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2013-12-07  

  토요일저녁.
 화려한 도로 위를 분주히 걷는 행인들...
  천안 시내의  한 도넛가게에 앉아   창밖을 보며 이 글을 씁니다
 요새.  꼭  여쭤보고 싶은 게 있는데 대답해 줄 사람이 없어서
 드팀전님께 여쭤보려고 어렵게 이 글을 씁니다.

 다름이 아니라 ㅋㅋ 저는 클래식 초보인데요.
 슈만이 넘어야할 산처럼 느껴져 답답합니다.
 그렇다고 브람스가 잘 들리는 건 아니지만
 어제 슈만 판타지에 대해 어떻게 감동을 받는 건지
정만섭님께 여쭈니 농담같지만 이십년쯤 들으면 알수 있대요.
난 너무 답답한데 이게 정말 농담일까 아닐까 

혹시 드팀전님은 슈만이 어떠신가해서 여쭤봅니다만
폐가 되려나요

슈만의 바이올린소나타도 그렇다고 포레의 바이올린소나타도
왜 제 귀엔 아직 아무런 의미가 없으까요
앞으로 어떻게 음악을 들어야 저 곡들의 가치를
저도 알 수 있는지요ㅠㅠ
 
 
드팀전 2013-12-09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악을 산처럼 여기신다니 불행이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것 같습니다. 불행인 이유는 모든 음악을 넘어야 될 무엇으로 여기게 되면 얼마나 힘겨울까 하는 생각때문입니다.

음악은 그 자체로 어떠한 의미도 담고 있지 않은 즉 형식들의 조합과 배분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열린 해석의 장이기도 하고 또한 이해와 오독의 장이기도 합니다. 저는 해석의 정점을 작곡가나 창작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퍼즐로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 곡의 배경과 의도 정도는 알아보고 이해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현실화된 음들로 구체화되는 순간 이미 곡의 의미는 작곡가의 의도에 있지 않습니다.

판타지가 어떻게 들리는 지는 자두님이 지금 들리는데로 들리는게 맞습니다. 정만섭님이 뭐라했던지 그곳에 무슨 대단한 해석의 전범이나 혜안 같은 것들이 있다고 기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 때 그 때 더 친근하게 들리는 무언가가 있고 어떤 것들은 다시 보니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슨 우열이나 또는 깊이를 나타내지 않습니다.

앞에 말한 음악을 산으로 보는 것이 다행인 점이 그런 것 같네요. 산을 오르다 보면 어제 못 보던 나무가 보이기도 하고 그저께 안보이던 풍경이 스쳐가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같은 산도 매번 오르는 거겠지요.

슈만이요? 관현악곡들은 난삽하고 실내악곡들은 야누스적 입니다. 제게 그렇다는 거지요.

무언가를 이해하고 넘어서 정상에 서려고 하지 마시고 매번 산행을 할 때 다른 것을 보는 기분으로 접근하시면 어떨까요? 낮은 산도 아름답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객적은 소리를 해봤습니다.

자두 2013-12-09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써주신 답변이 정말로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네요.
앞으로는 음악을 들을 때 산행하는 기분으로
보이지 않던 풍경이 보이는 것에 감사하며 들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긴 답변 정말로 고맙습니다.

드팀전 2013-12-10 09:13   좋아요 0 | URL
별 대단치 않은 소리가 조금은 편안하게 해드렸다면
제가 오히려 감사드려야하지요.

안 그래도 어제 (12/9) 낮에 이동 중에 <명연주 명음반>을 잠시 듣게 되었습니다.슈만의 곡들을 집중 감상하더군요. 협주곡 등이 나왔는데... 슈만 이야기를 하셔서 자두님의 글이 생각이 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