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너무 많은 시간을 여의고 나서 그때 온전한 허심으로 가득 차 있더라도 지나간 시간 위로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세차게 몰아쳐서 눈을 뜰 수 없고 온몸을 안으로 안으로 웅크리며 신음과 고통만을 삭이고 있는 그동안이 자네가 비로소 돌이 되고 있음이네
자네가 돌이 되고 돌 속으로 스며서 벙어리가 된 시간을 한 뭉치 녹여 본다면 자네 마음속 고요 한 뭉치는 동굴 속의 까마득한 금이 되어 시간의 누런 여물을 되씹고 있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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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춘 시인을 알게 된 건 신경림의 책을 통해서다. 출판업에 있으며 틈틈이 시를 쓴 시인이다.60이 다되어가는 나이에 첫 시집을 낸 시인.그의 시가 뿜어내는 압축미는 대단히 선명하다.<돌의 시간>에서 표현은 조금 다르다.하지만 영겁의 시간을 압축하는 정서는 그대로인 듯 하다.많이 알려진 <봄 파르티잔>.이나< 죽편> 같은 시들을 보면 시인의 시선과 담백한 마음이 한꺼번에 느껴진다.오늘은 몇 년전에 읽고 좋아했던 <돌의 시간>이 문득 생각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