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두껍고 딱딱한 책을 질질거리면서 보다가 보니 빨리 읽고 싶은 책이 땡긴다.아름다운 책 표지의 이 책 <능소화> ....눈에 확 들어온다.<도모유키>로 한겨레 문학상을 받은 조두진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다.<도모유키>에서 보여준 그의 능력이 한껏 기대를 갖게 한다.
연애 소설을 보고 싶었는데 이게 사랑이야기라니...이건 두말 할 것 없이 이번 구매 목록에 들어간다.관련된 글을 읽었는데..아..이런게 있었다니.
이 책은 경북 안동에서 택지조성을 위해 분묘이장하면서 발견된 미라와 연서에서 모티브를 얻어단다.그 연서의 제목은 <원이 엄마의 편지>...400년전에 씌여진 편지다.
난 이런거 좋아한다....뭔가 시공간을 초월하며 이어지는 그 강한 느낌들....

원이 아버지에게
병술년(1586년) 유월 초하루날 아내가
당신 언제나 나에게 '둘이 머리 희어지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하셨지요.
그런데 어찌 나를 두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나의 어린 아이는 누구의 말을 듣고 어떻게 살라고 다 버리고 당신 먼저 가십니까?
당신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져왔고 또 나는 당신에게 어떻게 마음을 가져왔었나요?
함께 누우면 언제나 나는 당신에게 말하곤 했지요.
'여보,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요? 남들도 정말 우리 같을까요?'
어찌 그런 일들 생각하지도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요?
당신을 여의고는 아무리해도 나는 살 수 없어요. 빨리 당신께 가고 싶어요.
나를 데려가 주세요. 당신을 향한 마음을 이승에서 잊을 수가 없고, 서러운 뜻 한이 없습니다.
내 마음을 어디에 두고 자식 데리고 당신을 그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이내 편지 보시고 내 꿈에 와서 자세히 말해주세요.
꿈속에서 당신 말을 자세히 듣고 싶어서 이렇게 써서 넣어 드립니다.
자세히 보시고 나에게 말해 주세요.
당신 내 뱃속의 자식 낳으면 보고 말할 것이 있다하고 그렇게 가시니
뱃속의 자식 낳으면 누구를 아버지라 하라시는 거지요?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겠습니까?
이런 슬픈 일이 하늘 아래 또 있겠습니까?
당신은 한갓 그곳에서 가 계실 뿐이지만 아무리 한들 내 마음 같이 서럽겠습니까?
한도 없고 끝도 없어 다 못 쓰고 대강만 적습니다.
이 편지 자세히 보시고 내꿈에 와서 당신 모습 자세히 보여 주시고 또 말해 주세요.
나는 꿈에는 당신을 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몰래와서 보여주세요.
하고 싶은 말 끝이 없어 이만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