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러 교향곡 5번은 말러의 교향곡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곡이다.이유는 단연 4악장의 아다지에토 때문이다. 비스콘티의 영화 <베니스의 죽음>에 쓰였기 때문이다.근데 <베니스의 죽음>은 본 적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만의 원작 소설을 읽으면서도 아다지에토의 선율이 귓가에서 울렸다.영화와 음악이 만나면 그만큼 가공할 영향력을 행사하나보다.개인적으로 클래식 음악이 영화의 몇몇 영상들에 포획되는 것에 불만이 있다.하지만 모짜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들으면 아프리카의 초원을 떠올리게 된다.마치 모짜르트가 아프리카 벌판을 구경이나 한 듯이 말이다. 휙휙휙...지워버리자.

말러 교향곡 5번을 사면 4악장 먼저 들었다.처음으로 산 레너드 번스타인의 음반.마음의 밑바닥을 훅훅 긁어내는 침잠하는 현의 울림에 가을은 더욱 짙어져갔다.눈앞에 있지만 닿을 수 없는 관음의 안타까움과 애상미는 영화에도 잘 어울렸을 것 같다.번스타인의 비장미 어린 아다지에토는  그 청승맞음 만큼이나 마음 둘 곳 없는 이들에게는 현재적 유용성이 있다.

최근에 알게된 리카르도 샤이의 말러 5번 연주이다. 운전하면서 차안에서 이제 겨우 한번들었다. 단 한번의 청취에서 오는 직감에 따른 평가는 최고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리카르도 샤이가 그다지 눈에 들어오는 지휘자가 아니었는데 이 음반으로 그에 대한 평가가 달라 질 듯하다.특히 로얄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소리는 오케스트라를 듣는 재미란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만약 이 연주를 실황으로 들었다면 그 흥분감으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을 것 같다. 콘서트헤보우의 소리는 잘 만들어진 고가구를 보는 느낌을 준다.오랜 시간이 빚어낸 소리의 윤기와 서로를 배려하는 악기들의 울림은 균형감이란 삭막한 단어로 표현해 내기엔 아쉬움이 있다.1악장 부터 돋보이는 금관의 울림은 음표들을 황금벨벳 위로 띄워보낸다.미끄러지듯 흘러가는 멜로디를 따라가다보면 문득 오케스트라의 내공이란 것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콘서트헤보우 오케스트라는 로얄이란 칭호를 받기전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로 알려져 있다.이미 60년대 중반 하이팅크와 정통파 말러 치클루스를 음반으로 작업하기도 했다.

4악장의 아다지에토는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다.일단 비장미보다는 감미로움쪽으로 연주의 부등호가 그어져있다.번스타인의 비장미에 익숙해져서 인지 2% 부족한 애상미가 4악장 아다지에토에 손들어주기 힘들게 했다.현의 울림이 부족함이 없고 자발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하지만 조금 더 깊은 울림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물론 이것도 다 상대적인 생각일 뿐이다.

내가 현재 가지고 있는 말러 5번은 번스타인-뉴욕필(DG),텐슈테트-런던필(도시바 EMI),사이먼 래틀-베를린필(EMI) ..이렇게 3종이었다.하지만 당분간 리카르도 샤이와 로얄콘서트 헤보우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깊이 빠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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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ai 2005-10-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베니스에서의 죽음], 구하기도, 보기도 힘든 영화죠.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