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신화들 - 미디어에 비친 지식인의 일그러진 초상
성일권 지음 / 고즈윈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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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은 간단히 말하자면 서구가 동양을 지배하기 위해 만들어낸 수많은 허상과 이미지들의 총합이다.20세기 서구 제국주의는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세계에 흉칙한 상처를 남겼다.오리엔탈리즘은 이들의 폭력에 심리적 면죄부를 제공한다.서양인들의 시각으로 식민지 민중들은 '야만'과 다름 없었기 때문이다.프란츠 파농은 왜곡된 이미지들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 양측이 심리적 외상을 겪는다고 갈파했다.내면화된 오리엔탈리즘은 한국 사회에서 자각을 모르는 종양덩어리와 유사하다.저자는 일제 식민지 과정과 냉전논리 속에서 한국민들의 내부에 깊숙히 자리잡은 오리엔탈리즘을 '복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명명한다. 일본과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하에서 왜곡된  이미지가 중층적으로 자가복제 된 상태를 말하는 듯 하다.

저자는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자리잡는 시점을 고전적 오리엔탈리즘의 변형 시점으로 파악한다.과거 유럽의 오리엔탈리즘은 식민모국/식민지,백인/흑인,문명/야만 등으로 이분법적 논리를 구사했다.팍스아메리카를 꿈꾸는 미국은 이를 재구성한다. 이름하여 '미국식 오리엔탈리즘'의 탄생이다.목표는 단 한가지다.모든 강대국들이 한번쯤 꿈꾸어왔던 '제국'으로의 변용이 그것이다.미국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국가를 '친미/반미'로 이분화한다.이를 통해 팍스아메리카를 위한 지지기반을 공고히 하게 된다.

 <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신화>를 구성하는 두 주인공은 미국 내 네오콘 세력과 국내 친미보수세력이다.부시 정권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네오콘에 대해서는 이미 어느 정도 알려져 있다.그들이 장악하고 보도하는 미국 언론의 내용들을 넙죽 넙죽 받아 쓰는 국내 신문 덕에 그들의 이름과 주장이 낯설지 않다.부시와 네오콘들은 세상을 '선과 악'으로 이분화한다.이 이분화는 종교적 어법으로 무장되어 있다.부시의 메시아주의적 성향에는 미국 기독교의 승리주의와 폐쇄성이 원인이 된다.부시와 네오콘에게 그런 의미에서 '북한'은 현존하는 가장 큰 위협이자 단번에 뽑아 버려야 할 충치와 같은 나라이다.부시는 남북화해 무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찬물을 끼얹는 언사를 마다하지 않았다.남과 북의 자체적 화해무드 조성은 부시와 네오콘이 입장에서는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개입할 여지를 없애는 일이다.그들이 믿는 '악'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은 '힘'에 의한 것이다.미국은 군산복합체의 경제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나라이다.미국에게는 지속적으로 딴지를 걸어주는 일이 필요하다.'9.11테러'나 '북한의 미사일 실험''이란의 핵보유'같은 사안들은 부시의 대외강경노선에 가속페달 역할을 한다.국민에게 위기의식을 심어 넣으며 힘에 의한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가치를 용이하게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부시와 네오콘은 '인권'이라는 카드를 통해 눈에 가시같은 국가들에 개입한다.일명 '인권 제국주의'가 그것이다.스스로 ' 인권','민주주의'라는 범인류적 가치를 구현하는 절대적 선의 위치에 미국이라는 이름을 써넣는다.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미국과 네오콘이 의도하는 바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 세력의 견제와 향후 미국과 패권 쟁패가 예상되는 중국에 대한 압박이다.북한 문제 역시 그 틀 안에 있다.

문제는 미국의 패권주의적 오리엔탈리즘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한국 내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이들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색깔론'이다.이들의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 사회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전부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언급하는 것이 귀찮을 정도다.이들을 상징하는 단어들은 '친일,반공,친미,친자본'등이다.어떤 이들은 이 들을 가르켜 '한 줌도 안되는 수구 세력'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이들은 세대 누적되어온 역사적 맥락이 있다.또한 냉전 시대의 비호하에서 사회 기득권으로서 여론을 조작하고 동의를 이끌어 가는 힘도 가지고 있다.또한 이들 뒤에는 네오콘과 새역사모임 과도 같은 미국과 일본의 우파 동지들도 있다.이들이 가진 이데올로기적 힘은 똑같은 세례를 받진 않겠지만 국민 다수의 암묵적 동의를 얻어낼 만큼 강력하다.하지만 이들에게 386의 힘으로 상징되는 '참여정부'의 탄생은 결정적인 위기의식을 갖게 했다.김대중 정권부터 부아가 틀려있던 이 엘리트 세력들에게 화염병이나 던지는 범죄자들과 상고 졸업한 변호사 출신 대통령은 처음부터 끌어내려야 하는 타도의 대상이었다.그 대표적 도전이 실패로 끝났지만 '대통령 탄핵'건이었다.

보수라는 이름도 부끄러운 <조선일보>파 조갑제,김대중,류근일.네티즌들의 민족감정을 자극했던 지만원,한승조,김완섭.보수 언론이 귀염둥이 송복,유석춘,제성호 교수.....이들에게 현 정부는 좌파 정부다.북한에게 대한민국을 홀딱 갖다 바쳐려는 세력들이다.그래서 이들은 양심적인 세력(?)인 자기들이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구국의 변(?)을 싼다.386세력들의 정권찬탈에 긴장한 이들이 만들어낸 것이 '뉴라이트'운동이다.사실 조중동에서 특집으로 '뉴라이트'에 대해 대서 특필해도 관심이 없었다.몇 몇 학자들도 책에서 지적하듯이 '뉴라이트'가 '올드 라이트'와 별로 다를게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물론 '뉴라이트'내에도 개별 정세에 대한 이해에는 차이가 있다.그러나 '친미,반공,친일'이라는 이념에 '색깔론'이라는 무기에는 그다지 다른게 없다.한국예술 종합학교이 정진홍 교수이 칼럼 제목은 이들의 아이덴터티를 정확히 보여준다. "적화는 됐고 통일만 남았나!".....  ..노무현 정권이 조선노동당의 문을 두드린다고 한다.이미 적화는 다 끝났다고 한다.....실소를 금치 못하는 칼럼이 그래도 공부했다는 대학교수의 머릿속에서 나온다니....

이들은 정치적 중립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현실 정치의 특정정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목표로 하는 것이 무언인지 짐작케한다.중립성은 그럴싸한 언설에 불과하다.이들에게 미국 패권은 금과옥조의 법칙이다.마치 임금의 행차를 바라보는 백성처럼 이들은 미국을 받아들이다.그나마 비판적으로 말해봐야 '미국에게 대적하는게 계란으로 바위치기 아니냐'는 굴종적인 역사관만을 들을 수 있을 뿐이다.미국의 청지기들은 절대 주인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다.청지기만 해도 먹고 사는데 전혀 문제없다.나름대로 기득권도 누릴 수 있도 소작농들에게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올드라이트'이든 '뉴라이트'이든 이들이 말로 내뱉는 국가와 민족의 발전이라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또한 아무때나 들이대는 '색깔론'은 알러지가 날 정도로 지긋 지긋하다.

정말 걱정되는 것은 미국 중심의 자본주의 패권하에서 민중들이 삶의 피폐화의 원인이 어디있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까 하는 것이다.과거와 비교해 강팍해진 삶의 원망이 진보와 개혁 자체에 돌아가게 되는 것이 우려된다.(이 점에서 진보의 이미지를 덮어쓰고 어리버리한 짓만 해댄 현 정권은 진보,개혁의 역사 아래 비난받아야한다.) 우리의 삶이 점점 피폐화되어 가는 것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자유주의와 분단 고착을 종용하는 미국의 대외정책,또한 이를 충실히 자기복제 해 사상의 편협성을 강요하고 획일적 군사문화를 몸에 심어놓은 냉전세력..해방 이후 누려온 장구한 기득권을 놓치 않으려는 모든 '올드' '뉴'..라이트 들 에 있다.

<별 넷을 줘도  문제는 없다.그럼에도 별 세개 인 것은 각종 비판적 저널에서 익숙해져 있는 내용이기 때문이다.미국의 대외정책기조,네오콘,한국 수구보수주의자들의 이념등과 같은 내용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던 분들께는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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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7-02 15: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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