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디 : 리골레토
레오 누치 바리톤 / TDK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리골레토 공연 영상물 중에서 나름대로 인기가 높은 베로나 실황이다.

거실에 있는 dvd 플레이어로는 이 공연을 볼 수가 없다.이제 6주된 아가가 거실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작은 소리에도 민감한 때여서 집안에서 걸어다닐 때도 조용 조용다닌다.하물며 오페라 감상이라니..

결국 아가가 자는 사이에 컴퓨터로 볼 수 밖에 없었다.컴퓨터로 보면 좋은게 화면 캡처가 쉽다는 것이다.특히 회사에서 몰래 몰래 보는 오페라 DVD는 훨씬 재미있다.ㅋㅋ

이 공연은 2001년 베로나 실황이다.리골레토 영상물 중 높은 평가를 받는 공연 물 중 하나이다.커다란 무대에서 공연을 진행하기 때문에 배우들이 무척 작아보인다.하지만 어차피 현장에서 보는게 아니라 카메라를 통해 보는 것이기에 dvd시청자들에겐 크게 핸디캡이 되지 않는다.오히려 실황의 자연스러움과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더 좋다.베로나 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모습을 보는 것도 즐거움을 준다.

무대는 비교적 단촐하고 의상 역시 전통적인 스타일을 따른다.특출난 연출이 아니어서 무대연출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말이 필요없다.사실 가장 특징은 베로나 극장 자체이다.세계에서 가장 큰 야외무대.저녁 식사하고 여유있게 앉아 있는 듯 한 이탈리아 팬들마저도 극장의 소품같다.


배우들은 조금 낯선 성악가들이 많다.

만토바 공작을 맡은 마차도는 키가 좀 작다.극 초반에 집중력이 조금 떨어진다.시선처리도 어색함이 묻어난다.바람둥이 만토바 공장의 욕망을 표현하는 연기의 표현력은 조금 낮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다.

 유명한 아리아 <여자의 마음>을 부르고 난 후 앵콜 요청에 씨-익 하고 웃는다.관객 중에 몇 명이 아주 큰 목소리로 앵콜을 외친다.

실황 공연에서 볼 수 있는 현장감이다.

미성이지만 호소력이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만토바를 맡았던 너무 유명한 가수들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질다 역을 맡은 가수는 일바 뮬라 이다.그녀의 외모는 얼핏 르네 플레밍을 닮았지만 플레밍에 비해 서민적(?)으로 생겼다.질다역 치고 왠지 산전 수전 다 겪은 주름이 눈이 띈다.그녀 역시 공연 초반에 시선 처리가 어색하고 극에 깊이 몰입되지 못한 인상을 준다.하지만 점차 캐릭터를 잘 소화해낸다.

그녀의 가창은 훌륭하다.현재 유럽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가수 답다.리골레토에게 만토바의 용서를 구하는 2중창에서는 레오 누치와 함께 멋진 장면을 연출한다.고음 처리도 비교적 깨끗하며 짜릿한 맛이 있다.



하지만 이 공연의 알파와 오메가는 레오 누치 몫이다.역시 현역 최고의 리골레토라는 평이 전혀 손색이 없다. 공연 당시 60에 이른 나이 였음에도 대단한 카리스마로 베로나 무대를 장악한다.바리톤 가수들이 테너나 소프라노 들에 비해 생명력이 길긴하다.레오 누치의 카리스마에 다른 가수들은 그 빛을 잃는다.노래는 말할 것도 없고 눈빛과 감정의 표현이 리골레토 자체다.딸을 찾기 위해 만토바 공작의 집 앞에서 으르렁거리다 결국 비굴하게 자비를 구하는 장면에서는 전율이 돋는다.대단한 표현력이다.2004년인가 조수미와 우리나라에서 공연을 가졌다고 하는데....

레오 누치의 연기와 노래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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