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피할 수 없는 야스쿠니 문제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현대송 옮김 / 역사비평사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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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헤어스타일이 죽인다.도쿄 어딘가에 있는 효자동  이발소 도쿄지점에서 하시는 머리인 듯 하다.그 헤어 웨이브는 소싯적 김완선 올챙이 춤의 라인을 떠올리게 한다.아무래도 일본의 자랑 코끼리표 고데기를 쓰시나 보다.그래도 가끔은 고이즈미 선생도 거울을 보며 스트레이트 퍼머에 대한 욕망을 느끼곤 하 실 것 같다.혹시 모른다.집에서 약사가지고 발라 봤을 지도.. 고이즈미 총리의 멋있는 점 중에 하나는 그의 당당한 걸음이다.그는 참 씩씩하게 걷는다.걸음의 속도는 '알레그로 모데라토' ,보폭은 김기수 쭉쭉 춤의 3분의 1,걸음의 무게는 비단 겉 이불 펼칠 듯 날렵하다.

은발을 휘날리며 고이즈미가 간다.즐겨입는 회색양복 사이로 비치는 하얀 와이셔츠가 그의 머리 색과 참으로 어울린다.고이즈미가 간다.날렵하게 삭삭삭.....바람을 가르는 닌자도 고이즈미의 움직임을 상찬했을 것이다. 검은 칠을 한 일본 절 집 사이로, 검은 제복을 입은 사람들 사이로 고이즈미가 간다.

TV에서 본 고이즈미는 날렵한 일본도처럼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했다.카메라 후레쉬가 터지고 일본 통신원의 목소리는 잔뜩 상기돼어 있다.  '이번의 방문은 사실 예정이 돼어 있던... 그동안 일본 우익은... 중국과 한국정부는 강력하게....도쿄에서 ...이 아무개였습니다"

야스쿠니....  지난 해 일본 연수 중 어떤 일본인 강사가 그런 이야길 했다. "뭐 별로 갈 때 없으면 야스쿠니 신사도 그리 멀지 않은데..왜 요즘 TV에 많이 나오는데 궁금하진 않으실까 해서.."  일본인 강사가 무슨 민족주의적 사명을 가지고 한 말은 아니었다.그냥 연수생들이 시간 남을 때 뭐하나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슈가 돼는 곳이니 직접 한 번 보는 건 어떠냐는 지나가는 이야기로 한 것이다.연수생들의 반응은 그냥 시큰둥 했다.말해 놓은 강사가 무안할 정도로 아무도 반응이 없었다.나 역시 뭐 딱히 할 말도 없고 해서  "아...야스쿠니는 TV에서 많이 봐서 별로 새롭지가 않네요.그냥 TV로 보는 것에 만족하죠."라고 말했다.그러자 강사가 "하이...소우데까.....", 우리가 역시 '하이 소우데스" 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노니 장판 뜯는 다고 그 강사의 말을 들어볼 걸 하고 뉘우친다.그랫으면 이 책<야스쿠니 문제>를 보면서 조금 더 실감났을 것 같다.사실 야스쿠니에 A급 전범 14명이 봉안돼어 있는 것은 누구나 안다.또한 야스쿠니 신사가 침략전쟁의 상징이라는 곳도 누구나 안다. 그곳을 웨이브 머리 일본 총리가 방문한 다는 것이 역사에 대한 뉘우침이 결여된 행동이란 것도 전부 안다.뉴스에서 뭐 대개 그정도 이야기 해주니까 말이다.그리고 끝이다. 나 역시 야스쿠니 문제가 나오면 '재네들 또 저러네." "어디 한 두번이냐""국내 우익들의 힘을 모으려고 잔머리는.." "저러다가 주변국에서 난리치면 또 조용했다가 다시 몇년 지나면 또 그러겠지 "....이 정도 생각했다.다른 말로 뉴스에서 주는 정보 이외엔 별로 생각 안해봤다는게 사실이다.그래서 이 책 <야스쿠니문제>를 읽으며 나의 무관심에 머리를 쳤다.띠용...띠용.

야스쿠니는 일본 군국주의 신앙의 상징이며 국가교의 보루이다.1911년 나온 가와카미 하지메의 <일본의 독특한 국가주의> 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일본은 신국이다.나라는 곧 신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일본인 일반의 신앙이다.이 신앙은 명백히 의식되지는 않지만 추론해보면 일본인 일반이 반드시 수긍하는 것이다.일본인의 신은 국가다.그리하여 천황은 이 신인 국체를 대표하는 자로서 이른바 추상적인 국가신을 구현하는 자이다.

일본제국주의는 짧은 시간동안 수많은 대외전쟁을 치룬다.전쟁을 위해서는 국민동원이 필수다.마지못해 끌려가는 동원은 부족하다.병사들 뿐 만이 아니라 그들의 가족까지 전부 국가를 위한 죽음을 아름답다고 믿어야 제국은 승리할 수 있다.국민 동원의 이데올로기 상징으로 야스쿠니가 등장한다.야스쿠니는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국가를 위해 산화한 신으로 모신다.촌로들에게는 평생가여 한번 친견하기도 불가능한 천황-그도 곧 신이다-이 죽은 이들을 위한 제주가 된다.유족들은 전사한 아이의 슬픔보다 그들이 천황을 위해 국가를 위해 올바르게 쓰였다는 것에 감사한다.전사자의 유족은 만족감은 느낀다.유족의 비애를 그 상태로 계속 두면 제국의 팽창에는 마이너스이다.전국의 유족들이 매일 울어대기만 해봐라 누가 자기 자식을 전쟁터로 내 보내겠는가.전사자는 신으로 유족은 가장 명예로운 사람들로 국가의 영예를 돌리는 것이다.1895년 시사신보에 실린 <전사자의 대제전을 거행해야 한다>라는 사설은 야스쿠니의 목적을 명백히 말하고 있다.

전사자가 현창되어 유족이 그것을 기뻐함으로써 다른 국민이 스스로 나서서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자 희망하게 되는 것...

히시키 마사하루는 <정토진종의 전쟁책임>이라는 책에서 야스쿠니 본질의 세가지 요소를 이렇게 말한다.오랫동안 자국의 전쟁을 정의의 전쟁이라고 하는 '성전교의', 전사한 장병을 나라를 위해 죽은 존재로서 영웅화하는 '영령교의', 국민에게 영령을 본받으라고 호소하는 '현창교의'

사실 모든 근대 국가가 전쟁 사망자에 대해 국가적 예후를 아끼지 않는다.그 이유는 근본적으로는 야스쿠니 신사가 운영되는 원리와 유사하다.국가라는 이름으로 죽은 자들은 호명된다.그 호명은 다분히 현세적이며 또한 정치적이고 선별적이다.일단 그렇게 국가의 이름으로 호명된 망자는 전부 호국의 영령이되며 야스쿠니에서는 신이 된다.하지만 야스쿠니와 대개 근대국가가 설치하고 운영하는 국립묘지와는 차이가 있다.가장 큰 차이는 '추도'와 '현창'의 차이이다.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유족회단체의 어떤 사람들은 아무때나 수구의 깃발을 휘날리는데 동원돼기도 한다.그러면서 하는 말은 "피로 지킨 대한민국 빨갱이가 왠 말이냐?" 하는 식이다.국가가 망자를 호국영령으로 만들어 준 것 까지는 이해를 한다.하지만 국가를 지켜온것이 유족회나 상이군인만은 아니다.또한 아무때나 자발적이든 타의에 의해서든 수구의 깃발을 휘날리는 것은 볼성 사납다.호국영령이 지키 이 나라가 잘 돼는게 과연 그 길인가는 언제 생각할 것 인지 모르겠다.

야스쿠니가 일본의 독특한 문화적 한 형태라고 하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이러한 문화주의적 주장은 사람을 가끔 헷가리게 한다.우리나라에서도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우리도 그러는데 지들도 뭐 전쟁에서 죽은 군인들이 지들 입장에서 보면 애국자겠지...지들 입장에서 보면 이해는가"... 그럴싸 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이 순수한 마음은 무식하기 때문에 나온 설사형 휴머니즘다.마치 자신이 폭넓은 사람인 양 하지만 결국 아시아의 모든 일제 피해자들과 그 가족들의 상처를 돌아보지 않은 모자란 말이다.저자는 말한다.

이것은 일종의 문화다원주의나 문화상대주의에 기대어 A급 전범을 용서하고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과거를 물에 흘려보내는 일본문화의 권리를 주장하는 셈이다.

이 책 <야스쿠니 문제>에서 가장 기억해야 하는 부분은 A급 전범 처리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야스쿠니는 2차대전 A급 전범만 합사돼어 있는게 아니다.하지만 한국과 중국 정부는 정치적 타협을 고려하여 늘 A급 전범 합사문제만을 부각한다.야스쿠니에는 B,C급 전범도 있고 끌려간 조선인 군인도 있고 야스쿠니에 들어가기 싫은 기독교인도 있다. 나카소네 일본 수상 재임시절 주일 중국대사 창슈는 "A급 전범 합사문제만 올바로 해결된다면 야스쿠니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어렵지 않다"라고 했다.하지만 주건영 동양학원대학교수는 "B.C급 이하의 전범을 문제삼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결착을 꾀하는 방법"이라고 비난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니네도 전쟁사망자 애도는 해야되니까 야스쿠니가 필요하겠지.그렇지만 A급 전범까지 하는 건 곤란해.A급 전범을 분사하면 우리 나라에서도 더는 뭐라하기 그렇지 않겠니? "

'A급 전범 분사론'이다. 얼핏 보면 그럴싸 해보인다.일단 분사론은 야스쿠니신사와 유족들의 반대로 무산돼었다고 한다.정교분리문제에 있어서 일본정부가 야스쿠니에 강압할 수 도 없는 문제다.하지만 A급 분사론은 역사인식을 방해한다. 전쟁 책임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역사를 은폐한다.전후 도쿄재판은 전쟁책임을 천황을 제외한 A급 전범에게 집중시켰다.그렇게 됨으로써 천황과 국민적 동의를 보냈던 다수의 일본인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다.일본의 역사 인식이 지속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전후 역사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독일은 나치와 나치에 동의 했던 과거 독일에 대해 철처히 그리고 수시로 반성의 뜻을 표하고 있다.A급전범이 야스쿠니에 있던 없던 야스쿠니라는 일본 제국주의의 상징에 일본국의 총리나 천황이 가서 참배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뉘우침이 없다는 것의 반증이다.

저자는 철저한 정교분리,국가기관으로서의 야스쿠니 폐지,야스쿠니신사에 대한 신앙 자유보장,근대 일본의 대외전쟁에 대해 긍정하는 역사관의 극복을 결론적으로 주장한다.또한 마지막으로 평화헌법 9조에 언급돼어 있는 '비전,평화주의'국가로의 방향설정을 제안한다.

이 책<야스쿠니문제>는  야스쿠니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감정의 문제,역사인식의 문제,종교의 문제등 5가지 섹터로 나누어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이야기의 전개 방식은 논리적이며 설명 또한 명확하다.여러모로 우리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는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좋은 안내서이다.TV 뉴스에서 보는 정도로만 야스쿠니를 알고 있는 모든 분들께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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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2-12 23:06   좋아요 0 | URL
일본의 국가주의종교에 가장 직접적 세례를 받은 <천황의 은총 국가> 한국도 자연스럽게 국가주의 종교, 애국교에 물들고 말았겠지요.
읽어보고 싶던 책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드팀전 2006-02-13 09:28   좋아요 0 | URL
네...식민지 시대의 내적 식민화 경향과 한국전쟁후의 반공 이데올로기가 국가를 절대시 하면 자기 행동의 윤리적 기준에 돼게끔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고 하데요.앞으로도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행은 계속 될 듯 합니다.그런면에서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시는데도 좋을 듯 하네요.우리 아이들의 국가와 민족에 대한 극단적 생각 역시 반성케 하시면 더욱 좋을 듯.....

산그늘 2006-08-17 14:56   좋아요 0 | URL
그러는 사이에 고이즈미 써글놈이 또 갔군요. 다카하시는 또다시 강도높은 비난...한국인들도 뉴스 100번 보는 것보다 이 책 한 권 읽는게 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