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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 가지 사실들
제시카 윌리엄스 지음, 이해리 옮김 / 여름언덕 / 2005년 10월
평점 :
절판
'EBS 지식채널' 이라는 미니 다큐프로그램이 있다.최근에 본 방송 프로그램 중 가장 인상적인 프로그램이다.자막과 음악 그리고 영상편집 만 가지고 5분 가량의 메시지를 전달한다.처음에는 SB-스테이션 브레이크 시간을 채우는 프로그램으로 알았다.하지만 담고 있는 메시지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무척 새로왔다.며칠 간격으로 새로운 프로그램이 제작되었고 나름대로 팬층을 갖게 되었다.또한 방송협회인지 프로듀서협회인지에서 주는 '실험정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기억나는 프로그램은 '커피'와 '일본위안부'편이었다.'커피'편은 커피의 무역량이 석유 다음으로 많다.하루에 소비되는 커피의 량이 얼마다...뭐 이런 일반적이지만 재미있는 정보로 시작되었다.그 내용도 재미있었지만 차츰 갈수록 진짜 프로그램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드러났다.그렇게 편하게 마시는 커피 한잔을 만들기 위해 남미 커피노동자들이 얼마나 일하는지 또 한찬의 커피값 중에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얼마인지...내 기억에 한잔에 약 5-10%로 알고 있다.즉 천원짜리 커피 한잔에 남미 노동자들에게는 50-100원정도 돌아가는 것이다.나머지는...나머지는 어디로 가겠는가? 뻔하다. 대규모 커피기업들과 유통업자들이겠지.
'일본위안부할머니'편은 음악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다.다섯손가락의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다.할머니들의 스틸사진.이미 돌아가신 위안부 할머니들의 생전인터뷰...등등....수요일이면 매주 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시위가 벌어진다.이미 700회를 넘었다.그러나 수요일에 그걸 기억한 적은 없었다.하지만 이 미니 다큐때문에 수요일이 되면 한번쯤 수요집회가 생각난다.
그외에도 모성애.쌀,축구 등 인상적인 것들이 많았다.인터넷에서 검색하면 거의 다 다시 볼 수 있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 가지 사실들>은 EBS지식 채널 미니 다큐의 소재가 될 만한 것들이다.세상에서 벌어지고 있으나 '설마'하는 생각으로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몇 몇 가지 것들은 구체적인 통계는 아니더라도 알고 있던 것들이 있다.또 전혀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들도 다루어졌다.내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던 통계들은 이런 것이다.
2002년 전 세계 사형집행의 81%는 단 3개나라에서 시행되었다.중국,이란,미국이다.
매년 10개의 언어가 사라진다.
소년병 30만명이 세계 곳곳의 전쟁터에서 싸우고 있다.
매일 세계 인구의 5분의 1 약 8억 명이 굶주리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들의 면면을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우리는 주로 주변에서 보고 듣는 것만 가지고 세상을 구축한다.대학 졸업 한 친구들 한테 가끔 듣는 말이 '요즘 대학 안간 사람들이 몇 있나요?" 뭐 이런 것이다.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대학가는게 너무나 당연한 듯 보이지만 사실 대학 안다닌 국민이 50% 가량된다.물론 고등학교 졸업예정자들중 80%가 대학을 진학하곤 있긴 하지만 말이다.그외에도 많다.노조가 붉은 띠 두루고 뉴스를 메꾸면 어떤 사람들은 '노동자 세력이 너무 커져서 나라 다 말아먹는다'고 한다.하지만 우리 나라의 노조조직율은 10% 조금 넘는 수준이다.또한 이는 대기업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다.비정규직 여성은 정규직 남성에 비해 39% 수준의 임금을 받는 것으로 기억한다.....통계가 보여주는 것이 언제나 참은 아니다.하지만 세상의 불평등은 그 못믿을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 책은 지구라는 한 세상에 살면서 우리 주변을 떠나면-또는 우리 주변에-얼마나 많은 불평등과 소외가 존재하는 지 보여준다.그런면에서 세상이 밝고 아름답다고 믿고 싶어 안달이난 분들이라면 이 책을 보고 설마 이 정도일까 하고 의심을 품을만하다.아니면 통계의 조작을 의심할 수도 있다.대개 이런 사람들은 굶어죽어가는 아프리카 소년이 눈 앞에 있어야 믿는다.모든게 자신의 문제가 되기 전에는 잘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는다. 연애인 사생활이나 축구 분석에만 생각을 집중하지 말고 세상에 감추어진 문제들에 대해서도 눈 좀 돌려주었으면 좋겠다.
이 책의 단점은 이렇다.우선 사회책 같다는 인상을 준다.통계 수치가 주는 딱딱함도 있지만 서술 방식이 사실관계만을 밝히고 있어서 재미있다고 하긴 좀 어렵다.최대한 좋게 봐주면 신문의 기획 기사 정도이다.읽는 이에게 한 권의 책 전체가 신문 기획기사처럼 되있다면 결코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또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깊이 있는 통찰이나 분석도 그다지 충분치 않다.통계를 중심으로 문제의식 만을 일깨우는 것이 이 책이 겨냥한 바인 듯 하다.논술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어디 글쓰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자료일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