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 오텔로 (DTS)
유니버설뮤직 / 2006년 3월
평점 :
품절


베르디의 오페라 중 가장 먼저 접한 것이 <오텔로>이다.대개 오페라 팬들은 <라트라비아타><리골레토>등을 먼저 듣고 <오텔로>쪽으로 오게 된다.그런데 무식이 재산인지 <오텔로>가 먼저 눈에 띄었다.마리오 델 모나코의 데카판을 대본 따라가며 봤던 기억이 난다.<오텔로>에는 <라트라비아타>나 <리골레토>처럼 멜로디를 쉽게 따라 흥얼거릴 수 있는 유명한 아리아가 많이 등장하지는 않는다.그래서 아마 오페라팬들이 조금 나중에 듣는 음악으로 취급하는 듯하다.물론 음악사적으로는 베르디 중기 이후의 대표작으로 바그너와의 연관성까지 거론되는 대표작이지만 말이다.



오텔로는 한 시대에 몇 명 밖에 제대로 소화해낼 수 없는 어려운 역이다.일단 드라마틱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리릭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파바로티가 최고의 오텔로가 될수 없는 것도 그때문이다.또한 질투로 눈이 벌개진 무어인을 연기해내는 광기 역시 필요하다.황금의 트럼펫이란 멋진 별명을 가졌던 마리오 델 모나코는 여전히 20세기 최고의 오텔로로 기억된다.동시대 테너 중에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최고다.(물론 이제는 도밍고도 더 이상 오테로를 부르지 않는다.)그는 제임스 레바인과의 RCA 녹음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오텔로의 녹음을 남겼다.마지막 음반은 DG에서 나온 정명훈과의 협연이었다.도밍고의 녹음만 연대기적으로 따라가도 테너 가수 도밍고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정도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은 실험적인 무대 연출을 자제한다.가장 규범적인 무대 연출을 지향하는 것이다.무대도 큼직하니까 제피렐리나 모진스키 같은 감독들이 고전적 스타일로 연출을 한다.오페라를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그래서 권장된다.그러나 이것도 일반론이므로 경계해야 한다.실험적 영화나 연극 연출에 익숙해 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이게 기본이니까 이것부터 시작해야돼' 라고 한다는 것은 웃긴일이다.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는 펄럭이는 드레스 입고 출연하는 고전스타일 연출은 지루할 수 있다.대충 사전정보를 얻고 난 후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공연을 찾아 보면 될 뿐이다.

메트오페라단의 공연물이 관심이 가는 것은 국내 라이센스판으로 나왔기 때문이다.당연히 한국어 자막이 있다.대신 잘 보고 사야된다.물론 수입DVD가 화질면에서 조금 낫다고 한다.그러나 어차피 이 공연물이 조금 지난 시절의 것이기 때문에 화질보다 가격에 신경쓰는 편이 나을 성 싶다.한국어 자막과 저렴한 가격을 고려한다면 라이센스판이 경쟁력이 있다.

도밍고의 연기력은 오페라 가수들 중에서 최상급에 속한다.일단 비디오가 괜찮기 때문에 오텔로를 해도 스카르피아를 해도 백조의 기사를 해도 다 어울린다.3테너 시대가 막을 내린 시점에서 도밍고의 DVD가 여전히 자주 출시되는 이유는 그의 멋진 외모와 연기가 한 몫하는 것 같다.

이 오페라에서 도밍고는 젊은 시절의 패기를 보여주지는 못한다.아무리 관리를 잘한다고 하더라도 세월의 무게를 감당할 수는 없다.그렇지만 부자집이 망해도 삼대를 가는 법.전성기를 지났다 하더라도 '시대의 테너'를 누가 폄하할 수 있겠는가.데스데모나 역의 르네 플레밍은 캐스팅 당시 감짝 쇼로 여겨졌던 듯 하다.그녀를 보면 푸우 곰이 생각난다.적당히 통통하고 귀엽다.도밍고와 같이 서있을 때는 훨씬 얼굴이 커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플레밍은 사랑스러우며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가장 화제가 되었던 게 제임스 모리스가 연기한 이아고 역이었던 듯 하다.제임스 모리스는 훤칠한 키에 낮은 소리를 가지고 있다.모리스가 연기한 이아고는 지적이며 냉철한 현대적인 캐릭터이다.'악의 평범성'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모리스는 꽤나 잘 어울린다.강력한 카리스마는 없지만 대신 바닥에서 음흉하게 웃음을 띄는 지글지글함이 묻어 있는 연기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DVD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연출,한글 자막 지원,가격 경쟁력등을 고려할 때 꽤나 매력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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