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당신의 눈에서 눈으로 산그림자처럼 옮겨가는 슬픔들

오지항아리처럼 우는 새는 더 큰 항아리인 강이 가둡니다

당신과 나 사이
이곳의 어둠과 저 건너 마을의 어둠 사이에
큰 둥근 바퀴 같은 강이 흐릅니다

강 건너 마을에서 소가 웁니다
찬 강에 는개가 축축하게 젖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낮 동안 새끼를 이별했거나 잃어버린 사랑이 있었거나
목이 쉬도록 우는 소를 어찌할 수 없습니다
우는 소의 희고 둥근 눈망울을 잊을 수 없습니다

어리숙한 나에게도 어느 때는 당신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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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시인은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시인이다.고정 수입은 라디오 PD해서 벌고 짬짬히 시를 쓴다.그의 시집은 지금까지 2권이 나왔다.<수런거리는 뒤란><맨발>....최근에 소월문학상 수상집으로 나온 것도 있지만 그의 단독시집은 아니니까...거기에 실린 <그 맘때에는>은 올해들어 만난 최고의 시였다.내가 좋아하던 형님 -자유인 형님,지금은 북경땅에 가있는-그 분께 이 시를 메일로 보냈더니...답이 왔다. '시를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어.너나 나나 너무 예민한가보다.'....시인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 나이 50을 바라보는 사람이 이런 답을 보내주어서 난 그가 좋다. 문태준 시인은 불교적 색채와 농촌의 서정이 강하다.

문태준 시인은 요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다.백석 시인에게 받았던 그런 느낌을 그에게서 받는다.운율과 우리말의 속닥함에 대해서는 백석을 따라갈 수 없지만........소월문학상집을 사야되나..아님 좀 기다렸다 그의 시집이 나오면 사야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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