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멜의 모더니티 읽기
게오르그 짐멜 지음, 윤미애 외 옮김 / 새물결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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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멜은 아웃사이더이다.그가 사회학계에서 받는 대접을 봐도 그렇고 그가 연구한 분야를 봐도 그러하다.사회학계의 이단아, 게오르그 짐멜의 이름이 20세기를 넘어서면서 복원된 것은 유명한 <돈의 철학>이라는 책 때문이다.그는 돈을 연구함으로써 일상의 소소한 영역이 어떻게 삶을 구성하는지 총체적으로 알고자 했다.짐멜은 화폐를 인간의 삶이 산출한 삶 이상의 것으로 파악한다.화폐를 통해 인간은 훨씬 넓은 자유를 맛보게 된다고 말한다.이외에도 짐멜이 다룬 주제는 유행,여행,식사,편지,장신구등 비사회학적인 것들이다.물론 현재는 이러한 주제들인 문화연구란 이름으로 사회학적,미학적 범주에 포함되어 제법 깊이 있는 연구성과물드이 나오고 있다.하지만 20세기 초반에 시도는 당시로서는 너무나 획기적인 기획이었을 것이다.같은해에 나온 프로이트의 <꿈의기원>과 짐멜의 <돈의 철학>은 이후 심리학과 사회학 양 영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원지가 된다.물론 결과적으로 프로이트의 책이 가져다준 충격에 짐멜은 자리잡을 곳을 찾지 못하고 한참 뒤에나 관심을 갖게 되자만 말이다.어쨋거나 짐멜과 비교할 때 베버와 맑스로 이어지는 사회학의 전통은 사회의 큰 틀을 제단하는 작업이었다.반면 짐멜은 상대적으로 등한시되어온 일상의 영역에 관심을 가진 것이다.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일상의 영역이 재발견됨고 동시에 짐멜의 복원이루어지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짐멜의 일상성에 대한  선구적 접근이 미시사를 중심으로 현대성을 성찰하는데 그 사상적 기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대도시의 삶에 대한 분석을 잠깐 살펴보자.짐멜은 대도시에 사는 개인들에게 전형적인 심리적 기반은 신경과민으로 본다.이는 외적 내적 자극들이 급속도로 그리고 끊이없이 바뀌는 데서 기인한다.대도시의 삶은 화폐경제와 이성의 지배와 깊은 연관을 갖고 있다.양자는 사람과 물건을 취급함에 있어 순수한 객관성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화폐가 현상의 개별성에 관심이 없듯이 이성적 관계 역시 객관적으로 평가가능한 관계에만 촛점을 맞출 뿐이다.짐멜은 대도시의 삶이 만들어낸 정신적 현상을 '둔감함'과 '속내감추기'라고 말한다.둔감함은 사물의 차이에 대해 관심을 갖지않고 사물 자체를 공허하게 받아들인다.속내감추기 역시 무수한 관계에 대한 내적반응을 피하기 위한 독특한 정서적 양식이다.반면 대도시는 화페 교역의 중심이며 자유의 상징이다.결국 이를 바탕으로 대도시인들은 질적 특수화를 추진한다.개인주의에 대한 선망이다.객관적인 문화보다는 주관적인 문화에 대한 동경이 대도시인들에게 자리잡는다.이러한 짐멜의 분석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더욱 빛을 발한다.물론 미디어의 등장이 문화의 평준화에 일정정도 기여햇던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공간이 만들어내는 문화적 특수성과 질적 개인주의의 발현에 대한 지적은 옮바르다.대도시의 문화는 점차 질적 개인주의의 강화로 치닫는다.미디어와 활발한 외국문화와의 교류가 큰 몫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도시인들은 자신을 평등화속에서 부각시키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색다른 유행,새다른 음악,색다른 음식....이 모든 것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것은 자본의 축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또 이에 대한 요구가 강한 대도시인들의 개인화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짐멜의 이야기는 식사쪽으로 이어진다.밥은 밥이지 거기 또 무슨 사회학이냐 하시 분도 있지만 재미있는 분석이 많다.우선 식사가 같이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혼자 먹으면 성질나빠진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시피 식사는 공동행위이다.이는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공동 식사의 신화는 같은 것을 먹고 마심으로서 공동의 피와 살을 만든다는 원시적인 표상으로 읽힌다.여기서 한가지 중요한 것은 식사라는 것이 자기 접시 위의 것만 먹는 이기적 배타행위라는 것이 은폐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서 식탁공동체에 대한 금지조항들이 역사적으로 등장한다.계급을 구분하고 이방인을 제외시키며 내적 확실성을 다지는 효과를 거둔다.또 공동 식사는 시간의 규칙성,식사 방법의 표준화,개인적 욕구의 자제등의 요소를 부과한다.결국 식사의 미학화는 유기체적 삶의 낮은 단계에 위치하는 매우 보편적인 욕구충족의 행동을 양식화시킨다.이는 매개된 사회하를 통해서 먹는 것의 단순한 자연주의가 극복되는 것이다.

 얼핏 보기에 식사가 뭐이리 복잡할 까 생각할 수 도 있다.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우리의 식사 형태가 거의 같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한 사회는 한 가지 형태의 식사양식을 가지고 있다.우리나라는 대개(딴지거는 분들은 매일 포크를 쓰시겟으나) 밥숟가락 하나와 젓가락 한짝이 중심이된다.짐멜도 직적 해듯이 접시들은 대개 좌우대칭 형태를 유지하고 색채는 가급적 단순화한다.그냥 무심하게 이루어지는 식사 행위에도 오랜시간에 걸친 표준화작업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책에는 이것 외에도 얼굴의 미학적 의미,장신구가 가진 심리학적 요소,스타일의 문제,사회적 신의가 가진 관계성의 문제,비밀이나 감사의 사회학적 접근,우리 오감이 가진 특수성등이 사회학적 시각으로 다루어진다.최근에는 문화연구에서 조금더 실제감있게 다루는 주제들이다.오히려 최근의 연구가 짐멜의 형이상학적 글쓰기에 비해 훨씬 쉽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짐멜이 이 책을 풀어가는 방식은 형식논리에 근거를 두고 대상의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에 촛점을 맞춘다.그리고 그 대상이 사회와 맺는 관계를 형이상학적으로 접근하다.결코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그리고 르페브르처럼 일상이 자본주의라는 큰 틀 속에서 식민화되어버린 관계성을 밝히지도 못한다.이 책은 개별 영역에 대한 작은 산문형식이기에 더욱 그렇다.하지만 일상의 영역이 철학의 대상이 되는 시점에서 그 출발점을 알린 위대한 아웃사이더의 글을 보고 싶은 분이라면 한번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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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5-08 15:43   좋아요 0 | URL
재미있겠는데요. 식사에 대한 고찰.
우리나라 드라마엔 정말 밥먹는 장면 많이 나오쟎아요.
여기에도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드팀전 2005-05-10 10:15   좋아요 0 | URL
TT 글쎄요.제 생각에...근대화이후 해체된 가족에 대한 이미지를 반영하는 듯 합니다.생각해보면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자리는 식사 시간외에는 없습니다.그것도 장성한 자녀가 있는 경우 한두명은 이러저런 이유로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이 있지요.하지만 식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그나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인 듯합니다.드라마 작가가 이를 알고 의도적으로 그랬든 아니면 상투적으로 그랬던간에 그의 의식 한 구석에 그것이 가장 보편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