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들의 외교사 - 먼로주의에서 부시 독트린까지 미국의 외교전략
김봉중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카우보이들의 외교사>는 미국 대통령들을 중심으로 그들이 펼친 외교전략을 둘러 볼 수 있는 책이다.미국 국내 문제까지 두루 다룬 미국사 책과는  차별성을 가진다. 일반적인 미국통사에서 가장 크게 다루어지는 사건들이 여기서는 외교문제와 관련된 배경으로 간략하게 취급된다.오히려 우리에게 낯선 제 2의 독립전쟁이라고 할 만한 1812년 전쟁,제국으로의 첫발을 내디딘 스페인과의 1898년 전쟁 등이 훨씬 비중있게 다루어진다.사실 몇 권의 책을 통해 미국사에 대해 점검하면서도 이러한 전쟁이 가진 미국 외교사적 중요성은 그다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00사건 이후 미국은 이렇게 변했다.."라고 말해도 그것은 그 책 안에서만 효용성을 갖는 문장 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햇던 미국 외교이론들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그동안 외교적 사건이 갖는 역사적의미와 세계사적 의미를 연속성 차원에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다.<카우보이들의 세계사>는  미국의 대외관계 변화를 길지 않은 글 속에서 한 눈에 짚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책의 수준  역시 국사교과서 수준이다.나같은 일반인들이 읽는데도 전혀 부담이 없다.그러나 교과서적으로 씌여졌다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미국 외교사를 전체적으로 정리해보고자 할 때는 장점이 된다.하지만 우리 국사 교과서가 가진 가치문제에 불만을 느낀다면 이 책이 가진 교과서적 객관시각이 아쉽기도 하다.교과서적 객관 시각이라는 것은 결국 가치문제를 배제하고 결과 중심적으로 역사를 서술해 나가게 된다. 교과서 시각에는 정책 집행 주체의 시각만이 존재할 뿐이다.그 안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장은 한줄로 요약된다.'원주민의 반발이 있었다...' 한 권의 짧은 역사책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임을 안다.그러나 '죽음'의 '통계' 숫자로 남는 미국의 해외파병 등의 문제에 '통계' 보다 '죽음'에 시각을 맞추는 비학자적 시각은 학자에게 기대하기 어려운 건 지 모르겠다.이 책을 읽다보면 짧은 서술 속에 너무 많은 가치 문제들이 그냥 휙휙 지나가는 느낌을 받게된다.책이 읽기 쉽다보니 그 속도에 맞추다가 그 역사가 내포하는 가치문제마저 휙휙 빠져 나가 버리는 느낌이 들어서 경계하게 된다.

또한 저자가 말하는 외교과정에 발생하는 미국 내 여론이나 세계의 여론이라는 것도 의심스러울때가 있다.예를 들어 클린턴 정부의  '경제 외교' 결과 추진된 NAFTA에 대한 멕시코와 미국내 여론을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 부시 행정부가 기본적으로 클린턴의 외교정책을 답습했던 가장 좋은 본보기는 NAFTA에 대한 계속적인 지지와 지원이었다.NAFTA덕에 미국은 물론이고 멕시코,캐나다에서 고용이 늘었으며 특히 멕시코의 생활수준 향상은 곧 바로 정치적 안정으로 이어졌다."

멕시코 정부가 밝힌 거시경제 자료를 토대로 두고 보면 멕시코인들이 NAFTA의 수혜자일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한미FTA 과정에서 밝혀지는 멕시코의 실정은 저자가 밝히고 있는 입장과 커다란 차이가 있다.NAFTA 12년동안 멕시코의 실업률은 3.6%로 통계상보면 안정되어 보인다.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취업한 사람 가운데 70%가 비정규, 임시직이다.1993년을 100으로 했을때  제조업 1인당 실질임금은 73 수준이다.농민 130만명이 삶터를 잃었고 어린이 노숙자가 10만명을 넘는다.멕시코의 대표작물인 옥수수,그리고 옥수수로 만든 대표음식인 토르티아의 가격은 무려 700% 올랐다.캐나다...캐나다는 미국 다국적기업의 기업소송에 걸려 공공부문이 흔들리고 있다.북아메리카에 있지만 토리주의적 전통으로 복지에 대해 유럽식 스타일을 따라온 캐나다는 NAFTA 이후 환경,노동 분야에서 특히 미국의 압박을 받고 있다. FTA를 논하는 책은 아니지만 교과서적인 위의 저런 인용이 어떤 연구과정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스럽다.그저 교과서적으로 간략하게 쓰기 위해서 였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렵다.

<카우보이들의 외교사>는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의 퇴임사로 부터 시작한다.이때부터 미국 외교의 주된 축이 되는 것은 "고립주의"이다.고립주의는 말처럼 미국이 여기 저기로 부터 관여받지도 않으며 관여하지도 않겠다는 것이다.염두에 둔 것은 당연히 유럽이다.당시 미국은 신생독립국이었고 상대적으로 유럽대륙에 비해 힘이 약했다.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썩은 유럽으로 부터 미국의 정신을 보호하고자 '고립주의'를 미국 외교의 전통으로 구축하려고 애썻다. 고립주의의 전통이 가장 세련되게 구사된 것이 1823년의 먼로주의이다.먼로주의는 유럽의 아메리카 대륙에 대한 개입을 금지한다는 선언이었다.먼로주의는 미국의 팽창을 막으려는 유럽의 외교전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자 실제적으로는 국내용 전략이었다.먼로독트린은  당시 국무장관이자 뒤에 대통령이 되는  존 퀸시 애덤스의 작품이었다.먼로 독트린이 나오기 까지의 과정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외교의 매력이란게 이런 것이구나 하고 느끼게 할 만하다.국제 정세와 각국의 힘의 균형,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어우러져 먼로 독트린을 만들어 낸다.

아메리카 대륙을 유럽의 눈독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먼로 독트린은 미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오히려 미국의 대륙팽창과 중남미 패권 장악의 이론적 근거가 되기도 한다.1898년 미국은 쿠바를 두고 스페인과 전쟁을 하게된다.미국 외교사에서 분수령이 되는 사건이다.늙은 호랑이 스페인은 미국에게 참패를 당한다.미국은 이어서 논쟁 속에 필리핀을 합병한다.이어서 미국 대통령 중에서 가장 팽창주의적인 시어도어 루즈벨트가 권좌에 앉게 된다.루즈벨트는 <먼로 독트린에 대한 보충이론>이라는 선언을 통해 중남미 지역에 대한 경찰국가로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한다.루즈벨트는 불안한 중남미에 대한 유럽의 개입을 막기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 지역에 경제적 군사적 도움을 주어야 한다고 나선 것이다.동아시아에서는 러일 전쟁이 일본의 승리로 끝났다.루즈벨트는 이의 중재를 통해 필리핀에 대한 안정성을 확보하고 일본의 한국 지배를 인정했다.우리가 국사교과서에서 배운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포츠머스 회담이 그것이다.루즈벨트는 변형된 먼로주의를 통해 힘에 의한 세계 평화의 구축을 추진한다.

20세기 초반에는 루즈벨트식 힘의 외교에 이은 또다른 외교의 큰 틀이 만들어진다.'이상주의적 국제주의'라고 통칭되는 윌슨주의가 그것이다.이 윌슨주의는 우리에게 3.1운동에 영향을 준 '민족자결주의'로 알려져 있다.윌슨주의는 아직도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외교 축으로 언급되고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윌슨주의는 먼로식의 고립주의도 루즈벨트식의 팽창주의도 아니다.윌슨의 국제주의는 미국이 추구하는 자유주의의 긍정적인 이상에 근거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윌슨은 프로테스탄트 정신에 입각해서 도덕주의적인 미국을 세계에 전파하려는 선교사적 소망을 가졌다.윌슨은 국내적으로 대기업과 트러스트를 파괴하여 자유주의 정신을 실현했으며 질서에 바탕을 둔 자유주의를 대외정책의 모토로 삼았다.하지만 윌슨의 이상주의는 멕시코 문제 개입과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윌슨의 이상주의가 가진 한계이면서 제국으로 팽창하기 시작한 미국의 현실과 도덕적 가치를 결합시킨 모순이 터져나온 것이다.이후 미국은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기 전 까지 루즈벨트식 선린외교,일종의 고립주의를 유지한다.

2차 대전이 끝나고 세계는 두 편으로 나누어진다.루즈벨트의 급서로 대통령이 된 트루먼은 소련의 견제를 위해 강력한 개입전략을 추진하게 된다.이른바 대소강경책을 골자로 하는 트루먼 독트린이다국내에서는 메카시 열풍과 국외적으로 중국공산화등이 대소강경책에 대한 국민적 여론을 모으기 용이했다.

이후 미국 외교사에 가장 큰 사건은 베트남 전이었다.케네디 사후 등장한 린든 존슨은 통깅만 보고를 받은후 전향적으로 미군의 참전을 결정한다.1965년은 베트남전의 미국화가 된 시점이다.67년까지 50만명의 병력을 투입하고 남베트남에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베트남은 미국 역사에 치욕을 남기고 말았다.이후 미국 외교에서는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외교발언권이 높아졌다.외교분야에서 제왕적 대통령과 그에 대한 견제자로서 입법부의 권위가 동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그리고 베트남 악몽을 벗어나게 헤준 것이 조지 부시의 이라크 '사막의 폭풍작전'이었다.레이건의 힘의 외교와 소련의 붕괴로 냉전이 무너졌다.미국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도취해 있었다.이라크는 냉전의 와해지점을 중동 재편의 시작점으로 보고 쿠웨이트를 침공한다.걸프전은 냉전 시기 개발된 전략무기들의 전시장이 되었다.전쟁의 개념을 확연히 바꾸어 놓았다.CNN은 전쟁 상황을 중계했다.미국은 지상군 투입 100시간 만에 전쟁 승리를 선언했다.이제 미국은 세계 유일의 제국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클린턴의 '경제외교'에 이어 미국의 새로운 전략이 나온 것은 9.11 테러이후다.부시는 나쁜 놈이니까 다 나쁜거고 더 말할 필요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1기 부시 행정부와 2기 부시 행정부는 그 성격이 차이가 있다.뭐 다 똑깥다고 하면 ..단군 이래 대한민국도 다 똑같은 거니까 할말 없지만...9.11테러 이후 조지 W 부시의 '힘에 바탕을 둔 일방외교'는 미국 외교상에서도 극단적인 경우이다.물론 미국의 침략주의적 성격은 1898년 전쟁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하지만 지금처럼 국민과 양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다.서부 개척사의 야만성과 중남미의 개입 전략등에서 미국의 폭력성은 정파에 관계없이 드러난다.하지만 모든 것을 뭉퉁그려서 보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다 똑같은 나쁜 놈이고 매파든 비둘기 파든 다 한국을 못먹어서 안달남 놈들이니까...미국은 한국을 노리는 늑대에 지나지 않아." 라고 하고 의사당의 망치두드리듯 세번 꽝꽝꽝 찍는 짓은 좀 자제되었으면 좋겠다. 친미분자들 만큼이나 잡고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들이 감정적인 반미론자들이다.감정적 반미론은 마치 9.11 테러 이후 무차별적 테러와의 전쟁에 90%가까이 지지를 보냈던 미국민들과 별반 다를게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이 감정적 반미론은 결국 아무런 연속성도 가지지 못하고 정당한 반미운동의 반동만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미국 외교의 특징이 동적 가변성에 있다고 말한다.더 쉽게 말해서 무슨 무슨 이념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이다.저자는 외교사를 돌아볼때 미국이라는 제국이 메커니즘에 움직이는 것이 아닌 어설픈 제국일 뿐이라고 말한다.4년마다 한번씩 이루어지는 선거는 대외 외교전략과 국내 여론의 상관관계를 높게 만든다.국민들이 대외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그러나 어떤 특정 상황이나 그 상황으 피로감등은 투표에서 반영된다.미국의 외교전략은 의회,행정부,국민 여론이라는 복잡한 함수 관계 속에서 가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의 결론 중에 특히 주목가는 부분이 '국내 여론의 동향'이라는 부분이다.네오콘 들이 자신들의 거점을 잡지로 잡았던 점이 이 부분과 오버랩된다.네오콘들은 외교잡지등을 통해 자신들의 정책을 알렸고 각종 대중미디어에 네오콘 인사들을 중개했다. 여론의 동향이라는 것은  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진다.어느 매체가 설문을 작성하느냐 질문지의 방향이 어떻느냐에 따라 결과는 급반전 될 수 도 있다.이렇게 만들어진 여론조사들이 과연 객관적으로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지 의심이된다.이것은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큰 차이가 없는 미디어 여론조사가 가진 한계일 것이다.

저자는 미국민들이 외교문제에 무관심하다고 말한다.그것이 정책 결정자가 외교방향을 전환하는 주요근거가 되진 않을 성 싶다.저자는 가끔 그런 뉘앙스를 풍기긴 하지만 말이다.어느나라 국민이나 '경제'문제보다 '외교'문제에 더 관심을 갖진 않는다..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한미FTA라는 외교적이며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일반인들은 TV뉴스속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한미 FTA에 대한 반대 국민여론을 막기 위해 정부는 TV에 캠페인도 하고 소프트한 전략을 적극사용하고 있다.진보 진영은 FTA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더 많은 대중들에게 이문제를 알기 쉽게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시간이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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