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도 끝났다.이제 가을하늘은 점점 푸른 빛을 띨 것이다.푸른 하늘 빛을 가르는데는 현악의 어울림이 최고다.하늘을 가르는 하얀 선율은 땅으로 내려와 산과 들을 붉게 물들일 것 같다.

실내악은 클래식의 가장 내밀한 과육이다.들으면 들을 수록 깊은 농염함이 묻어난다.특히 가을에는 더욱 구에 잘 들린다. 가장 유명한 실내악곡들이다.안들어보셨다면 이 가을이 끝나기 전에 들어보시길.

맑은 가을날이 좋겠다.가을햇살이 베란다를 스며들면 좋겠다.해야될 집안일은 잊어버리는게 좋겠다.CD를 얹고 마루에 앉아서 햇살이 들어오는 모양새만 바라보면 좋겠다.선율을 따라가면 좋겠다.그냥 다른 생각은 잠시 잊었으면 좋겠다.



 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서유럽 최고의 사중주단이라는 평판을 듣고 있는 알반베르크 사중주단의 연주다.지난 7월에 비올라연주자 토마스 카쿠스카가 세상을 떠나고 새로운 멤버로 대체되었다.베토벤의 후기 현악 4중주는 베토벤의 9번교향곡,후기 피아노소나타와 함께 말년 베토벤 음악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베토벤 후기 현악4중주를 느껴보지 못하고 베토벤을 좋아한다 말할 수 없을 정도다.특히 15번 작품 132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병에서 회복된 자가 신에게 바치는 감사의 노래'라는 부제가 널리 알려져있다. 가을이면 ...베토벤의 진수를 느끼려면 반드시 들어야한다.


흔히들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래>라고 한다.현악 4중주에 저음역을 풍부하기ㅔ 하기 위해 첼로를 하나 더 보탰다.슈베르트 현악 5중주 D 956 이다.에머슨 사중주단과 로스트로포비치가 함께 연주했다.그는 멜로스 사중주단과도 함께 이 곡을 녹음했었다.평단에서는 멜로스 사중주단과의 연주를 더 높이 쳐주는 경향이 있다.내가 가지고 있는 이 음반도 결코 꿀리진 않을 것 같다.로스트로포비치의 덕택인지 저음부의 굵은 선율이 곡을 묵직하게 만든다.성과 속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슈베르트 최고의 명곡이다.슈베르트 가곡이나 미완성교향곡에만 만족하셨던 분이라면 반드시 들어라.젊은 천재 작곡가의 순수가 세속 저편을 지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스비아토슬라브 리히터의 유작앨범이다.러시아 최강의 보로딘 콰르텟이 함께했다.커플링도 최강이다.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그리고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앨범 자켓만 봐도 가을이 물씬 느껴진다.이 음반에서는 당연히 뒤의 커플링곡 슈만의 <피아노 오중주>에 귀를 기울여야한다.리히터의 연주는 시간을 잊게 해줄 만큼 명료하다.거기에 러시아 진골들이 펼치는 가을의 우수는 이 음반이 아주 오래된역사를 가진 음반인양 느끼게 한다.라이센스로도 나왔었는데 지금은 앨범자켓이 바뀌어서 나오고 있다.

 

 그분이 오고야 말았다.가을과 함께 다니는 남자,브람스.그의 삶이 그의 음악이 가을낙엽과 같다. 너무나 통속적인 브람스=가을이라는 도식이 싫어도 어쩔 수 없다.너무 잘 어울리는게 사실이니까.

이 음반은 동곡 최고의 명연으로 수십년간 절대반지를 빼놓지 않고 있는 앨범이다.브람스의 클라리넷 5중주.블라흐의 바셋 클라리넷이 요즘 나온 클라리넷 보다 깊은 울림을 만든다.커플링된 곡은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5중주이다.모차르트가 봄이라면 브람스는 완연한 가을이다.훨씬 비장감이 넘치며 우수에 가득차있다.웨스터민스터 로고가 박힌 이 음반을 보시면 이번 가을엔 그냥 질러도 된다.



다시 한번 브람스다.브람스의 피아노 5중주 작품34. 마우리치오 폴리니와 이탈리아 콰르텟의 연주다.루돌프 제르킨의 연주와 더불어 최고의 명반으로 알려져있다.제르킨 연주보다는 이 음반을 구하기 쉬울것이다.제르킨의 연주과 조금 오래된 녹음에 묵직한 중량감이 돋보인다면 폴리니의 연주는 정확함과 선명함이 특징이다.이탈리아 사중주단의 연주 역시 오래 익은 과일처럼 농염함을 선보인다.개인적으로 조금 가벼운 느낌이 들긴 하지만 제르킨의 연주보다 이 음반에 손이 많이 간다.가끔 폴리니의 쟁쟁거림에 반발이 생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브람스 마지막이다.브람스의 현악 6중주 1번.알반베르크 콰르텟에 아마데우스 앙상블이 서포트를 했다.저현부가 강력하게 보강되니 비장미가 넘쳐난다.특히 알반베르크 콰르텟이 드라마틱하게 연주하기로 유명한데 이곡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딱이다.너무 비장한건 아닌가 걱정이 될 정도다.

브람스가 클라라를 위해 작곡한 곡으로 알려져있다.속앓이만한 남자의 가슴이 어떤지 알 수 있다.가을에 가슴 아픈 사랑을 떠올리고 싶다면 반드시 들어라.시련당해서 마구 울구 싶으면 반드시 들어라. 마음 한 구석에 구멍이 뚫려서 올가을 허한 마음으로 지낼 지라도.....난 책임질 수 없다.


 보로딘콰르텟의 60주년 기념 음반이다.오닉스 레이블이라고 새로 생긴 신생 레이블이다.녹음은 아주 훌륭하다.기념 음반이다 보니 여러곡들이 들어있다만.역시 최고는 그들의 장기였던 보로딘 현악 4중주 2번이다.연주에 대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멤버들은 최고전성기의 보로딘에 비하면 못하다 하더라도 60여년을 이어온 연륜이 모든 걸 보상한다.느린 악장은 클래식 잘 모르는  사람도 들어보면 알만한 유명한 선율이다.이 외에도 차이코프스키의 안단테칸타빌레등 유명한 곡들을 컴필레이션 해놓아서 최고다.단 한장 이 가을에 들어야 한다면 최고의 종합선물세트다.

 


샨도스 레이블에서 나온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삼중주이다.일명 '엘레지'트리오라고도 하고 '슬픔의 삼중주'라고도 한다.차이코프스키의 '어느위대한 예술가를 추억하며'와 함께 커플링이 자주되는 곡이다.곡은 선율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전에 무거운 슬픔이 장악을 해버린 듯 하다.느린 진행이 조금 지루할 수 도 있다 라흐마니노프가 두들기는 피아노협주곡만 만든게 아니다.

보로딘 트리오의 연주인데 앞의 보로딘 콰르텟과는 다른팀이다.보로딘 콰르텟의 창단 멤버 두빈스키가 76년 서방망명후 만든게 보로딘 트리오이다..

 


야렌스키....? 클래식에 관심있어도 유명한 라흐마니노프에서 끝나는 분들께는 낯선 작곡가이다.하지만 둘은 비슷한 후기낭만주의자들이다.야렌스키는 차이코프스키의 전통을 많이 잇고 있는 작곡가이다.라흐마니노프는 야렌스키의 제자라고 할 수 있다.그의 피아노 트리오를 들으면 마치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이 어디선가 흘러 나올 듯 하다.이름은 무지 현대음악가 같지만 절대 그렇지가 않으니 알러지 일으킬 필요는 없다.

피아노 트리오 1번의 느린 악장은 보로딘 현악 사중주의 느린악장만큼이나 풍부한 선율을 담고 있다. 무척 아름답다.개인적으로 올 가을 테마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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