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 - 세계화의 두 경제학
이강국 지음 / 후마니타스 / 2005년 11월
평점 :
절판


'경제학'은 선인장 같다.알려고 다가서면 수많은 수치와 그래프와 어려운 용어로 사람들을 찌른다.어떤 사람은 미리 그 가시에 주눅들어서 다가서려고 하지도 않는다.신문을 봐도 당당하게 '경제면'은 건너뛰고 읽는다.'난 정치면은 구질구질해서 안보고... 경제면은 뭔소린지 알 수가 없어서 안봐.' 대게 일반인들이 그러하다.그러므로 평범한 사람의 '신문읽기'가 심하게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해도 그다지 잘못된 것은 아닐게다.하루의 대부분을 경제활동을 영위하는데 시간을 보내면서도 오로지 관심있는 경제학은 '내 주머니 경제학'이다.소시민에게 '주머니 경제'만큼 실질적이고 피부에 와닿는게 어디있겠는가 하는 마음에 이해가 간다.하지만 이런 예를 들면 어떨가?

풍경 하나 , 최근에 은행에 갔다.일명 PB센터라는 곳이다.건물 14층인가에 있었다.들어가는데 문이 안열린다.벨을 누르니까 안에서 안내직원이 버튼으로 문을 열어준다.들어가보니 이곳이 은행인가 싶다.영화에 나오는 고층빌딩의 CEO사무실같다.고급자제에 격이 있는 인테리어.상담실이라는 방은 하나 하나 멋진 응접실같았고 바깥에서 안을 보지 못하도록 나무로된 블라인드도 장착되어 있었다.10억이상 은행예금있는 사람들이 이 PB센터 고객이라나.....안가보신분도 많을테니..일반 객장을 보자.언제부터인가 VIP 창구가 따로 마련되었다.일반 고객을 상대로 하는 줄에 아무리 사람이 많아도 VIP쪽 직원은 자기일 만 본다.같은 객장안에서도 한쪽만 붐비고 나머지 반쪽은 한산하다.예전에는 그냥 다 터져있어서 덜 밀렸는데..

풍경 둘 ,내가 사는 부산은 신발산업으로 유명했다.중소 기업들이 모여있는 공단들이 시외각에 수두룩하다.그외에도 자동차,조선등 인근 지역 대공단들의 하청 기업들이 촘촘하다.부산의 중소기업 사장님들을 가끔 만날 기회가 있다.다들 죽는 소리한다.누구나 다 그러니까 전혀 새삼스럽지도 않다.이 새삼스럽지도 않은 말중 공통된 말이 무었일까? ....바로 '은행대출이 꽁꽁 묶여있다.'는 것이다.10명중 9명이 그런 말을 한다.

왜 은행은 PB센터,VIP고객전용,일반전용으로 나누게 되었을까? 왜 은행은 중소기업에 대출을 그렇게 막고 있는걸까? 중소기업 건이야 사업 안하니 관계없다고 치더라고 은행은 누구나 관련있는것이니까 궁금해 할 만하지 않는가?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은 이 문제를 비롯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라는 이름으로 펼치지는 지금의 경제상황을 균형잡힌 시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금융권의 자유화로 위의 상황을 설명하면 이렇다.과거 은행들은 정부 규제 하에서 움직였다.하지만 금융개방화 이후 은행은 외국인들의 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2004년 기준으로 외국계 자본의 국내은행권 지분율65%에 이른다고 한다.이러한 현상은 은행의 공공적 성격대신 상업적 성격을 강화시킨다.외국자본은 은행으로 돈을 벌어야하니까 당연하다.외국 자본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한국 중소기업에 투자를 할까?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막힌다.또한 경기진작을 위한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투자대출 대신 가계대출에 주력한다.결국 2002년의 반짝 경기성장 이후 전부 가계 빚으로 남게되고 무수한 신용불량자를 양산해낸다.이래도 거시경제가 나의 삶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걸까?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있다.1부 '세계화 들여보기'에서는 세계화의 역사와 정의에 대해 이야기한다.그리고 세계화를 구성하는 두 축, '금융세계화'와 '무역세계화'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이 이어진다. 2부 '세계화와 그 불만'에서는 세계화가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소득분배에 문제에 대해 주류경제학과 비판경제학의 입장을 예를 들어 셜명한다.또한 반세계화의 추세와 반세계화 논의의 다층적 조직에 대한 문제를 말한다.마지막 3부는 한국 경제의 예를 들며 아시아의 기적이 어떻게 아시아의 추락으로 변모했는지 예의 주시한다.그리고 IMF 이후 한국에 밀어닥친 금융개방,외환개방등이 한국경제의 모습을 어떤 식으로 바꾸어놓았는지에 대해 비판한다.

저자는 우선 세계화를 하늘에서 뚝떨어진 모세의 십계명처럼 접근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자본주의는 그 출발점에서부터 언제나 세계화를 지향하는 체제였으며,20세기 초의 국제화도 2차대전 이후에는 산업자본과 노동자의 힘에 기초하여 국내경제를 관리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의해 강력히 규제되었던 것이 역사적인 현실이다....세계화라는 흐름을 너무 강조한다면 세계화는 전혀 되돌릴 수 없으며 저항하기도 불가능하다는 비관적인 패배주의에 이르기 쉽다는 것이다."

한국의 보수언론과 정부는 무역,금융개방과 외환자유화등 주류 경제학의 주장을 가감없이 받아들였다.조중동의 국내정치와 역사관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그들이 펼치는 경제적 프로파간다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비판적으로 수용한다.아마 '신자유주의=대세" 라는 의식이 화강임에 박힌 규석처럼 단단하게 머릿 속에 박혀있는 가 보다.저자가 책 초반에 경제 역사 속에서 세계화의 위치를 규정한것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세계화와 신자유주의가 절대불변의 금과옥조가 아니라 시대적 추세에서 나온-또한 당연히 바뀌기도할-트랜드 내지는 가치라는 것을 일깨우기 위함이다.세계화는 1970년대 초반 심각해진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한 자본의 축적전략일 뿐이라는 것이 그 핵심이다.

 자본은 금융자유화와 무역자유화를 요구했다.그러면서 말하길 자유화가 되면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것이 개별 국민경제의 성장을 가져온다고 주장했다.저자는 금융,무역의 자유화가 과연 성장과 분배에 있어서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었는 가를 주류경제학의 입장과 그 반론을 들어가면서 설명한다.주로 계량경제학에 힙입어 수치로 표시되는 자료에 의존한 비판과 반비판이다.어느 한쪽에서도 만족스러운 답을 구할 수는 없다.하지만 금융자유화와 같은 경우 단기해외자본의 무분별한 이동이 금융중심시스템을 갖춘 한국경제에는 치명적임을 보여준다.또한 무역자유화라는 것도 라틴아메리카 처럼 중심국에 종속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을 말한다.한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나 같은 비경제학도가 계량경제학에서 자주 언급되는 여러 변수들와 그 통계의 의미를 정확히 읽어내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물론 전체적 의미를 파악하는데 큰 곤란이야 있겠냐만은 경제학적 분석방법에 대한 설명은 지루해지기 쉽긴 하다.

가장 관심이 가는 분야는 세계화와 빈곤,노동문제이다.이미 신문에서 자주 등장하여 알 고 있듯이 개방화 이후 빈부격차와 빈곤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이다.1980년대 이후 세계 전체의 경제 성장률은 하락했다.소득 불평등 지표인 지니계수 역시 전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평가했을 때 개별 국가의 지니계수보다 높아져서 세계적인 소득불평등이 심각해진 것을 알 수 있다.특히 세계화는 국민국가의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등에 관여하므로 적극적인 거시정책을 이끌어내는것을 힘들게 한다.특히 최빈국의 빈민 하락폭이 커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이에 대해서는 IMF나 세계은행등에서도 공감을 하며 비판을 수용하는 개선책들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이와 관련해서 흥미있는 것은 세계화와 노동자의 위상 또는 임금격차에 대한 설명이다.저자는 국제무역과 해외투자의 증대가 노동자의 협상력을 약화시키는 위협효과로 작용한다고 본다.즉 해외직접투자에 의한 공장폐쇄,아웃소싱등은 노동자들의 임금과 근무조건등에 대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자본가와의 협상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잃게 만든다고 보고 있다.자본가들은 "저항하라.그렇다면 폐쇄하고 떠나겠다"라는 것이다.특히 이러한 사태의 결과는 선진국의 비숙련노동자들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다.또한 개도국의 노동 착취문제에 대해서도 저자의 시각은 흥미롭다.무조건 세계화를 개도국의 노동착취 주범으로 모는 것은 지나치게 감정적인 대응이라는 것이다.대부분 개도국 노동자들이 다국적 기업의 공장에서 일하고 싶어하며 이들의 임금과 생활수준이 다른 노동자들보다 높다는 것이다.경제학자 조안 로빈슨은 자본주의하에서 "착취받는 슬픔보다 더욱 끔찍한 것은 착취조차 받지 못하는 슬픔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반세계화의 감정적 구호의 높이만큼 이론적이고 가치중립적 태도도 필요하다는것이다.결국 노동 착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감시와 후진국의 공적교육확대를 통한 다른 고용기회창출,국내 산업의 장기적 발전 계획등이 필수적이라는 결론을 얻게된다. 

책 제목에도 나오듯이 저자는 다보스와 포르투 알레그레를 대비시킨다.전자가 추운도시에서 열리는 선진국들의 모임이라면 후자는 따뜻한 도시에서 열리는 반세계화국가들의 축제이다.일명 세계경제포럼과 세계사회포럼의 대비구도이다.세계사회포럼은 반세계화의 중심이다.저자는 반세계화 모임의 다양한 그룹들과 그 주장들을 설명한다.또한 이 그룹들이 보여준 그동안의 실천적영향력에 대해 높이 평가를 한다.그러나 반세계화 그룸의 내부문제에도 눈길을 떼지 않는다.저자가 말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반세계화 운동 그룹이 내부적으로 통일 되지 않은 여러 그룹들의 혼재라는 점이다.선진국 NGO중심이란 것도 문제가 된다.개별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충돌되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반세계화의 기치아래 모을 수 있는 가가 향후 가장 큰 쟁점이 될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3부는 한국경제의 침몰과 현재 상황에 대해 쓰고 있다.근접성 차원에서 보자면 가장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부분이다.저자는 한국이 발전국가 모델에 따라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나라로 인식한다.우파들처럼 박정희의 영도력때문만도 아니고 좌파들처럼 막무가내 우리 노동자들의 피와땀만을 외치지도 않는다.세계적 차원에서 한국 경제는 성장과 함게 실질임금도 상승했고 소득분배도 비교적 균등했다고 본다.한국경제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국가주도적 은행중심 금융시스템때문으로 파악한다.즉 정부가 모든 금융흐름을 장악하고 기업투자를 이끌었기 때문이다.강력한 수출주도형 정책은 성과에 따라 정부가 금융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외국자본 역시 철저히 통제되었다.정부는 '차관'이란 간접형태의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외국자본이 투자 목적외에 쓰여지지 않도록 자원배분을 했다는 것이다.(물론 세부적으로 보면 차관 유치와 배분에 정관계 비리가 없진 않다.)이 은행중심 금융시스템은 하지만 경제 규모가 커지며 한계에 돌입한다.발전국가 전략도 마감을 하는 것이다.90년대 무분별한 금융,무역,외환의 자유화는 결국 IMF관리체제의 원인이 된다.이 개방화에는 개방이 마치 민주화인것 처럼 생각한 학계와 정책결정자들의 착오와 국내재벌,미국정부의 압박이 주요원인이다.물론 개방화는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세계적 압력으로 재벌개혁의 호기를 마련해준다.하지만 결국 재벌 개혁은 살짝 건드리기만 했을 뿐 소유와 경영의 분리까지는 이루어내지 못했다.IMF의 관리체제는 엄청난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으로 요구했고 이후 몇년간 한국민들은 엄청난 고통은 인내해야만 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주류경제학의 입장을 설명하면서도 그들의 주장처럼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에 기댄 무분별한 개방과 자유화는 자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각국의 경제여건과 상황에 대한 적절한 분석과 그에 따른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그러기 위해서는 '작은정부'로 대표되는 무조건적 비개입정책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다지 좌파적이지도 않은데 현정부의 분배중심 경제정책을 매도하는 재벌들과 주류언론의 경제적 입장에 대해서 반드시 점검해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이 책을 읽는데 경제학에 대한 많은 지식이 필요치는 않다.신문 경제란을 읽을수 있을 정도면 충분하다.아니 그보다 더 어렵지 않다.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가장 큰 이슈에 대해 우리는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이 책이 그 모든 걸 다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주류언론이 만든 경제적 가치에 매몰되어 '대안은 없다'라고 믿는 사람에게 반드시 권한다.대안이 있는지 없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지도 않고 막연하게 "없는 듯 하니까 없다" 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이기에...또한 반세계화의 구호외에 '왜 반세계화를 해야하는지'에 대해 "빈부격차가 심해지니까.소득불균형이 심해지니까...외국자본이 국내경기를 힘들게 하니까" 하는 단답형외에 10줄이상 설명할 수 없는 나같은 사람에게도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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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마니타스 2007-06-20 11:10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입니다.
도서에 관한 리뷰를 출판사 홈페이지로 담아갑니다.
미리 허락을 얻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글이 다른곳에 옮겨지는걸 원하지 않으신다면 홈페이지에 글을 남겨주세요.
확인즉시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홈페이지 주소는
http://www.humanitasbook.co.kr
입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