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옮기면 아주 어린 시절 부터 갖고 싶던 소위 말하는 하이엔드 오디오를 구입하려고 했습니다.결혼 이후 모아 놓았던 돈이 몇백만원 있었지요.순간 순간 가지고 싶었던 마음은 많았지만 집도 작고...뭐 아직 돈도 충분치 않고 해서 기다렸습니다.와이프의 반대가 심했으니 말처럼 이사갈 때 까지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몇달 전에 개인 통장을 들키고 말았습니다.그때 까지는 그래도 뭐라 하진 않았습니다.이건 내가 오래도록 갖고 싶었던 오디오를 구입하기 위한 돈이니 절대 딴 생각하지 말라고 몇번을 이야기했지요..알았다고 하더군요..그러나 불안 불안했습니다.

한두달 후면 이사를 가야합니다..결국 집을 사기로 했지요.현재 형편에 조금 쎈 집입니다. 생애최초 주택 대출 뭐 이런 것도 해야되지요.지금까지는 빚없이 살았지만 이제 빚이 생기는 겁니다.그것도 상당한 양의...

어제 그냥 지나가는 말로..이사하면 드디오 오디오 사야지 했다가 ...결국 언성이 높아지고야 말았습니다.

쟁점은 이겁니다.

와이프의 주장: 빚내서 집사는 상황에서 오디오란게 가당키나 한 거냐.한푼이라도 빚을 덜내야 할거 아니냐..나도 개인돈 가진거 몇백만원 다 넣으려 하는데...그게 우리 집이지 남의 집이냐?

나의 주장:.그 돈은 내 오래된 꿈이다.원래 집사려고  모은 돈이 아니다.처음부터 그렇게 알고 있지않았느냐.왜 왜.. 내 돈을 다 빼앗아가느냐.....

결국 아파트 샷시하고 식탁사고 하는데 전부 써야 할 것 같습니다.ㅜㅜ  

진짜 눈물납니다.ㅜㅜ  

몇 달 뒤면 그래도 새로운 소리를 들을 수 있겠구나 하고 잔뜩 기대가 부풀었는데...다 날아갔습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돈을 모은 들 무슨 소용이 있나 싶구.또 한 10년 모아봐야  그때 되면 아파트를 더 키우던지 아니면 타고 다니던 중고차가 더이상 굴러가지 않던지 아니면 누가 아프던지 또 아니면 애들한테 어떤 식으로 들어가던지... 그때 되면 그 돈도 또 그리로 들어갈 거고...

알 수 가 없는거죠.

결국 제 팔자는 40만원짜리 오디오인가 봅니다.

와이프의 말이 맞기도 하고 뭐라 제가 우기는게 철없이 보일 수 도 있지만.

하....당분간...우울모드일 듯 합니다.

뭐 우울 분위기 연출하면 와이프도 성질내면서 "니 맘대로 해" 이러겠지만

그때 분위기 바꾸며 "땡큐" 하고 일 저질러 봤자 무슨 소용있겠나요.

두고 두구 씹히고 두고 두고 이런 한탄 저런 한탄 들어야 되는게 뻔한데...

난 집 같은거 별로 필요도 없는데.....아파트가 오르던 내리던 ....

휴................................................................쯥.........................................

1년간 끊었던 담배가 오늘 아침에 갑자기 마구 땡깁니다.휴..............................

다 날아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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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5-12-03 0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짠해지는 걸요. 몇 년 동안 모은 통장을. 흑. 철딱서니 없는 저라면 그런 통장이라면 절대 뺏기지 않을 거예요. 뭔가 더 필사적인 몸부림이 필요했던 거 아닐까요.^.^ 아무리 봐도 드팀전 님은 너무 착한 남편인 걸요. 착한 자에게 복이 있나니...

글샘 2005-12-03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담배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이사를 가시고... 오디오는 맘 내키면 언제든지 카드로 확--- 긁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요? 이사가면 빚이 1억이든 1억 5백이든 비슷해 보여서 간이 붓는다는 점에 착안해서 ㅋㅋㅋ

2005-12-03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5-12-0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착하다기 보다는...싸움을 못한다거나 ...와이프가 너무 무섭다거나...
글샘님>마지막문장은 왠지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간이 부어주는 걸 기대해야하는데...제 간이 붓는거야 언제든 가능한데...와이프도 그래줄까요? ㅜㅜ 그래도 왠지 뭔가 길이 있을듯해서..기분은 10%쯤 나아집니다.탱큐..

mannerist 2005-12-0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남의 일 같지 않아서 저 긴 말줄임표 사이의 간격이 아프게 아프게 다가오는군요. 그러고보니 오디오파일 옆지기를 두신 어느분께선 "매너님은 제발 음악 좋아하는 옆지기 만나세요."라며 싱긋, 웃음지으셨던것도 생각나구요. 아직 전 그 가능성에 기대를 걸어봐야겠에요. ㅋㅋㅋ... 그나저나. 역시 들키지 않는 비자금이란 없는 법이랍니까. -_-ㅋ

휴... 기분 꿀꿀하실텐데 한가하심 괜찮은 실황연주 있으니 한 번 들어보세요. kbs 1fm라디오 다시듣기가 12월 1일부로 다시 시작했습니다. 타이밍 좋게도, 첫날 실황음악회 레파토리가 브루크너의 교향곡 8번 실황연주군요. 헤르베르트 불룸슈테트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고별 연주회로 말이죠. 그날 저녁 야근 마치고 돌아오는길에 생방송으로 듣고 거의 무아지경을 헤멨었죠. 여튼간에. 글샘님 말씀대로 간이 붓는 그날까지. 힘내시길. 아님 하루에 이천원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시던지요. 마눌님께도 '나 이렇게까지 모은다. 이건 건들지 말아다오'하면, 좀 다르지 않을까요? ㅋㅋㅋ...

그나저나 불쑥. 요즘 뭐 들으세요?

드팀전 2005-12-03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오디오파일도 아닌데...ㅠㅠ
블룸슈테트의 브루크너 4.6번 연주는 한번 듣고 바로 구입을 했죠.깨끗하지요..기능주의적 브루크너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시다시피...전 올장르잖아요.ㅎㅎ 리히터의 슈베르트 연주도 자주 듣고....말러도 여전히 듣고 있구....겨울도 되는데 가곡도 필이 꼽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