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
송기원 지음 / 창비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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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동네에 바보 한명씩은 꼭 있었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한다.푸코의 예리한 지적처럼 '비정상'이 관리되었기 때문이다.이제 그들은 무슨 무슨 재활원,말썽많은 기도원 등등에서 산다. 정부에서는 '장애인과 함께 사는 사회'라는 프로파간다로 질러대지만 실제 상황은 유리벽을 만들고 그들이 그 안에서만 있기를 바란다.'아무 죄도 없다'는 대명사로 불리워지는 '평범한 보통사람'들 역시 공범자이다.행여 장애인을 위한 건물이 자신의 주거공간 인근으로 온다고 하면 데모에 데짜도 싫어하던 이들도 빨간 두건둘러 맨다. "사람사는 동네에 혐오시설 왠말이냐" "혐오시설 결사반대 생존권을 보장하라"  ...결국 집값떨어진다는 것이다. 거기에 어떤 사람은 이런 말로 TV인터뷰도 하더라. " 아이들이 오고가면서 그런걸 보면 교육적으로 좋겠어요.당신 자식이라면 그렇게 내두겠어요." 

근대프로젝트의 구획화가 완성되기 전에는 소위 말하는 정상과 비정상은 함께 살았다. 내가 어렸을 때도 마을에 바보 형이 하나 살고 있었다. 이름은 국이었다.아마 이름의 마지막 자일게다.나이는 나보도 10살정도 많았을 것이다.사실 바보는 나이가 중요치 않다.그 바보 국이는 내 친구의 형이었는데 어린시절 항상 데리고 놀았다. 늘 같은 츄리닝에 빡빡머리,그리고 코밑을 지저분하게 흘러내리는 콧물,머리에 가끔씩 땜방자국이 있었다.수술 자국이라고도 했던 것 같구 어리버리 하다 어디 부딪혀서 그런거라고도 했다.어찌되었거나 내 어린시절 기억엔 그 국이 형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 바보 국이 형이 살아있다면 아마 40대 중반이 되었을테데.....

송기원의 소설<사람의 향기>는 내게 잊혀졌던 바보 국이를 떠오르게 했다.그의 단편 바보 유생이는 거의 직접적으로 바보 국이를 연상시켰다. 송기원의 소설은  어디까지가 픽션이고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내 추측에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거의 전부 논픽션인거 같다.픽션부분은 성장한 후 우연히 고향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들 쪽에 몰려있을 성 싶다.실제로 만났을 수도 있지만 대개는 작가의 만나보고 싶다는 바람이 창작력의 구름을 만나 형상화된 듯 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를 중심으로 그의 가족 또는 그의 동네 지인들이 주연과 조연을 맡고 있다.소설의 배치상 맨 마지막에 놓인 <양순이 누님>은이 소설의 중심축이다. 작가의 가족사가 중심이 된 이 이야기들이 가지를 치면서 연작 소설<사람의 향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작가의 누님의 다난한 삶과 그의 화해를 다룬 <양순이누님>에서 양부의 이야기가 나온다. 따로 작가의 시각에서 본 양부 이야기는 <사촌아버지>라는 단편에서 다루어진다. 맨처음 나온 소설 <끝순이 누님>에서 양순이 누님의 시집 가는 이야기가 나온다.소설 마지막 <양순이누님>에서는 양순이누님의 어처구니 없어보이는 결혼이야기도 여러장면에 걸쳐 나온다. 소설 속 사람들의 수많은 숨겨진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뿌리가 되었던 유년시절과 고향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소설 속에 송기원은 대운이란 이름의 작가로 나온다. 그의 삶의 다사다난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참 복잡하고 어려운 가족사다.이런 삶을 살아온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가 싶다. 작가는 고인이된 이문구선생과 친했다고 한다.둘 다 요즘에는 보기 힘든 어려운 유년기를 보낸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이문구 선생이 뼈대있는 양반집 출신인 반면 송기원 선생은 저자거리 장돌뱅이의 사생아였다. 이문구 선생의 가족이 역사적 비극에 의해 참담한 가족를 겪게 되는 반면 송기원 선생은 조금더 가족사 내부의 문제에 기인하다.아마 이 두분의 글 속에서 가난하고 없는 사람들에 대한 애정과 따뜻함이 느껴지는 것은 그들이 겪었던 유년기의 기억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두분은 아픈 그 기억들을 속으로 화해하고 승화하는 방법을 깨치셨기 때문일 것이다. 난 이런 분들의 글에 대해서 뭐라 논평할 자격이 없다. 내가 문학평론가라면 학문적 척도에서 뭐라 비평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런 만한 위치도 아니고 그럴 학식도 내겐 없다.그냥 한 사람의 삶의 한 부분을 읽었다. 그것에 어떤 평을 달 수 있을까?  좋은 작품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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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einsusun 2005-04-05 00:27   좋아요 0 | URL
아....국민학교 때, 같은 학년에 바보라 불리는 여자애가 있었어요.
한 학년 아래인 그애 동생은 참 공부도 잘하고 똑 소리났었는데,
그 동생이 바보라 불리던 아이를 무시하고 창피해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게 어린 마음에...참 보기 안 좋았었거든요.
드팀전님의 글을 읽으니 그 친구가 생각나네요. 지금쯤 어데에 어떻게 살고 있을까...

드팀전 2005-04-05 14:57   좋아요 0 | URL
제가 어린 시절 생각하다 또 떠올랐던 사람이 "독침 할아버지"입니다. 매일 담벼락에서 해바라기 하신 할아버지셨는데 마고자를 입고 말이죠.아이들 사이에서 그 할아버지가 독침을 놓는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그래서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늘 조심조심 두려움에 떨었지요.어떨때는 해바라기 하는 할아버지를 놀리고 돌아오는 내기를 하기도 했었습니다.뭐 서로의 용기를 자랑하기 위한 동네아이들의 장난이죠.할아버지 근처에 뭐 하나 던져놓고 누가 가서 주워오나...뭐 이런 거였어요.앞으로 나아가다가도 할아버지가 꿈틀하면 걸음아 날살려가 도망갔었는데...
제가 어려서 처음 본 꽃상여길이 그 독침 할아버지의 상여길 이었습니다.영화에서 본 상여길과 거의 똑같습니다.바로 상여꾼들 바로 밑에서 논길을 따라 동네 아이들과 따라 갔던 기억이 납니다.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신기했어요....
참 오래전 일인데 ....

2005-04-19 12: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