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소화 - 4백 년 전에 부친 편지
조두진 지음 / 예담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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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외화 TV 시리즈 물 중에 <환상특급>이라는게 있었다.주말 저녁 때쯤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조두진 작가의 <능소화>를 읽으며 그 중 인상적이었던 한 편이 떠올랐다.

어느 날 소년이 열병을 앓는다.같은 시각,300-400백년전 소년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 어느 소녀 역시 열병을 앓는다.(과거와 현재가 동일 시간 속에 형성되어 있다.) 생사의 기로를 오고 가던 다른 시대의 두 친구가 서로의 눈과 귀를 통해 다른 세계를 보게 된다.물론 텔레파시 처럼 서로 이야기 하기도 한다.둘 다 내성적이었으며 진지한 아이들이었다.그 둘은 서로의 낯선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듣느라 밤이 새는 줄 모른다.그러나 문제가 생겼다.소녀는 마녀 사냥의 시대에 살고 있었다.소녀가 현대의 소년으로 부터 보고 들은 이야기를 주변에 이야기하자 사람들은 그녀에게 마녀가 씌웠다고 수근거리기 시작한다.'쇠덩이가 말보다 빨리 달리고 독수리 보터 커다란 새에 수백명의 사람이 타고 날아다닌다.' 이런 말들은 교구 내에 있는 목사에게 들어간다.목사는 호색한이였다.그 소녀에게 마녀감별을 한다면서 응큼한 수작을 부린다.소녀는 달아나고 분개한 목사는 소녀를 마녀로 매도한다.소녀는 감옥에 갖히고 곧 화형을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현대에 살고 있는 소년은 어떻게 해줄 도리가 없다.화형식 날은 점점 다가오고...소년은 도서관으로 달려간다.그리고 소녀가 살고 있던 시대의 지역 역사 책을 샅샅이 뒤진다.그 목사에 대한 약점을 찾아낸 것이다.

화형식날 목사는 소녀에게 마지막 할 말을 묻는다.소녀는 '나는 마녀가 아니다.하나님을 섬기겨 그분으로 부터 새로운 계시를 받았다.마을 어디 어디 나무 밑을 파면 목사가 몰래 암매장해놓은 시신이 있을 것이다.하느님은 그것을 알려주고 정의를 새우기 위해 나를 도구로 쓰신 것이다.'  목사는 당황하며 도망간다.

소녀는 풀려나고 얼마지나지 않아 소년에게 더이상 혼란을 막기 위해 교신을 끊기로 했다는 마음을 전한다.시간이 흐르고 모든게 일상으로 돌아왔다.또 시간이 흐른다.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소녀의 목소리를 듣는다.소녀는 소년에게 그 마을에 여전히 냇물이 있는 지 그리고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지 묻는다.소년은 그렇다고 말한다.소녀는 소년에게 "그 나무 아래 수풀을 뒤지면 평평한 돌이 나올 거야.거기를 찾아봐 내가 남겨 놓은게 있어" 소년은 400년전 남긴 소녀의 흔적을 찾으로 그 숲을 간다.그리고 거기 오래된 바위 한 켠에는 이런 말이 써있었다. '오래전 부터 당신을 사랑하는 친구가..'

<도모유키>의 작가 조두진의 두번째 소설<능소화>는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미라와 그 옆에 놓인 편지('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재로 한다.젊은 나이에 남편을 읽은 원이 엄마의 가슴 아픈 사연이 구구절절 남겨 있다.그 미라는 왜 썩지 않고 아직 남아 있던 걸까?또 같이 발견된 편지들 중 대부분은 삭아 없어졌는데 이 편지만은 왜 원형 그래도 보존되어 있던 걸까? 작가의 상상력은 한 사람의 사랑과 염원이 이를 오래도록 지켜나갔다는 쪽으로 발전한다.소설 <능소화>는 여기서 출발한다.

소설 <능소화>는 <전설의 고향>이다.소설은 액자 소설과 르포타주 양식을 취하고 있다.하지만 내용은 400년전 안동 땅에 살았던 응태와 여늬 이야기가 중심이다.신화나 전설에서 일반적인 장치들이 거의 전형적으로 이 소설에서 씌이고 있다.예언,금기,금기에 대한 저항,그러나 운명적인 만남,거부할 수 없는 운명의 슬픔..

'원이 엄마의 편지'를 능소화와 연결한 것은 작가가 우연히 능소화를 보았던 날 동행한 노선생님의 말에서 비롯된다. 그는 "능소화에는 어여쁜 여인이 꽃이 되어 님을 기다리며 담 너머를 굽어본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는 말을 남긴다.저자는 '원이 엄마의 편지'와 '능소화의 전설'을 엮어서 400년 전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이다.

..사전에서 찾아본  능소화는 이렇다

 능소화(Chinese trumpet creeper )
금등화()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이다. 옛날에서는 능소화를 양반집 마당에만 심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능소화는 하늘의 꽃이다.옥황상제의 정원에 있던 꽃이며 아름답지만 독이 있는 꽃이다.프로메테우스처럼 이 꽃을 훔쳐 인간 세상에 퍼뜨린 사람이 있었다.여늬다.물론 현실에서 인간의 몸으로 사는 여늬는 아니다.응태의 신탁은 소화꽃을 멀리 해야만 천수를 누릴 수 있었다.응태의 아버지 이요신은 모든 수단을 써서 응태를 지키려한다.또한 불길한 예언을 같이 안고 있던 여늬 아버지 역시 여늬를 불운으로 부터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그러나 운명은 인간의 노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법.이 둘은 소화꽃 넘어 드는 담벽에서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설의 전개 과정은  <전설의 고향> 한 편을 본 듯하기 때문에 아주 친근하며 한편으로 식상하기도 하다.)결국 응태를 먼저 보낸 여늬 역시 능소화를 그녀의 무덤에 심게하여 다른 세상에서 응태를 만날 염원을 놓치 않는다.

한 여인의 사랑은 400년을 살아 남았고 능소화로 만발한다.

소설의 소재는 너무나 매력적이었다.아마 앞으로도 이 소재는 여러 장르로 또 여러 상상력이 첨부되어 생산될 듯하다.그러나 이 매력적인 소재를 요리하는 방식에 있어서 조두진 작가의 요리법이 성공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기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아니 너무 부담이 없어서 오히려 밍숭맹숭하다.<도모유키>에서 보여준 작가의 인간의 보편성에 대한 고찰이 아무래도 <능소화>에서는 조금 떨어지는 듯 하다.물론 모든 작품을 첫 작품의 틀안에서 쓸 필요는 없다.하지만 <도모유키>이후 작가의 새로운 작품 대해 갖은 기대에 비하면 평균 이상의 점수를 주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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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9-30 19:20   좋아요 0 | URL
전 도모유키도 기대에 못 미쳤거든요. 시도도 좋고 시작도 좋은데 끝이 다부지지 못하단 느낌이 들어서요. 이 책은 관심은 가는데 선뜻 읽고 싶은 충동은 안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