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다 가는 시점에 정말 좋은 음반이 나왔다.음악과 시가 완벽하게 어울린다.네루다의 시는  정치적 옳바름과 역사성으로 곡의 가치를 100% 높여 준다.테오도라키스의 음악 자체로도 훌륭하다.일종의 세속 칸타타 형식의 합창음악인데 현대 클래식의 미니멀니즘적인 요소와 그리스,남미를 넘나드는 민요풍의 선율이 이종결합을 한다.테오도라키스의 최고 해석가인 마리아 파란두리의 음성은 폐부를 깊이 울리는 공명이 있다.다른 성악가나 가수들이면 과연 이렇게 소화해 낼 수 있었을까? 음악에 대한 상세한 북렛 역시 칭찬할만하며 음반자켓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곡명 소개도 음반사의 배려가 돋보인다.음악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옯바른 음반이 아닐 수 없다.


아타왈타 유팡키의 83년 아르헨티나 라이브 실황음반이다.일본 출장 가서 음반 가게에서 보고 얼마나 반가왔는지 .... 음반을 가지고 호텔방까지 가면서 빨리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비내리는 동경시내에서도 이 음반 하나면 충분히 외롭지 않았다. 유팡키의 목소리에는 바람 소리가 묻어 있다. "영혼을 흔드는"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남발되고 있다.어줍지 않은 R&B 흉내도 '영혼을 흔드는...'으로 소개된다.유팡키 앞에서 그런 말은 참으로 부끄럽다. 이 음반을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한 2005년이었다.


또 다른 아르헨티나 가수 메르세데스 소사의 82년 라이브 녹음이다.이음반 역시 한 해를 넘겨가는 시점에 출시되었다.메르세데스 소사 음반중 최고로 평가 받는 음반중에 하나이다.그녀의 친근한 미소처럼 음악은 아름답다.특히 비올레타 파라의 "생에 감사해"는 감동 그 자체이다.다른 어떤 음반에 수록된 동곡보다 -소사가 부른 것까지 포함해서-감동의 깊이가 크다.관객들이 저마다 가진 역사적 질곡의 무게와 그 시대를 뚫고 나온 회한이 이 곡 속에서 함께 울린다.정말 아쉬운 건 전체적 고음부 음질에 문제가 있다.녹음기술의 문제였는지 리마스터링의 문제였는지 고음부에 리미터가 걸려있는 듯 절삭된 느낌이 든다.감상에 전혀 문제는 없지만 자연스런 음향은 결코 아니다.아무래도 녹음 당시 음향엔지니어가 소리를 잘못잡은 듯 한데 옥의 티다.

올해 말러 음반을 여러장 구입했다.평소와 다르게 욕심도 생겨서 아마존을 통해
음반 구매도 했다.조지 셀-클리블랜드의 말러 교향곡 4번,게오르그솔티-말러 교향곡 3번 등은 올해 힘겹게 건진 말러 음반들이다.하지만 그중 최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였다.그의 말러 시리즈가 나와도 그저 대면대면했다.하지만 말러 5번 교향곡은 황금빛 울림과 단단한 구성,처음부터 끝까지 오케스트라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음반이었다. 말러 교향곡 중 가장 인기가 높은 말러 5번.그동안 레너드 번스타인과 텐슈테트가 나의 베스트 였다.하지만 올해를 계기로 두 명인의 연주는 샤이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했다.나온지 몇년 된 음반이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물론 아다지에토 악장만 보자면 결코 최강이라 할 수는 없으나 전체를 감상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며 반드시 들어보길 권한다.


바흐의 2,3,4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이다.올해 피아노 협주곡 음반에서 그다지 감동적인 연주를 만나지 못했다.길레스-반트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5번이나 겔버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3번 정도가 그나마 귀에 들었다.

이 음반은 몰아치는 과감함은 부족하나 연주자들의 상호배려가 돋보인다.크리스토프에센바흐,유스투스 프란츠가 주를 이루며 게르하르오피츠와 헬무트 슈미트가 간간히 참가한다.레퍼토리 측면에서도 쉽게 만나기 힘든 음반다. 4명의 거장의 훈훈한 연주는 바흐의 엄격성을 유지하면서 낭만성을 잊지 않는다.

 

올해 가장 주목해서 들었던게 아마 말러와 슈베르트인 듯 하다.그중 리히터의 연주를 많이 들었다.올해만 리히터의 음반을 10장 이상 구입한 듯 하다.이 음반을 비롯해서 브리튼과 함께 한 듀엣연주,BBC 실황 녹음,아르히브 시리즈,가블릴로프와 함께 한 헨델 연주 등등...물론 그의 말기 녹음이 필립스 에센셜 시리즈도 빼놓을 수 없다.

리히터의 슈베르트는 영감이 깃든 연주라서 좋다.다른 연주자들에 비해 훨씬 굵은 울림에 음표사이의 음영도 짙다.그의 연주를 들으면 음표 하나 하나에 정신을 집중해야만 할 것 같다.  

클래식 음반 중에는 이것외에도 마음에 드는 음반이 많았다.귄터반트의 브루크너9번 연주도 좋았으며 카멜라 윅스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음반도 맘에 들었다.또한 오랫동안 듣고 싶어했던 레너드 번스타인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역시 실망시키지 않았다.스베틀라노프의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전곡 시리즈도 좋았으며 이반 피셔의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도 훌륭했다.하지만 다 올리려니 힘들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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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5-12-28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훌륭합니다.반드시 마음에 드시리라 믿습니다.B&W로 들으면 더 좋겠지요.^^

mannerist 2005-12-28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힘 쫌만 더 내주시지 그러셨어요. =)

blowup 2005-12-28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반 평 끝에 사신 곳이 어딘지도 밝혀주시면 안 될까요? 문외한이 물어물어 찾기에는 좀 버거워서 말이죠.^^

드팀전 2005-12-28 1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나무님...그러면 음반가게 홍보가 아닌가요 ㅋㅋㅋ
대개 포노나 뮤직랜드...인터넷 음반점에 보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