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락음악 듣는 애들 한테 가장 사랑받는 포지션은 당연 기타리스트이다.대개 그들이 그룹의 음악적 지배권을 잡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무엇보다도 화려한 기타 애드립 뿌려주는 날에는 백말이 필요없다.

말만들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3대>를 좋아했다.3대 기타리스트,3대 보컬리시트...등등.

에릭 클립튼. 기타의 신,불멸의 슬로우핸드...

고등학교때는 그가 왜 기타의 신인지 알 수 없었다.물론 빠른 손가락을 가진 기타리스트들이 최고라고 생각치는 않았다.하지만 에릭 클립튼은 그다지 개성이 강해보이지 않았다.지미 페이지는 내가 제일 좋아했던 레드제플린에 묻어가니까 그렇다고 치자.제프벡의 상상력과 그의 톤은 에릭 클립튼의 밋밋함에 비해 눈에 확들어왔다.특히 음반의 신선함은 내게 제프를 에릭보다 앞에 두게 만들었다.

내게 에릭은 시간과 함께 익어간 기타리스트이다.그이 시간이 아니라 나의 시간쪽에서 말이다.가장 훌륭한 기교는 무기교라고 했던가.에릭 클립튼의 플레잉은 화려한 락기타리스트들 처럼 현학적이지 않다.잉위맘스틴이나 반핼런,제이슨 베커,조새트리아니 등을 보라.그들은 기타를 가지고 논다.별별 짓을 다하면서 별별 소리를 다 만들어낸다.하지만 에릭 클립튼은 무덤덤하다.그래서 얼핏 들으면 그냥 하나보다 하는 정도다.하지만 중국영화를 봐도 진짜 고수는 오도방정을 떨지 않는다.별거 아닌 것 같은 그의 플레잉에는 오랜 시간 익어 탈색된 나무빛 단청을 연상케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는 한동안 팝음악으로 많이 경도되었다.각종 영화음악도 만들고 어덜트컨템퍼러리류의 팝음악으로 많은 음반도 팔았다.거장의 변신이 딱 마음에 든 것은 아니지만 잠시 쉬려는 몸짓으로 이해했다.그리고 최근에 다시 돌아왔다.그의 음악의 원전이 되었던 블루스 선배들을 기리는 음반들이 쏟아진다.BB킹과의 공동음반에 이어 로버트 존슨의 새로운 해석이 이어졌다.최근에 나온 역시 이 도정위에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에릭 클립튼의 음반 5장을 뽑는다.워낙 긴 음악생활이어서 수많은 명반중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지극히 개인적인 콜렉션이다.하지만 동감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좋은 음악에 대한 공감은 다들 비슷하기 때문이다.

 



3대기타리스트들이 다 몸담아서 유명해진 그룹 야드버즈가 있다.야드버즈를 탈퇴한 이후 에릭 클립튼이 6개월정도 활동했던 그룹이 존메이올의 블루스 브레이커스다. 존 메이올 역시 화이트 블루스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장 중에 거장이다.이 음반에서 에릭 크립튼의 기타는 전통 시카고 블루스기타리스트들의 소박하면서 찌르는 스타일을 그래도 보여준다.거친 듯 하지만 힘이 있다.all my love,hideway 같은 곡들은 어디서 들어본 듯 친근하며 double crossing time,rambling on mind같은 곡은 컴컴한 바에서 맥주한전 얹고 들으면 딱이다.

 


블루스 브레이커스를 나온후 진저베이커,잭브루스와 함께 만든 그룹이 <크림>이다.이팀도 한 2년 활동한다.이 음반은 이다. 두장인데 한장은 스튜디오 앨범이고 한장은 라이브다.트리오 연주로 락의 전형을 보여준다.이런 음반들을 들으면 왠지 고지식하게 들리지만 '락의 순수성'뭐이런 단어들이 떠오른다.white room이란 곡도 좋고 영국 포크가 들리는 passing the time이란 곡도 좋다.16분이 넘는 라이브 toad는 멤버들의 연주 실력과 조화를 맛볼수 있다.에릭 클립튼의 기타는 존메이올과 함께 할 때보다 훨씬 다양한 맛을 낸다.

 



만약 에릭 클립튼의 음반중 단 한장을 고르라면 나는 단연코 이 음반을 고를 것이다.<데릭앤더 도미노스>의 유일한 스튜디오 음반이다.이 음반에는 또 하나의 명기타리스트가 있어 빛을 더한다.내가 좋아하는 듀언 올맨이다.두명인이 연주하는 트윈기타는 락 역사에 돌이킬 수 없는 명장면을 연출했을 것이다.크림에 비해 미국적 스타일이 많이 가미되었다.컨츄리풍의 곡들도 있다.이 음반의 가장 유명한 히트곡은 layla이다. 조지해리슨의 와이프를 꼬시기 위해...어쩌구 하는 말은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수백번도 더들어서 지겹다.이 곡을 틀면 할 이야기가 그것 밖에 없나보다.에릭 클립튼의 리드 기타와 듀언올맨의 슬라이드 기타가 서로 매기고 받는다.언제들어도 모든 곡들이 귀에 쏙쏙 꼽힌다. 에릭 크립튼은 아직 건재한데 듀언은 왜 그리 세상을 빨리 떠낫을까.ㅠㅠ

 


이제야 에릭 클립튼의 솔로앨범이다.아마 <461해변가>가 음반 프로듀서인지 녹음실인지 주소라고 했다.배철수의 음악 캠프에서 수시로 해대난 말이다.이 음반은 리메이크 곡들이 많은데 밥말리,엘모어제임스,로버트존스등의 곡들을 새롭게 만들었다.그룹활동때에 비해 팝적인 요소가 훨씬 많이 보인다.향후 줄타기의 전형이 되는 음반이다.고등학교 시절 심야라디오에서 moterless child의 기타 리프를 듣고 설레였다. 강하게 팍팍치치 않으면서도 뭔가 여운을 남기는 예쁜 사운드였다.대개 평론가들에 에릭클립튼의 최고 명반으로 꼽는 듯하다.대중적으로도 성공을 거두었고 마약에 쩔었던 그의 재기작이기도 해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보는 듯 하다.

 

 

이 음반은 80년대 라이브 녹음으로 두장 짜리다.아마 부도칸에서 녹음한 걸로 기억한다.(아닌가?) 앞장에는 히트한 팝적인 노래들이 들어있고 다음장에는 좀 긴 블루스 곡드이 포진한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음반이긴 하다.오히려 에릭클립튼의 레인보우콘서트를 최고의 라이브 음반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늦은 밤 원숙함이 가져다 주는 알찬 소리를 듣고 싶다면 이 음반이 훨씬 낫다. 모든 곡들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준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 CD를 더 자주 듣는 편이다.고르고 보니 솔로앨범이 너무 없다 싶다.아무래도 개인적으로 블루스락을 좋아하기 때문인거 같다.그렇다보니 에릭클립튼의 젊은시절 음반이 많아졌다.

평론가들은 에릭 클립튼의 가장 큰 장점을 완벽하고 변화무쌍한 피킹에 있다고 한다.곡마다 무리수를 쓰지 않고 흐름에 완벽하게 조응하는 피킹과 블루스의 근간을 잊지 않는 그의 겸손함이 최고의 음악을 만드는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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