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떼가 요란스럽게 지저귀고 있었다
아이들이 모여들고 감꽃들이
새소리처럼 깔려 있었다
아이들의 손가락질 사이로
숨죽이는 환성들이 부딪치고
감나무 가지 끝에서 구렁이가
햇빛을 감고 있었다
아이들의 팔매질이 날고
새소리가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치잉칭 풀리고 있었다
햇살 같은 환성들이
비늘마다 부서지고 있었다
아아, 그 때 나는 두근거리며
팔매질당하는 한 마리
구렁이가 되고 싶었던가
꿈자리마다 사나운
몰매 내리던 내 청춘을
몰매 속 몰매 속 눈 감는 틈을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햇살이, 빛나는 머언 실개울이 환성들이
감꽃처럼 털리고 있었다
햇빛이 익는 흙담을 끼고
구렁이가 사라지고 있었다
가뭄타는 보리밭 둔덕길을 허물며
팔매질하며 아이들이 따라가고 있었다
감나무 푸른 잎새 사이로
두근거리며 감꽃들이 피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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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양이란 시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하지만 이 시를 처음 봤을 때 그 감빛 선명한 이미지와 귀를 울리는 햇살 소리,아이들 소리에 읽고 있던 책이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졌다. 감탄,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오늘은 비가 오고...일은 진척이 없다....비에 젖은 산빛이 예쁘겠지.처마에서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대청마루에 기대앉아 이런 시 한편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