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강아지들이 이미 붉은 혓바닥을 길게 내밀었다.날씨가 덥다.꼼짝 하기 싫다.그래도 좋은 음악이 나오면 난 가끔 각종 댄스를 선보인다.대내적으로 나는 스스로 인정하는 베스트 댄서다.하지만 대외적으로 또는 객관적으로 나는 몸치에 가깝다.이미 어느 정도 검증을 거쳐 공인된 것 같다.몇 년 전 인가..함께 일하는 날라리 직원이 임창정이 부른 <늑대와 함께 춤을>이라는 노래에 나오는 동작을 가르쳐 주었다.성실하게 몇 번을 가르쳐 주었는데 나의 동작은 거의 박수홍의 뒷걸음 댄스 수준이었다.(다행히 나는 박수홍의 뒷걸음 댄스는 좀 한다고 자부한다.)결국 그 친구가 내게 댄서로서의 사망선고를 내렸다.  "왠만하면 하지마..걍 술이나 마셔"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집에서 혼자 또는 와이프 앞에서 각종 댄스를 선보인다.노래에  따라 리듬에 따라 동작을 살짝 살짝 바꾸어가면서...최근에는 좀 늘었다는 칭찬에 우쭐해진 적도 있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를 읽고 나니 갑자기 열성인자의 총합에 가까운 내 몸 속의 댄스바이러스가 기지개를 슬금 슬금 편다.첨봐왐바의 노래가 라디오에서 나와준다면 리뷰를 잠시 접고 몸 한 번 풀어주는건데 요즘 그 노래는 잘 안나온다. (나도 춤추고 싶다!! )

책 제목부터 이야기 하자. 섹시하지 않은가?  올 상반기에 나온 책 제목 중에 베스트 오브 베스트이다.하늘나라에 있는 엠마 골드만이 이 사실을 안다면 그녀 역시 지루박 스탭을 밟았을 것같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의 부제는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이다.크게 보면 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는 철이도 영이도 좋아하는 '문화'와 관련된 내용들이다.90년대에 가장 남용되었던 말이 '문화'다. 현실 정치에 실망한 좌파 운동권도 일상영역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문화연구'로 뛰어들었다. 정부에서는 '현대자동차 100대'운운하며 '문화상품'의 중요성에 대해 독을 올렸다.좌파든 우파든 정치권이든 비정치권이든 전부 '문화' 앞에서 발을 모으고 꼬리를 흔들며 혓바닥을 낼름 낼름 거렸다. 전국적이며 전세대적이며 또 전이념적인 '문화'의 침공은 영이도 철이도 순이도 똘이도 다..'문화' 앞에는 너그럽게 만들었다. '문화의 탈정치화가 바짝 끈을 조인것이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의 저자 최세진은 '탈정치화'된 문화에 '정치성'을 부여한다.(책 팔아 주려면 이런 말하면 안되는데..애들은 정치라는 말만 나오면 무슨 개 닭보듯 하니까) 사실 뭘 부여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원래 문화예술 역시 정치적 지형을 갖는 것이고 그게 당연한 것이다.저자가 말하는 좌파적 상상력은 현재 너무도 일상적으로 여기는 문화현상들에 대해 한번 돌이켜 보는 힘을 말한다.즉 혹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매트릭스 아닐까...내가 혹시 어느 외계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따라 움직이는게 아닐까...(이건 좀 웃긴 비약이지만..초등학교 4학년때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요즘도 가끔..우리별이 그립고..^^) 좌파적 상상력은 문화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이다.하지만 현실의 장벽은 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시리즈에서 겨우 겨우 뚫고 들어가는 최첨단 건물들 보다 훨씬 강고하다.여기에 의문을 가지려면 '다르게보기'를 위한 좌파적 상상력이 필요한것이다.

이 책 1장은 주로 인터넷 게임,해커,SF소설등에 담긴 문화적 의미를 되새김질 한다.'게임이 그냥 게임이 아니다' 라는 것을 저자는 말하고 싶어한다.지배자와 동일시 하는 게임.게임 이용자들은 자신의 가치를 늘 지배자의 시선에 둔다.하지만 실제로 그들 게임 이용자들 다수는 세상의 SCV들이다.죽어라 자원(노동) 캐다고 적들이 치고 들어오면 집 지키려고 몸빵으로 적들을 막는다.노동은 하는데 적은 안막는다고..??(전쟁나면 예비군 안나가나..다 소집된다.걱정마시라.물론 나는 민방위다.민방위 SCV) 저자는 게임의 이데올로기적 속성에 대해 관심을 두길 주장한다.또한 세상에는 이러한 자본주의적 게임이데올로기에 대항하기 위한 게임제작단들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개인적으로 한가지 이 책을 읽으며 관심을 가지게된 것 중에 하나가 SF소설이다.SF가 장르문학의 편견때문에 폄하된 것이 사실인데 내가 그 증거다.난 SF소설을 한 권도 아직 보질 않았다.읽어야 할 책들도 많은데 평가절하하는 SF까지 섭렵하라는 것은 무리다.그런데 이 책을 보다가 SF가 정치적,사회과학적 내용들에 대한 은유를 담고 있다는 사실에 눈길이 머물렀다.생각해보면 조지오웰 같은 작가들의 소설은 장르적으로 SF임에 틀림없다.그런데 SF에 대한 저평가가 '조지 오웰은 조지 오웰이고 SF는 SF지 '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듯 하다.어슐러 K 르귄의 <빼앗긴 자들><어둠의 왼손>등은 언제 시간나면 꼭 봐야겠다.

2장은 유명한 예술가들의 삶과 예술의 정치적 의미들을 읽어낸다.바그너,쇼스타코비치,존 레논,피카소 등이다.70년대 피카소 크레파스 사장이 정보부에 끌려갔다는 것은 뒤에 나오는 음악 검열의 사례와 더불어 웃지 못할 에피소드다.그리고 첨바왐바는 의외였다.사실 첨바왐바의 "Tubthumping"은 너무 유명한 노래다.또한 그 노래만 신나게 들었지 그 그룹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그맘때 쯤 해체,재결함 소식이 난무한 RATM 소식은 관심이 갖지만 말이다.첨바왐바가 노동계급과 함께 음악을 하는 단체임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되었다.또한 그들이 상업 미디어 회사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방식 역시 비판의 여부를 떠나 흥미롭고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다.3장은 체게바라,라쿠카라차,민중불교,조선혁명선언 등 뭐 하나로 카테고리화시키기 어렵다.그래도 재미있는 내용들이 많다.또한 체 게바라 T 셔츠와 관련된 기억이 떠올라서 더욱 그랬다.

몇년 전에 체 게바라 T셔츠를 한 장 사고 싶었던 적이 있다.그 유명한 꼬르다가 찍은 사진이 프린트돼어 있는 T셔츠 말이다.하지만 아직 까지 우리 집 빨랫대에서 체 게바라의 얼굴을 본 사람은 없다. 체 게바라 대신 존 콜트레인의 T셔츠가 바람에 펄럭인다.Sheet of sound....브브브..(내가 만든 테너 색소폰 소리의 의성어다.맘에 드는데 ..훗) 체 게바라 T셔츠에 눈독만 들이고 포기한 것은 잘한 일이다.혁명도 팔리는 시대에 그 상업화된 혁명을 사는 짓은 하지 않는게 내 작은 자존심이었기 때문이다.저자 역시 체의 혁명성은 사라지고 상업성만 남은 현상태를 질타한다.지하철 노조 파업한다고 '지들 돈 좀 올려달라고 저 난리다'라고 하면서 가슴에는 체의 T 셔츠를 떡 걸치고 있는 대학생들은 없어져야 한다.또한 체의 T셔츠를 입은 동네 깍두기 아저씨들도..아마 그들에겐 체 게바라가 정말 "잘생긴 전사가 풍기는 1960년대의 낭만적이미지" 정도 일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고민 거리를 던져 주는 것은 4장인 < 인터넷 광장>이다.2002년 촛불 시위에서 보여준 네티즌들의 동력과 운동방식 또한 겉돌았던 기존 운동조직의 모습들이 비판적 관점으로 씌여있다.핵심은 네티즌이라는 새로운 사회주체의 등장에 따라 기존 운동조직 역시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를 수용하고 이들의 동력을 끌어갈 수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저자가 민주노총 정보통신 부장을 역임했기 때문에 그가 느끼는 위기의식이라는 것이 더 절실하다.개인적으로 네티즌에 대해 저자처럼 긍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인터넷을 도구적으로 이해하는 편인 나로서는 과연 네티즌이라는게 존재하는 가에 까지 생각이 미친다.물론 존재하지만 어떻게 개념지어야 하는가..분명 기존의 틀로는 어렵다.네티즌의 성격에 대한 고민은 개인적으로 좀 더 두고 두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이 책 말미에 나오는 '인터넷이 평등하다는 편견을 버려'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이라면 반드시 봐야할 글이다. 기억해야 할 말들만 정리하자.

 '인터넷이라는 광장의 연단은 소수의 자본이 독점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네티즌은 극소수의 영리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일방적으로 습득하고 있다'

' 미디어 회사들의 주요한 임무는 수용자들을 모아서 광고회사에 넘겨주는 것이며 그들의 주 생산물은 이용자들의 노동 또는 이용자들의 노동력이다.............즉 이용자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상품으로 전화하는 과정이다.' (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이 리뷰작업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이 상품으로 전화하는 과정인셈이다.)

이 책은 책 제목부터 섹시하며 내용도 여러모로 즐겁고 재미있다.한달음에 읽기에도 편안할 만큼 쉽고 평이하게 쓰여졌다.또한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예를 들면 빅브라더 사이트,좌파적 미디어 단체 사이트,바람구두 연방사이트등등- 인터넷 활용자들이 관심을 갖고 들어가서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유용한 사이트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단 본인이 노동자임에도 '노동'에 '노'자만 들어도 '노'래지시는 분이나 '좌'석 버스 타고 다니시면서도 '좌'측도 한번 보라면 몸에 선홍색 반점이 생기시는 분들은 읽지마시라.안 읽어도 된다.그냥 계속 하던 대로 '직장에서 성공하는 100가지 계략' 을 보시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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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7-06 08: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점을 꼭 나쁘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문화만큼 일상영역과 밀접하게 부대끼며 대중의 거부감이 적은 것도 없습니다.대중을 이해하고 변화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그 대중들이 접촉하고 수용하는 지점에 현미경을 대야만 합니다.좌파 문화연구에 대한 혐의는 -제대로 파악한 것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기에-그 과정이 상당히 짧은 시간내에 이루어졌다는 것에 혐의를 두고 있다는 정도입니다.결과적으로 눈칫밥을 먹을 수 있는 조건이 좀 만들어졌던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문화현상에 대한 좌파적 연구와 해석 작업에 상당히 긍정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