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콘 프로젝트 - 미국 신보수주의의 이념과 실천 국제관계학 총서 4
남궁곤 편집 / 사회평론 / 2005년 3월
평점 :
절판


  "북한 설득의 최대실패자는 미국이다."라는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말들이 많다.이종석 장관은 북한문제를 두고 한미간에 이견이 있음을 어느정도 인정했다.보수언론과 야당은 이를 물고 늘어지면 공세를 취하고 있다.결국 청와대에서도 나섰다.노무현 대통령은 이종석 장관의 발언에 대해 힘을 실어주며 언론의 과잉대응에 못마땅함을 표했다.대통령의 이러한 지지 역시 보수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지 좋은 내용이었다.청와대는 반미냐 친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내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즉 한반도의 평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안보관계자는 미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단독으로 강경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다고 남측과 합의를 해 놓고 일본의 대북강경 분위기에 탄력받아 그 합의를 일방적으로 깨고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의 발언은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것이다.하지만 남북관계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일부 세력들에게 이러한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그들에게 세상은 선과 악으로 구분된다.북한은 여러모로 악이며 이는 소탕되어야 할 암세포일 뿐이다.그러므로 남북문제와 병행된 미국에 대한 접근법 역시 '친미냐 반미냐'로 단순화된다.한반도내의 항구 평화라는 전제를 가진 합리적 접근이나 단계론적 접근등도 이념 공세 하에서는 '반미'로 규정되곤 한다.이러한  극우적 시각은  일단 분단역사의 원기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하지만 시각을 조금 현재로 돌려본다면 바다 건너 미국 땅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집단을 만날 수 있다. 부시의 싱크 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들이다.

<네오콘 프로젝트>는 현재 미국 정치를 이해하는 핵심인 네오콘 세력들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목표로 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느 정도 성공적이었다.먼저 책의 서문은 현재 네오콘을 분석하는 몇 가지 틀들을 이야기한다.책의 서문을 통해서 네오콘을 분석하는 대략적인 아웃라인을 잡을 수 있다.또한 향후 네오콘 관련 공부에 있어서 읽고 있는 서적이 어느 분석 틀에 의한 접근인지 위치를 점검할 수 있는 방향잡이 역할을 한다.저자가 생각하는 미국 신보수주의자들에 대한 국내 연구 현황은 크게 4가지 방식이다.먼저 역사적 구분과 시기에 따른 연구,신보수주의자들의 사고유형 분석방법,권력네트워크를 통한 연구,정책 분석을 통한 연구등이 그것이다. <네오콘 프로젝트>는 기존의 4가지틀을 가지고 각기 다른 필자들이 미국 신보수주의에 대한 세밀화를 그려낸다.

물론 단점도 있다.공동집필 형태의 책에 늘상 지적되는 중복 문제를 이 책 역시 피할 길은 없다.그렇다고 각 필자가 담당한 영역의 텍스트가 중복되는 것은 아니다.각자가 맡은 영역을 이끌어 가기 위한 글쓰기 형식에서 불가피하게 중첩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이다.주로 네오콘의 역사적 형성과 변화,그리고 네오콘의 공통된 이데올로기등이 중복된다.이 책에서 여러번 반복되는 네오콘의 역사와 성격을 간단하게 정리해 보는게 좋을 듯 하다.

원신보수주의자들은 대개 좌파에 사상적 근원을 두고 있다.그들은 계급적으로 중하위층 계급 안에서 성장하였다.이들 중 다수는 대학시절 맑스주의나 트로츠키 주의 등 범 좌파 소속으로 구분할 수 있다.1세대 신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뉴딜정책에 긍정적이었다.하지만 1930년 대에 이르러 이들은 좌파의 소련 편향에 반대하며 자유주의적 반공주의로 이념의 틀을 바꾼다.이후 소련이 붕괴되기 전까지 반공은 신보수주의자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한다.이들의 반공 노선은 종교적 선악관을 받아들여 소련을 소멸시켜야 하는 '악'으로 파악했다.이러한 종교적 이분법의 전통은 부시 정권에게도 영향을 그대로 미치고 있다.자유주의적 반공주의자들은 반공 노선을 견지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복지와 사회 정의 실천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에 전통적인 미국 보수주의와는 차이를 두게 된다.

1960년대에 이르러 민주당의 좌파의 약진이 미국 사회에 두드러진다.미국의 사회 민권 운동의 분위기와 맞물려 케네디,존슨 정부의 자유주의적 개혁 드라이브가 사회 변혁을 추진한다.하지만 민주당 정부의 개혁은 초기 계획처럼 소정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게 된다.복지국가 프로젝트는 좌절되었으며 학생들의 급진적 움직임에 반대 하는 여론도 형성 되었다.신보수주의자들은 다시 민주당의 자유주의 노선에서 진보적 자유주의와 구분을 두며 정체성을 찾아나간다.즉 자유주의의 급진화의  반대 급부를 자신들의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게 되는 것이다.이들은 카터의 데탕트 외교 정책을 소련의 위협을 도외시한 낭만적이고 순진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이들은 민주당에서 공화당 쪽으로 방향을 수정한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에서는 신보수주의 자 내부에서 반공적 신보수주의자들보다 어빙 크리스톨같은현실주의적 신보수주의자들이 헤게모니를 얻게된다.미국의 대소정책에 유연성을 갖는 방안이 레이건 정부아래서 시도된다.그리고 소련의 붕괴라는 역사적 사안을 맞이 하게된다.

소련의 붕괴는 반공을 목에 걸고 있었던 신보수주의자들에게 정치권 내에서 위치를 모호하게 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대개 1세대 신보수주의자들은 냉전 종료후 윌슨주의적 대외개입이 자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내부균열이 발생한다.윌리엄 크리스톨,로버트 케이건 같은 2세대 신보수주의자들의 등장이 그것이다.이들은 미국의 민주주의와 미국적 가치의 전파라는 이념적 근거를 가지고 오히려 대외적인 미국 역량의 강화를 주장한다.다극주의에서 유일 패권을 가진 단극주의 시대에 미국의 역할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들은 언론과 잡지를 통해 그들의 주장을 정치권과 대중들에게 전파한다.그리고 9.11 테러로 미국의 안보가치가 급부상을 하는 시점에서 2기 부시 정권과의 선택적 친화성을 통해 정치 전면으로 부각되게 된다.

신보수주의자들의 대외전략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미국식 일방주의,단극주의,적극적 무력사용 ,친이스라엘주의 등으로 정리된다.9.11 테러 이후 자행된 아프카니스탄,이라크 전쟁은 부시와 네오콘이 가진 현재 미국 외교전략의 대표적인 형태이다.물론 여기에는 9.11 테러 이후 안보 노이로제에 감염된 미국민들의 정서도 한 몫을 한 것이 사실이다.특히 네오콘은 '시혜적 패권'이란 개념을 이용하여 단극 체제에서 미국이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비도덕적인 것이라고 말한다.이들에게 미국의 이익과 가치 전파를 위한 싸움에서  유엔이나 다른 동맹국과의 협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네오콘들이 국내 문제에 가지고 있는 가치문제는 흥미롭다.막연히 이들을 보수주의자로 구분 짓기에는 문제가 있다.일단 이들은 자유주의의 세속주의와 문화적 상대주의에 반대한다.민주당 집권기에 확산된 자유주의적 가치는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파괴했다.네오콘들은 미국적 가치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문화전쟁을 수행 중이라고 믿고 있다.이들은 자본주의 미국이 경제적 부와 자유를 가져다 주었지만 도덕적 실패를 기회비용을 삼았다고 본다.도덕적 가치 함양을 위해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들은 자유방임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던 전통 보수주의자들보다 더욱 더 문화와 종교,그리고 이념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하는 속성을 보인다.이들이 기독교 보수주의자들의 낙태반대,동성애 반대,학교내에서 기도 보장등의 가치에 있어서 연대를 보이는 것도 내적인 개연성이 있다.

네오콘들은 9.11 테러를 시점으로 부시정권 내에서 영향력을 급격히 늘려나갔다.일부에서는 이미 네오콘은없다라는 우회적인 말로 그들의 광범위한 세를 말하기도 한다.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그들이 언제까지 미국 대외정책을 좌지우지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우선 네오콘이 내세우는 미국적 민주주의 가치의 전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반론이 거세다.전쟁 종료를 선언했지만 여전히 고전하고 있는 이라크 국내상황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또한 행정부 내에서 신보수주의의 강경론에 제동을 거는 세력도 존재한다.세력의 분화는 같은 신보수주의자들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또한 신보주의자들의 권력 획득 방식도 이들의 지속성에 회의를 갖게 되는 대목이다.이들은 정치적 후원자에 의해 임명된 정부 요직을 맡고 있다. 이것은 다른말로 하면 정권 교체와 더불어 쉽게 교체가 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하다.물론 개인적으로 그들이 정부요직에서 물러난다고 신보수주의의 대중 영향력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단 지금 보다는 정책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어렵기 때문에 이념적 제공자의 역할을 맡게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드는 생각이 국내 뉴라이트와 네오콘의 유사성이다.특히 정치 철학에 있어서 네오콘이 영향을 받았다는 레오 스트라우스주의는 국내 뉴라이트에게도 철학적 어머니가 되는 듯 하다.홉스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뉴라이트들은 반대중주의,친엘리트주의들 그들 주장의 근저에 깔고 있다.또한 각종 시국 논쟁에서 기독교 우파들과 연대하는 모습들도 네오콘과 뉴라이트의 동질성을 보여준다.사상과 정치적 실천에서 유사한 뉴라이트들이 미국에 대한 태도는 명약관화하다.이들은  현실주의라는 이름의 패배주의의 휘장을 두르고 네오콘보다 더 미국에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다.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아니라는 생각이 수시로든다.오히려 반공의 기치 아래 적들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일전도 불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네오콘프로젝트>는 전체적인 흐름이 자연스럽고 네오콘을 규명하는 작업이 입체적이다.단 한 권의 네오콘 관련 책을 봐야 한다면 <네오콘 프로젝트>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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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7-28 17:56   좋아요 0 | URL
ㅆㅆ 바람구두님 소개로 본 책이지요.좋았습니다.아이 보는 재미는 아니고 아이 보느라 바쁘긴해요...짜식이 안아줘도 울면 어쩌라는 건지..그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순하다고 하는데.짬짬이 책은 계속 봐요.그거라도 안하면 일-아이 두 가지만 하기때문에 전 답답해서..ㅅㅅ ..(와이프는오죽하겠나 싶네) 후딱 보는 걸 잡아야 되는 돼 지난 번에 사놓고 못읽고 있던 700페이지짜리 <노자 이야기>를 보느라 또 시간 걸리네요.그래도 이야기를 쉽게 풀어서 다행이라는...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언제 맥주라도 한 잔 해야되는데..

2006-07-28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6-07-29 13:29   좋아요 0 | URL
00님>ㅅㅅ...오타왕!! ...회사에서 컴퓨터가 특히 후져서 한 자 치면 조금 있다 뜨고 그래요.ㅎㅎ 음악이 마음에 드셨다니 반갑네요.그래도 여름에 듣긴 좀 덥죠? 서늘한 바람불면 아마 진가가 드러나지 않을까 --제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