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시작되는 장마... 내 기억 속의 장마는 두 장의 스틸컷이다.

 

#1. 대학 1 학년때. 이미 20년이 훨씬 넘었다.

수업은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 친구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저녁이 되려면 멀었지만 주위는 이미 회색빛이었다.

혼자 이름모를 대학로 2층 카페이 앉았다.

 

 창 밖으로 우거진 플라타너스 사이로 초록비가 내렸다.

 

아무도 없었다. 소리도 없었던 듯 하다. 내 기억의 스틸 사진 속 장면처럼 말이다. 아니 소리는 기억이 스스로 말소시킨 것일게다.

 

외로움과 다른 이름의 고독을 거기서 처음 대면했다.

 

 이후로 오래도록 친구가 되어 주었다.

 

 

#2

 아카시아 숲 길을 쓸고 있었다. 군복 입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파란 하늘이 점점 검게 물들고 있었다. 습기를 많이 머금고 있는 바람이 불었다. 물을 잔득 머금은 목탄화같았다.

 

혼자 하늘을 보다가.  '아.장마가 시작 될 무렵인가?' 라고 생각했다.

 

군대 고참이 "비 오려나 보다. 어서 어서 마감하고 이제 내려가자." 라고 말했다.

 

그의 목소리가 빗물이 모여들어 흘러내려가는 소리처럼 들렸다.

 

 

#3.

 멜랑콜리한 음악이나 들어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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