15:00
올해 초, 타고 다니던 승용차를 팔고 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처음엔 요금도 몰라 기사에게 눈총도 받고, 덜컹거리고, 기다림에 익숙치 않았었다. 중고등학교 시절만 해도 등하교 시간의 버스는 그야말로 만원이었지만 지금의 시골버스는 몇 되지도 않는 좌석이 채 차지도 않을 뿐더러 승객 대부분이 노인들이다.
버스를 기다리며 책도 읽고 수첩도 긁적이고 버스에 올라 창가에 앉아 먼 산을, 먼 하늘을 바라보며 지나는 바람에 살결을 적셔본다.
가을날의 창밖, 어쩜 저리도 고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