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아무도 모른다>를 봤다.지난 토요일이다.영화관에서 직원에게 물었다."이 영화 언제까지하나요?" 뜬금없이 물었던 이유가 있다.그날은 너무 화창했다.날씨가 그렇게 좋은데 컴컴한 영화관에서 보내는 것은 봄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영화를 보느냐 산에 가느냐? 두가지 다 할 경우 아무래도 좀 피곤해질 것 같았다.그래서 영화가 좀 길게 한다면 다음에 보려고 했다. 좀 생뚱맞은 질문에 직원이 대답했다." 금새 끝날 것 같은데요.보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고민중)..."

우선 가까운 산을 찾았다.날씨는 좋았는데 겨우내 빈둥거려서 그랬는지 걷기가 좀 힘들었다.산행이 산책으로 바뀌게 되었다.덕분에 영화관을 갈 여력이 생겼다.

토요일 저녁이었다.영화를 보는 사람이 20명정도 되었던 것 같다. 아무자리에 앉아도 무방....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엄마가 아이들을 버리고 떠났던 사건.<나시스가모의 버려진 4남매사건>이라고 한다.당시 일본사회가 그 사건으로 한 충격먹었던가 보다. 비정한 모정,무관심한 이웃,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어린남매에 대한 우려와 동정.....  감독은 15년전에 대략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했었다고 한다.그렇게 보면 비록 감독의 머릿속이지만 오랜 제작기간을 가진 작품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연배우들의 연기와 무관심한 카메라와 자연광이다. 남자주인공인 키타우라 아유는 이 영화로 칸느 최연소 남우주연상을 받았다.그의 연기를 비롯해서 다른 주인공들의 연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자연스러운 무심함'이다. 어떻게 보면 연기를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 그런 걸 수도 있다.전부그냥 무심하게 노는 아이들 같다.과장된 대사도 없고 과장된 몸짓도 없다.조금 복잡한 집안 환경에 어느정도 적응된 아이들이 갖는 어른스러움이 아이들 전부에게 스며들어 있다.각기 다른 캐릭터임에도 한 아이와도 같은 유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그 조숙함의 정점에 장남인 키타우라 아유가 있다.철없는 엄마를 대신해 집안을 이끄는 형이자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감독의 캐스팅의 힘이 큰 듯하다.감독은 다큐멘터리를 찍듯이 영화를 찍었고 어린 배우들에게도 다큐 대상을 다루듯 접근 한 듯 하다.조숙하지만 그래도 아이인 자연스러운 연기.차남 시게루는 영화가 끝날때까지 그 속을 알 수 없는 아이의 모습을 보여준다.어떻게 보면 아무일도 알지 못하는 아이의 모습일 수도 있다.시게루는 장난기 어린 아이이다.그런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일까?  영화를 볼 때는 잘 몰랐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 수 록 시게루가 가진 무심함의 표현력이 인상에 남는다.아무것도 모르지만 또 무언가를 알고 있는 아이의 연기이다.

카메라 역시 관조와 개입을 적당히 섞어쓰고 있다.감독은 첨에는 비개입을 의도했었던 듯 하다.다큐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여서 그랬던 게 아닌가 추측해본다.하지만 그런 바람은 곧 무너졌다고 한다.감독 말을 빌자면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였다나.어쨋거나 관조적인 느낌을 주는 카메라의 분위기는 마음에 든다.어떠한 상징이나 복선에서 카메라는 적극적으로 피사체에 다가선다.하지만 대개는 느슨하게 구도를 잡는듯 하다. 막내를 묻는 장면에서도 멀리서 롱테이크로 담담하게 담는다.아이를 묻고 돌아오는 지하철.두 아이의 모습 역시 루즈한 샷으로 그냥 바라보고 만다.아이들이 오르내리는 계단 씬은 거의 다 롱샷이다.그렇다고 큰 그림만 가지고 승부하지는 않는다.개입과 관조의 적절한 안배의 묘미가 이 영화에 있다. 조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대부분 자연광을 쓰고 있는 듯 하다는 것이다.영화의 마지막 장면 슬프며 희망적인 뒤모습에서 화면은 피사체를 제외하곤 거의 날리는 듯 하얗다.자주 등장하는 아파트 씬에서도 빛이 참 자연스럽다.아이들의 연기를 살리는 조명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싶다.실제로 촬영할 때는 자연광으로 승부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영화<아무도 모른다>는 영화관 직원 말처럼 곧 상영관에서 내려갈 것 같다.스토리도 알고 보면 그다지 재미있진 않다.그럼에도 괜찮은 느낌을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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