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말하는 클래식 음악은 유럽의 음악이다.당연히 유럽의 선수층(?)이 두텁다. 그나마 미국은 유럽에 대한 문화적 열등감의 반동으로 또 2차대전후 유럽음악인들의 망명으로 선수층을 나름대로 형성했다.망명선수들이 나름대로 유명한 오케스트라도 만들고 했지만 역시 헤게모니는 유럽리그 것이다.축구로 비유하면 프리미어,세리아에이와 미국리그 차이정도일 것이다. 나름대로 좋은 음대를 가지고 있어도 역사와 전통이 한번에 바뀌는게 아닌 듯 하다. 결국 유럽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클래식에서 주변국이 된다.물론 주변국에서도 훌륭한 연주자들이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우리나라만 해도 세계적인 음악가들이 여럿이다.

남미 역시 클래식 주변국으로 훌륭한 연주자들을 많이 배출했다.피아니스트들의 활약이 대단하다.남미 피아니스트의 대부라고 할만한 클라우디오 아라우, 다니엘 바렌보임,마르타 아르헤리치 등등. 그중 한 명이 브루노 레오나르도 겔버 이다. 아르헤리치와 거의 동년배임에도 세계적 명성은 조금 떨어지는 듯하다.특히 한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르헤리치와 음반 숫자 비교만 해도 대번에 알수 있다.아르헤리치가 DG,EMI등 메이저에서 다양한 레퍼토리에 다수의 음반을 내고 있다.겔버는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디스코그라피가 빈약하다.하지만 남미출신 피아니스트를 꼽을때 반드시 들어가는 인물인데 너무 소홀히 대접받지 않나싶다.

이 음반이 최근에 나온 겔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음반이다.
마이클 잭슨의 눈처럼 생긴 앨번 자킷인 인상적인데 겔버의 눈인 듯하다.라이브녹음인데 여기저기 딱지붙은게 몇몇 음악지나 음반사에서 추천을 받았다는 뜻이다.

겔버는 아르헤리치처럼 힘으로 밀어부치는 연주를 들려주진 않는다.그렇다고 그의 연주가 힘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감각적인 톤에 부담스럽지 않는 타건을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것이 그의 피아노 음색이다. 라흐마니노프의 낭만적인 정서를 그대로 살려주는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아르헤리치의 명반과 비교해 볼때 가장 눈이 띠는 점이 바로 그점이다.

이 곡이 많이 알려진건 영화<샤인>의 덕이다.데이빗 헬프갓이 악마의 곡이다 뭐다 이래서 이곡 연주에대한 신비감을 심어놓았다.하지만 인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히말라야 봉우리투의 평가는 과장이다. 이미 이곡에 대한 명연이 많이 있었다. 헬프갓은 자신의 수준에서 보는 완벽성에 대한 추구땜에 갑갑증에 걸린것이지 라흐마니노프 땜은 아니다.어쨋건 이곡에 관한한 최고의 명연중 하나로 손꼽는 연주가 아르헤리치-샤이의 녹음이다. 1악장의 밀어붙이기는 호로비츠,반클라이번 등을 뛰어넘는다. 그래서 처음 들으면 감동을 먹는다. 대개 그렇지 않던가?  어떤 새로운 음악을 들었을때 연주자의 기능적 출중함은 가장먼저 눈에들어온다.

락음악 듣던 시절에도 그랬다. 잉위 맘스 틴,반헤일런의 현란한 테크닉이 마치 기타 연주의 최고인지 알고 떠들어대던 적이 있다. 그런데 락이란 걸 한참 듣다보니 왜 당시 고수들이 제프벡,지미헨드릭스,듀언올맨,비비킹 등을 높이 평가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르헤리치 이야기하다 딴데로 갔다.그녀의 연주에 대해 아무런 호불이 없다.하지만 내귀엔 그녀의 연주는 너무 딱딱하다.즉 경직되어 들린다는 것이다.그녀의 힘은 감탄의 대상이지만 그것만이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한 측면에서 겔버는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한편으론 라두루푸,머레이페라이어의 서정성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에게 2% 아쉬운 힘을 충분히 품고있다. 이 음반에서도 1악장의 장쾌함 후에 나오는 2악장의 느린 연주에서 겔버의 진가가 나온다. 아르헤리치의 연주가 1악장에서 압도적힘이 2악장으로 넘어오며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 듯 들린다면 겔버의 연주는 처음부터의 기조를 유지한다. 라흐마니노프 3번의  좋은 음반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그가 연주한 브람스 피아노협주곡 1,2번도 최고의 명연중 하나라고 하는데 언젠가 꼭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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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nerist 2005-04-05 0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2년 전 겨울이네요. 아르헤리치의 라흐 3번을 1fm명연주 명음반을 통해 처음 들었던게요. 그냥 온 몸이 빨려들어갔던 기억, 이후 어느 늦봄 공대 계단을 걸어내려오다 이어폰 너머에 걸리는 "그녀"의 소리에 호흡곤란 비슷한 걸 느꼈던게.

근데. 경직되어 들린다. 는 건 매너는 잘 모르겠어요. 도입부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시작하다가 첫 주제 종료 후부터 몰아치기 시작하고, 중간중간 이완하는 부분도 참 마음에 들거든요. 2악장의 이완. 이 정체성 혼란. 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처음 해 봤고.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그래도 볼로도스나 최근 호평을 받고 있는 스테판 허프의 (다소의 어폐와 과장을 실어)기계적인 일관된 연주 보다는 저 엇박자. 가 매너에겐 더 즐겁더군요.

지난주 야근을 마친 후 텅 빈 사무실에서 아르헤리치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의 2악장 로망스. 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베토벤스러운 1악장의 기세를 모두 빼고 여리게, 마음에 스며들듯한 피아노소리에 울컥. 했더랬죠.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의 힘 보다는 완급조절과 여린 소리에 마음이 쏠려갑니다.

드팀전 2005-04-05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매너님이 불끈 하실 줄 알았어요.^^ 아르헤리치 역시 세계적인 연주가인데 그녀의 연주가 결코 수준이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저 역시 처음 구입한 연주가 그녀의 연주였어요.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녀의 팬이 되긴 쉽지 않더군요.제 개인적인 피아노 소리에 대한 취향인데... 거기엔 호불은 있을 지언정 우위가 있을 수는 없겠지요.그런 식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아르헤리치의 건반 누르는 소리가 제겐 딱딱하게 들립니다.피아니스트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음색이 그렇다는거죠.너무 쟁쟁거리게 들려요.제가 요즘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들은 좀 부드러운 사람들이랍니다.어유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어찌되었거나 이 피아니스트 브루너 레오나르도 겔버 라는 사람.그의 능력에 비해 국내에서 과소평가 받고 있으니 한번쯤 어떤 사람인가 관심을 가져 봐도 될 만한 사람입니다.전 요즘 디누 리파티의 음반에 계속 관심이 가는데 있는 건 계속 있고 구하려는건 계속 없네요.

mannerist 2005-04-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불끈. 한 적 없어요. 좀더 넓고 깊게 듣다 보면 그렇게 느낄 날 올련지도 모르죠. 그정돈걸요 뭐.

근데 있는 건 계속 있고 구하려는 건 계속 없다. 하하... 맞아요. 그렇다니깐요. 그러다가 한 장 손에 들어오면 그만큼 더 기쁜건지도 몰라요. 지금 드디어 쿠벨릭의 1990년 프라하의 봄 개막 콘서트 '나의 조국' 실황녹음을 구하고 비닐 뜯었다가 도로 봉해놨답니다. 서울 돌아갈 때 들으려고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